성범죄 증가...성교육에서 대안을 찾자! [김창종, 뉴욕 리포터]

성범죄 증가...성교육에서 대안을 찾자! [김창종, 뉴욕 리포터]

2013.06.01. 오전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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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멘트]

한국에서 10대 청소년들이 저지른 성범죄 건수가 지난 10년 동안 11배나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음란물에 노출된 탓도 있지만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해 성에 대해 잘못된 인식을 갖게 되는 점이 큰 문제인데요.

미국과 유럽에서는 어릴 때부터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내용을 담은 '열린 성교육'을 국가 차원에서 지원하고 있습니다.

선진국의 성교육, 무엇이 다른지 뉴욕 김창종 리포터와 자세한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질문]

직접 성교육 현장에 찾아가 보셨죠?

수업 분위기가 어떻던가요?

[답변]

맨해튼 동쪽에 자리한 퀸즈 플러싱에 있는 JHS 189Q 중학교 수업 현장에 다녀왔습니다.

이 학교는 흑인과 백인은 물론 특히 아시아 출신 학생들이 많이 다니는 다민족 학교인데요.

학생들은 자신들이 생각하는 성에 대해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로맨스와 성폭력을 구분짓는 기준은 무엇인지 등 구체적인 질문을 통해 교사가 학생들의 의견을 듣고 학생 스스로 성의 중요성을 인식할 수 있도록 토론을 이끌어 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질문]

미국은 지난 1990년대 초반부터, 우리나라는 지난 2006년부터 모든 학교에서 성교육을 의무화 했는데요.

두 나라의 성교육 수업은 어떤 점이 다른가요?

[답변]

미국은 지난 1992년 45개 주 모든 공립학교에서 성교육을 의무화했습니다.

의사와 사회학자, 경찰관 등이 참여하는 기구인 '성 정보·교육위원회(SIECUS)'에서 성교육 관련 교재를 만들어 수업에 사용하고 있는데요.

최근의 성범죄 유형과 가해자의 심리적 특성 등 실제 현실을 성교육에 반영하기 위해섭니다.

학생들이 성의 중요성을 스스로 인식할 수 있도록 수업은 토론 위주로 진행되고, 올바른 피임법 등 '열린 성교육'을 하는 게 우리와는 다른 점입니다.

[인터뷰:아프림, JHS 189Q 중학교 학생]
"학교에서 성교육을 받으면 좋아요. 부모님과 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좀 불편하니까요."

[인터뷰:신디 디아스 볼고스, JHS 189Q 중학교 교장]
"미국은 교사에게 먼저 성교육을 시킵니다. 그리고 저학년 교사들은 교사 차원의 가족과 성에 대한 교육을 따로 받습니다."

[질문]

유럽의 경우는 성교육을 언제부터 시작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미국보다 이른 편인가요?

[답변]

스웨덴은 지난 1897년 세계 최초로 성교육을 모든 학생에게 의무 교육화 한 나라인데요.

네다섯 살 때부터 그림책을 이용해 남녀의 신체 구조의 차이를 정확하게 가르칩니다.

독일도 지난 1992부터 모든 학교에서 구체적인 성 지식뿐 아니라 성폭력이나 성희롱에 대처하는 방법까지 가르치고 있습니다.

특히 방과 후 수업 시간에는 경찰이나 산부인과 의사들이 학교를 방문해 성교육을 하기도 합니다.

네덜란드도 지난 1970년부터 정부가 나서서 피임기구를 보급하는 등 성관계는 상대방과의 합의가 있을 때만 가능하다는 성 의식 교육을 해왔습니다.

그 결과 네덜란드는 첫 성관계 시 피임 도구 사용률이 95%, 세계에서 가장 낮은 청소년 출산율과 낙태율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질문]

서구의 경우 사회 분위기나 문화 자체가 우리와는 차이가 있잖아요?

성교육에 이렇게 구체적인 내용들을 담다보면 청소년들이 성에 대해 지나치게 개방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은 아닐까 우려도 되는데 어떤가요?

[답변]

인터넷이나 스마트폰 등의 발달로 이미 전 세계 청소년들은 음란물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는 상황입니다.

올바른 성교육을 통해 제대로 된 성 의식을 심어주는 게 그만큼 중요해진 거죠.

실질적인 성교육의 중요성은 청소년들이 성을 처음 접하는 시기를 조사한 결과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데요.

지난해 한국 질병관리본부가 중·고등학생 8만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성관계를 경험한 10대 청소년은 5.3%에 달했습니다.

성관계를 처음 시작한 나이도 지난 2006년 14세에서 2011년에는 13세로 점차 빨라지고 있는 추셉니다.

한국도 지난 2006년 모든 학교에서 성교육을 의무적으로 이행하도록 한 뒤 교육 시간을 올해부터 연간 15시간으로 늘렸는데요.

교육 내용이 기초적인 생물학적 지식을 설명하는 수준이고, 또 성행위를 금지하는 데만 초점이 맞춰져 있어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질문]

미국의 경우도 성범죄가 상당히 심각한 수준 아닌가요?

조기 성교육이 성범죄율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될거라고 보십니까?

[답변]

한국 청소년 정책연구원이 지난 2008년 중·고등학생 2천여 명을 대상으로 '청소년들의 성 의식'에 대한 조사를 벌였는데요.

남자 중학생의 27.3%, 고등학생의 30%가 '여자는 겉으로 성관계를 원하지 않는 척하지만 실제로는 남자가 강압적이기를 바란다'는 항목에 '그렇다'고 답했습니다.

이 결과만 보더라도 청소년들의 성 의식이 얼마나 왜곡됐는지 알 수 있는 셈인데요.

잘못된 성 의식이 성 범죄를 낳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에 어린 시절부터 올바른 가치관을 심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인터뷰:콜린스, 미국 성 상담센터 전문가]
"조기 성교육을 통해 학생들이 몰랐던 건강한 성에 대해 알려주고 성적 호기심에 제한을 주기 때문에 정상적이지 못한 성관계를 자제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됩니다."

한국에서 성범죄가 문제가 될 때마다 '성'을 터부시하는 사회 분위기부터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늘 나왔는데요.

가르치는 어른들의 인식이 바뀌어야 청소년들도 '성'을 삶의 일부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김창종 리포터,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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