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세기 맞은 독일 파견 광부

반세기 맞은 독일 파견 광부

2013.05.12. 오전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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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멘트]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먼 이국땅에서 지하 갱도를 파내려 갔던 우리 광부들.

이들이 독일에 첫 발을 내디딘 지 올해로 50년이 됐습니다.

옛 광산 지역인 '에센'에서 그 시절 광부들이 다시 모여 지난 세월을 돌아봤는데요.

김운경 리포터가 기념식 현장에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독일 서부 도시 에센의 졸페라인 탄광.

1960년대 우리 젊은이들이 고국에 대한 그리움을 묻어둔 채 땀흘려 일했던 곳입니다.

지금은 광산 기념관이 된 이곳에 애국가가 울려 퍼집니다.

1963년 한국과 독일이 맺은 근로자 파견 계약으로 광부들이 첫 발을 내디딘 지 반세기.

타향에서 꿋꿋이 삶을 개척했던 그 시절 광부들이 50주년의 의미를 되새기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인터뷰:고창원, 글뤽아우프(재독 한인광부 단체) 회장]
"지난 50주년을 돌이켜보고, 미래의 50주년을 새로 우리들이 설계하자는 의미에서 이 50주년을 성대하게 치루자고 계획을 했던 것입니다."

1963년부터 14년 동안 차례로 독일에 건너온 광부는 모두 8천여 명에 이릅니다.

독일에서 이들이 쏟은 땀과 노력은 한국과 독일 두 나라가 신뢰를 쌓아가는 밑거름이 됐습니다.

[인터뷰:쥘피에 카이킨, 노르트라인-베스팔렌주 노동부 차관]
"용광로 속에서 한국인과 독일인이 함께 살았고, 지하 천미터 막장에서 함께 일했습니다. 이곳에서 우정이 싹 텄죠. 한국과 독인은 국민 경제를 일으키기 위한 파트너였습니다."

기념 행사에는 독일 뿐 아니라 세계 각지에 흩어져 사는 파독 광부들과 가족 천여 명이 모였습니다.

[인터뷰:서성빈, (1970년 파견 광부)]
"우리 청춘을 바쳐서 우리가 대한민국의 역사와 대한민국의 경제 부흥에 하나의 밀알이 됐다 싶으니까 상당히 감회가 깊고 마음이 뿌듯합니다."

기념식에 앞서 광부들은 과거 일터였던 탄광을 직접 방문해 지하 갱도를 둘러보며 추억에 젖었습니다.

[인터뷰:안상민, 캘리포니아 거주(1964년 파견 광부)]
"제가 뭐라고 표현할 수가 없네요. 정말 제 옛 조국에 온 기분이에요."

1960년대 머나먼 독일 땅에서 젊은 광부들이 흘린 땀방울은 한국 경제 성장의 밑거름이 됐습니다.

광부들이 보여준 열정과 끈기는 앞으로도 이 곳 사람들의 기억 속에 잊을 수 없는 한국인의 모습으로 남아있을 것입니다.

독일 에센에서 YTN 월드 김운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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