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는 숫자일 뿐!...노장 팝스타 열전 [김수정, 영국 리포터]

'나이'는 숫자일 뿐!...노장 팝스타 열전 [김수정, 영국 리포터]

2013.05.18. 오전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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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예순이 넘은 나이에 인생에서 또 한번 젊음의 열정을 끌어낸 사람, 조용필.

그의 노래가 지난달 나오자마자 음반 차트를 석권한 것은 우리 대중음악사의 일대 사건이었습니다.

아이돌 일색인 가요계에 불러일으킨 바람은 사회 각계의 격찬으로 이어졌는데요.

세계 대중문화의 한 축인 영국에서는 노장들의 활약이 낯설지 않다고 합니다.

환갑이 넘어서도 대중들과 호흡하며 살아가는 팝음악계의 거장들, 이들이 사랑받는 이유는 무엇인지 김수정 리포터와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김수정 리포터!

한국에는 조용필 씨가 있지만, 영국에서는 세계적인 팝스타 데이빗 보위가 10년 만에 돌아왔다고요?

반응이 어떻습니까?

[리포트]

데이빗 보위는 올해 66살입니다.

지난 1962년 활동을 시작한 뒤 가수이자 작곡가, 음반 프로듀서, 또 배우로도 활동해 온 세계적인 스타인데요.

지난 3월, 10년 만에 내놓은 새 앨범 '더 넥스트 데이'가 나오자마자 60개국 아이튠즈 음반 차트 1위를 기록했습니다.

대표곡인 '웨어 아 위 나우' 역시 공개 하루 만에 27개국에서 싱글 차트 1위를 차지했습니다.

10년간의 공백이 무색할 만큼 화려한 복귀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스'지는 이번 앨범에 대해 '가장 위대한 컴백 앨범'이라며 극찬했습니다.

[인터뷰:키트 음반 매장 대표]
"보위는 정말 인기있죠. 사람들이 여전히 그의 음반을 구입하잖아요.젊은 세대들도 그의 예전 음악 세계를 재발견하고 있어요."

[인터뷰:제이, 런던 시민]
"저는 (음악만 좋으면) 언제 만들었지는 상관 안해요. 장르도 별 상관없죠."

[질문]

이번 복귀와 함께 데이빗 보위의 삶과 음악을 조명하는 대규모 전시회도 함께 열리고 있다던데, 대중 가수를 테마로 한 전시회가 열리는 것도 이례적인 일 아닌가요?

[답변]

그렇습니다.

전시는 런던에 있는 세계 최대 규모의 디자인 박물관 '빅토리아 앤 앨버트 뮤지엄'에서 열리고 있습니다.

오는 8월까지 이어지는 전시는 데이빗 보위의 음악 인생 반세기를 재조명하는 첫 회고전인데요.

데뷔 초창기 화려한 '글램록' 시대를 보여주는 의상부터 직접 쓴 가사 노트, 사진 작품 등 3백여 점이 전시되고 있습니다.

이번 전시에 대한 대중들의 반응도 뜨겁습니다.

개막 전 인터넷으로만 입장권 4만 7천여 장이 팔려나가 박물관이 생긴 이래 가장 많은 사전 판매 기록을 세웠습니다.

런던 뿐 아니라 중북부 리즈 시에서도 데이빗 보위를 테마로 한 미술전이 막을 올리는 등 열기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질문]

비틀즈의 멤버 폴 매카트니 역시 세계 순회 공연을 재개한다면서요?

올해 칠순을 맞는 것으로 아는데 에너지가 참 대단하네요.

[답변]

폴 매카트니는 지난해 런던 올림픽 폐막식 무대를 장식해 살아있는 팝의 전설로서 건재를 과시했습니다.

전 세계인이 지켜보는 가운데 열정적으로 무대를 이끌어가던 모습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을텐데요.

이달부터 북미 지역을 시작으로 세계 순회 공연을 8월까지 이어갈 예정입니다.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는 인물 중에 빼놓을 수 없는 사람이 또 있습니다.

'비틀즈'의 시대였던 60년대를 지나 70년대 세계 팝음악계를 이끈 엘튼 존인데요.

지난해 11월 한국 공연을 갖기도 한 엘튼 존 역시 연말까지 미국과 유럽 등지를 돌며 대중들과 만날 예정입니다.

노장들의 활약은 비단 영국만의 일은 아닌데요.

독일의 스콜피온즈, 미국의 본 조비 등 각국의 록스타들도 젊은 시절 못지않은 열정의 무대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질문]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을 스타들이 몸소 보여주고 있습니다.

한국은 K-POP을 이끄는 아이돌이 음악 시장의 주류여서 노장들이 설 무대가 마땅히 없는 게 사실인데요.

영국도 젊은 층이 중심 아닌가요?

[답변]

제가 최근 두 나라의 노래 순위에 오른 가수들의 데뷔 연도를 비교해 봤습니다.

1위부터 20위까지 이름을 올린 사람 가운데 2천년 이전 데뷔한 가수, 그러니까 경력 10년 이상인 가수가 영국은 45%를 차지했는데요.

한국은 18%에 불과했습니다.

특히 한국의 경우 지난 3년동안 데뷔한 신인들의 노래가 순위의 절반 가까이를 독식하고 있었는데요.

영국은 이 비율이 10% 정도여서 큰 차이를 보였습니다.

영국도 대중음악을 이끌어가는 주류가 2~30대인 것은 사실이지만 한국만큼 쏠림 현상이 심하지는 않다는 얘기죠.

[인터뷰:클레어 음반 매장 관계자]
"좋은 곡을 쓰는게 핵심이죠. 60대의 전설인 비틀즈만 봐도 그렇고요. 좋은 노래는 시대와 관계없어요. 밥 딜런은 지금도 여전히 예전만큼 인기고요. 문제는 노래가 정말 좋은지, 음악이 정말 좋은가예요."

[질문]

가수로서의 생명력은 결국 대중들의 선택에 달려있는 게 아닐까요?

이 노장 가수들이 잊혀지지 않고 여전히 사랑받는 이유는 뭐라고 보십니까?

[답변]

우선 대중음악을 소비하는 방식에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한국의 경우 음반이나 음원 시장을 중심으로 '듣는' 음악의 비중이 큰데요.

영국은 직접 공연장을 찾아가는 '체험하는' 음악, '즐기는' 음악이 활성화 돼 있습니다.

TV에 나오지 않아도 대중들을 만날 수 있는 크고 작은 무대들이 기본적으로 확보돼 있는 거죠.

스타들은 또 다양한 사회적 이슈에 발언하면서 시대정신을 이끌어 가는 역할도 하는데요.

지난 1985년 아프리카 기아 난민을 위한 공연 '라이브 에이드'를 시작으로 활발한 자선활동을 펴 온 가수 밥 겔도프는 그 공로로 영국 왕실의 기사 작위를 받았습니다.

이렇게 음악이나 다양한 사회활동을 통해 동시대 사람들의 존경을 받는 원로들이 영국 음악계를 지탱하는 힘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환갑을 넘긴 나이에도 대중의 사랑을 받는 스타들의 모습, 참 부러운 풍경입니다.

한국 사회에도 이런 노장들이 더 많아지고, 더 자주 대중과 만나게 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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