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안 교육, 무엇이 다른가? [김길수, 미국 리포터]

미국의 대안 교육, 무엇이 다른가? [김길수, 미국 리포터]

2013.05.11. 오후 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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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멘트]

학교 생활에 적응을 못 하거나 자신의 특성에 맞는 교육을 받기 원하는 학생들은 '대안학교'를 찾는 경우가 많은데요.

우리나라는 현재 학점이 인정되는 대안학교가 많지 않고, 사회적 인식도 부족한 게 사실입니다.

미국에서는 이런 대안학교들이 공교육의 한 영역으로 뿌리내려 획일화된 교육을 원하지 않는 학생들에게 다양한 교육 선택의 기회를 주고 있습니다.

미국의 대안교육, 무엇이 다른지 텍사스 김길수 리포터와 자세한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김길수 리포터!

[질문]

먼저 대안학교 현황부터 살펴보죠.

미국에는 대안학교가 얼마나 있고, 또 학생 수는 몇 명 정도인가요?

[답변]

지난 1991년 미네소타주가 최초로 자율형 공립학교인 '차터 스쿨'을 도입했는데요.

전미 차터 스쿨 협회에 따르면 지난 2011년을 기준으로 미국 전역에 '차터 스쿨' 5천 6백여 곳이 운영 중이고 학생 수는 200만 명이 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제가 살고 있는 텍사스주에도 5백여 개의 '차터 스쿨'이 있는데요.

차터 스쿨 재학생은 유치원과 초중고 과정 모두 합쳐 15만여 명이며 입학 대기자도 10만 명이 넘는다고 텍사스 차터 스쿨 협회는 밝혔습니다.

[질문]

우리나라는 정부의 인가를 받은 대안학교가 전국적으로 40여 개 정도 되는데요.

미국의 '차터 스쿨'은 공립학교에 다니는 것과 마찬가지로 학점을 인정받을 수 있는 건가요?

[답변]

미국의 '차터 스쿨'은 일반 공립학교와 마찬가지로 학점을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차터 스쿨'은 일반 공립학교보다 등교 일수가 많고, 수업 시간도 평균 1~2시간 정도 긴데요.

자율적인 분위기에서 교육이 이뤄지고 학생 개인마다 모자란 부분은 집중적으로 보충을 해주는 방식으로 수업이 진행됩니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차터 스쿨'이 일반 공립학교보다 학생들의 성적이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인터뷰:박민영, 차터 스쿨 재학생]
"학교 끝나고 학원 같은데 안가도 되고 '공부해라, 공부해라' 이런 것도 없고 그냥 학교에서만 공부해도 충분히 따라갈 수 있고..."

[인터뷰:재스민 바티아, 차터스쿨 교육재단 이사장]
"차터 스쿨과 공립학교 모두 텍사스주 표준 학력고사를 치르고 있는데 저희 학교의 경우 공립학교보다 성적이 더 높습니다."

[질문]

우리나라의 대안학교와 미국의 차터 스쿨을 비교해봤을 때 '차터 스쿨'은 어떤 점이 다른가요?

[답변]

'차터 스쿨'은 교사와 학부모·지역단체들이 차터, 즉 헌장을 만들어 지역 교육위원회에 제출해 운영계약을 맺어 설립한 학교입니다.

우리나라 대안학교는 학비가 비싼 반면 '차터 스쿨'은 공적자금을 받기 때문에 일반 공립 학교처럼 학비가 전액 무료입니다.

일정 수준의 학업성취도만 유지되면 학기 일정이나 교과목 편성 등에서 한국과 달리 자율적으로 학교를 운영할 수 있습니다.

해당 지역 교육위원회는 학업 성취도 등을 매년 엄격히 평가하는데 기준에 미치지 못하면 인가가 취소되거나 학교가 없어지기도 합니다.

'차터 스쿨'의 모든 운영은 자율에 맡겨져 있지만 몇 가지 제약이 있는데요.

반드시 특정 종교와 관계가 없어야 하고, 교직원의 75% 이상이 교사 자격증이 있어야 한다는 점인데, 한국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또 교사가 정년이 보장돼있는 한국과 달리 미국의 '차터 스쿨'은 교육 성과를 기준으로 교사 재임용이 이뤄지는 것도 눈에 띄는 점입니다.

[질문]

또다른 대안교육의 하나로 집에서 공부하는 이른바 '홈 스쿨링'도 활발하다고 들었습니다.

'홈 스쿨링' 학생들은 현재 얼마나 됩니까?

[답변]

미 교육부 통계에 따르면 2012년 현재 '홈 스쿨링' 학생 수는 200만 명을 넘어선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는 미국 내 전체 학생의 4%에 육박하는 것으로, 지난 1999년 85만 명에서 2배 넘게 증가한 수칩니다.

미국 교육통계센터가 지난 2011년 '홈 스쿨링' 가정을 대상으로 집에서 교육시키는 이유를 조사해 봤는데요.

36%는 '종교 및 도덕적인 교육을 시키기 위해서', 21%는 '왕따나 학교폭력 등 학교 환경에 대한 우려 때문에', 그리고 17%는 '학교 제도에 대한 불만족 때문'이라고 답했습니다.

특히 주목할 점은 고소득층 가정에서 '홈 스쿨링'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인데요.

'홈 스쿨링' 가정의 60% 이상이 6만 달러 이상의 고소득층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인터뷰:애린 말라쉐, 홈 스쿨링 학생]
"가족이랑 (공부를) 함께 할 수 있고 월요일마다 할머니 할아버지네 집에 갈 수도 있고, 숙제를 빨리 끝낼 수 있어서 좋아요."

[인터뷰:지은 말라쉐, 홈 스쿨링 학부모]
"저희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가치관을 심어줄 수 있어서 그게 가장 중요했고요. 한국어와 영어를 동시에 가르칠 수 있다는 것, 가족이 함께 움직일 수 있다는 것 때문에 선택했어요."

[질문]

'홈 스쿨링'은 자립심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되겠지만 또래 집단과 어울릴 수 없어 자칫 사회성이 결여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는데 어떻습니까?

[답변]

'홈 스쿨링'은 성적이나 입시 위주의 획일화된 교육에서 벗어나 학생의 개성과 성취도를 중요시하고 어려서부터 자기 관리와 책임감을 기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오히려 학교라는 울타리 속에서만 지내는 것보다 더 다양한 사회 경험을 할 수도 있다는 것이죠.

최근에는 아이들의 사회성 발달을 위해 이웃 가정 자녀들과 함께 하는 '홈 스쿨링'도 생겨나고 있습니다.

[질문]

우리나라에서는 대안 교육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부족한 게 사실인데요.

이런 대안교육을 미국인들은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습니까?

[답변]

미국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입시 위주의 경쟁과 획일화된 교육에 지친 학생들이 적지 않은데요.

이 때문에 교육 수요자인 학생들의 고충을 풀어줄 수 있는 다양한 교육방식이 도입돼야 한다는데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부 교육학자들은 대안 교육을 선택할 때 철저히 학생 개개인의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대안 교육이 학생들이 겪는 모든 문제의 해결책이 될 수는 없는 만큼 맹신해서는 안된다는 것이죠.

또 부모의 교육 방식에 따라 자녀의 학습수준 차이가 크게 나타나는 점도 장기적으로 보완돼야 할 점입니다.

학생들의 자율성과 다양성을 공교육 제도 안에 끌어안은 미국의 대안 교육 현장.

우리 교육계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네요.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네, 지금까지 댈러스에서 전해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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