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으로 하늘과 대화해요!'

'연으로 하늘과 대화해요!'

2012.11.18. 오전 0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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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멘트]

요즘같이 바람이 많은 날은 연 날리기 딱 좋겠죠?

예로부터 우리의 연날리기는 액운을 떨치기 위해 했던 민속놀이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남미의 과테말라는 국경일에 조상에 성묘를 한 뒤 연을 날리는 풍습이 있다고 하는데요.

왜 그런지 김성우 리포트가 알아봤습니다.

[리포트]

활의 과녁판을 연상케하고, 망망대해를 항해하는 배와 같은, 각양각색의 연들이 바람에 몸을 싣고 하늘 높이 오릅니다.

'큰바위 얼굴'에 가느다란 꼬리를 달고 비상하는 모습은 우스꽝스러우면서도 멋있습니다.

화려함을 겨루는 듯한 색과 문양에서 만든 이의 개성과 풍부한 상상력을 엿볼 수 있습니다.

국경일인 '죽은 자를 위한 날'을 맞아 과테말라 전통 연들이 총동원됐습니다.

성묘를 한 뒤 연을 띄워 조상과 대화를 나눈다는 의미의 이런 풍습은 130년 넘게 이어져 오고 있는 마야인의 전통입니다.

[인터뷰:산투스 꼰, 산티아고 시민]
"하늘 나라에 있는 우리 가족을 365일 동안 잊지 않고 있지만 오늘은 연을 통해 그들과 대화를 합니다."

과테말라 연은 보통 크기가 1m, 가장 큰 것은 무려 18m나 됩니다.

민첩성을 중시해 1미터를 넘지 않는 우리 연과는 너무 다릅니다.

몸이 무거워 날 수는 없는 대형 연은 하늘에 있는 조상에 대한 사랑과 정성의 표시로 만들었습니다.

연날리기 장관을 놓치지 않기 위해 해마다 수많은 전 세계 관광객들이 산띠아고 공동묘지로 몰려듭니다.

[인터뷰:김종한, 한국인 관광객]
"한국 연과 많이 달라 낯선 풍경, 새로운 풍경도 아주 재미있게 보고 있습니다."

전통 연은 사탕수수대나 대나무를 용설란 끈으로 엮어 뼈대를 만들고, 색지를 이어 붙인 바탕과 연결시키면 완성이 됩니다.

쉬운 것 처럼 보이지만 두 세명이 하루 종일 매달려야 하는 고된 작업입니다.

하지만 전통을 지키려는 과테말라 사람들의 의지를 꺾을 수는 없습니다.

[인터뷰:호셀리노 뿌악, 산티아고 전통 연 제작협회장]
"초대형 연 만들기는 저 또한 할아버지에게 전수 받았는데요. 우리 조상들의 유산입니다."

이곳에 모인 사람들은 이젠 곁에 없는 누군가에 대한 그리움을 연 위에 실어보냈습니다.

정성껏 만들어진 화려한 연들은 남아있는 추억만큼 아름답게 과테말라 하늘을 수놓았습니다.

산띠아고에서 YTN 월드 김성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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