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만에 문 닫는 '징용 피해 기념관'

20년 만에 문 닫는 '징용 피해 기념관'

2009.06.06. 오전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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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멘트]

조선인 강제징용의 역사를 담고 있는 일본 '탄바 망간 기념관'이 재정난으로 폐관될 위기에 있다는 소식, 전해드린 적이 있는데요.

그동안 각계각층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결국 20년 만에 문을 닫게 됐습니다.

박사유 리포터가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조선인 강제징용 역사를 후세에 남기기 위해 세워진 '탄바 망간 기념관'!

일제말기 한국인 근로자를 동원해 대규모 망간 채굴 작업이 이뤄졌던 곳으로 근로자였던 재일동포 2세 고 이정호 씨가 지난 1989년 사재를 털어 탄바 지역에 세운 일본 유일의 징용 피해 자료관입니다.

이 씨는 30cm 남짓의 좁은 갱도를 직접 기어들어가 일일이 손으로 파내고, 곳곳에 마네킹도 설치하며 파묻힌 강제노역의 역사를 되살리기 위해 애썼습니다.

개관 직후부터 일본 정부의 잇따른 폐관 종용에도 흔들리지 않고, 보조금 한 푼 없이 힘겹게 유지해왔지만 재정난을 이겨내지 못해 지난 달 31일 끝내 문을 닫게 됐습니다.

[인터뷰:손 정, 재일동포 3세]
"일본 정부가 마지막까지 도와주지 않아 유감스럽습니다. 폐관식에 우리 할머니도 함께 모시고 오고 싶었습니다."

[인터뷰:모리카와 마사오, 일본인]
"야스쿠니 신사가 남아있다면, 이런 곳도 남겨 둬 모두가 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동포들은 물론 기념관의 역사적 가치를 높이 산 일본 시민들까지 기념관 폐관을 막기 위해 나섰지만, 막대한 적자를 메우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인터뷰:이용식, 탄바 망간 기념관 관장(고 이정호 씨 아들)]
"아버지가 자신의 무덤 대신 남기고 싶어하셨습니다. 처음에는 2억 엔, 이후 매년 500만 엔씩 총 3억 엔 이상 적자가 났습니다."

폐관식에는 기념관이 문을 닫게 된 것을 안타까워하는 동포들의 위로 공연이 이어졌습니다.

특히, 재일동포 가수 아라이 에이치 씨는 이역만리 탄광에 끌려와 고통스런 나날을 보내다 세상을 떠난 원혼을 구슬픈 노래로 달랬습니다.

강제 징용의 역사를 제대로 알리고자 했던 동포 2세대들의 20년 걸친 눈물겨운 노력에도 불구하고 탄바 망간 기념관은 이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있습니다.

일본 교토에서 YTN 인터내셔널 박사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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