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포들의 염원 담긴 용왕궁 철거 위기

동포들의 염원 담긴 용왕궁 철거 위기

2009.08.29. 오전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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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멘트]

일본의 역사 왜곡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재일동포들이 조국을 위해 굿을 하며 빌었던 오사카의 용왕궁이 철거될 위기에 처했다는 안타까운 소식입니다.

일부 일본 시민들도 반발하고 있지만, 오사카시의 철거 방침을 되돌리기엔 역부족입니다.

박사유 리포터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드라마 '이군의 내일' (1990·원수일 원작·NHK 오사카 제작).

오사카 사쿠라노미야 용왕궁, 제주에서 건너온 재일동포 1세들이 바다 건너 고국을 그리워하며 지난 70년 동안 굿판을 벌이고 치성을 올리던 곳입니다.

[인터뷰:진태성, 재일동포 2세]
"우리 어머니와 할머니도 모두 여기서 치성을 올렸었습니다. 여기서 자신 본국의 민족적 신앙을 갖고 살아왔습니다."

사흘 밤낮을 꼬박 지새우며 굿판을 벌이기도 했던 용궁에는 동포들의 애환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이 용왕궁이 내년 2월이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위기에 놓였습니다.

용왕궁 부지 소유권을 갖고 있는 오사카부와 오사카시가 궁을 철거하고 공원으로 정비하겠다고 나서고 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츠츠이, 오사카부 담당자]
"사쿠라노미야 공원으로 오사카시가 정비할 계획을 세우고 퇴거를 요구하기 위해 여러차례 교섭을 하고 있습니다."

지난 주말 일부 일본 시민들과 재일동포이 모여 철거에 대해 안타까움을 토로했지만, 법적인 소유권을 존중할 수밖에 없다는 정서가 강해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동포들은 전전긍긍하며 철거 대책 마련에 고심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인터뷰:전홍규, 오사카 시립대학 교수]
"퇴거가 되더라도 어떤 형태로든 이 시설이 있었던 기억을 공간에 남길 수 있도록 다양한 활동을 전개 할 예정입니다."

해방 후, 고국에 돌아갈 날만을 손꼽아 기다리다 오사카에서 터를 잡고 생활하면서 지역 발전을 위해 땀 흘려온 제주도 출신의 재일동포들.

이들 동포의 애절한 바람에도 70년에 걸친 선조의 혼이 서린 역사의 현장이 과거 속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일본 오사카에서 YTN인터내셔널 박사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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