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독 광부들의 45주년 기념식

파독 광부들의 45주년 기념식

2008.05.29. 오전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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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멘트]

독일 동포사회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파독 광산근로자들이 독일 땅을 밟은 지 올해로 45주년이 되었습니다.

이국땅에서 맺어진 광부들의 인연은 피를 나눈 형제애 만큼이나 끈끈하고 돈독하다고 합니다.

독일 중부 레버쿠젠시에서 열린 45주년 기념행사에 김운경 리포터가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글뤽아우프(Gluck auf)!

독일 광산근로자들 사이에 한 때 통용되던 인삿말입니다.

말 그대로 행운을 빈다는 뜻이지만 수천 미터 땅 밑에서 작업하는 사람들에게는 '무사히 일을 마치고 위에서 다시 만나자'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파독 한국 광산근로자 단체는 이 말을 따 '글뤽아우프'라는 이름으로 활동해 오고 있습니다.

파독 45주년을 맞아 이 단체가 주최한 행사에서 광산근로자 출신 원로 동포들은 오랜만에 옛 동료들을 만나 정담을 나누었습니다.

[인터뷰:성규환, 글뤽아우프 회장]
"전부다 형제분들입니다. 다치지나 않나 걱정하며 이렇게 살아왔는데, 이렇게 다시 보게 되니…"

[인터뷰:이상호(77), 파독광부최고령자 두이스부르크 거주]
"그 당시에만 해도 우리나라가 너무 가난해서 여기 왔습니다만은, 3년만 생각하고 왔지만 막상 있고 보니 45년이나 됐습니다."

1963년 '한국 광부 독일광산 임시취업계획 협정'에 따라 같은 해 12월 27일에 1진 250여 명이 도착한 것으로 시작으로 1977년까지 15년 동안 모두 8천여 명이 독일에 파견됐습니다.

[인터뷰:유한석(72), 한국 최초의 광부 캠프 린트포르트 거주]
"그 당시 정말 이 악물고 했죠. 이거는 생사를 생각하지 않고 … 한국에 부모 형제가 있으니까 거기에 돈을 보내야 하고 ……"

현재 독일에 거주하는 파독 광산근로자는 1,200여 명.

이 가운데 400여 명이 한 자리에 모여 지하 탄광에서 맺어진 오랜 우정을 과시했습니다.

특히 30여 년 전에 독일광산에서 일하다 귀국한 뒤 호주로 이민갔던 옛 동료까지 방문해 더욱 뜻깊은 자리가 되었습니다.

[인터뷰:지의상, 호주 거주]
"지금까지 여러가지 바빠서 시간을 못냈는데 올해 여기에 와봤는데, 결혼도 했죠, 아들도 여기서 낳았죠. ……"

45년전 혈기왕성한 청년의 몸으로 이국 땅을 밟았던 광산 근로자들은 어느덧 백발이 성성한 노인이 되었습니다.

이들은 과거 조국이 어려웠던 시절 국가경제 부흥에 기여했다는 자부심과 함께 독일 동포사회를 일궈온 이민 1세대로서 앞으로도 위엄있는 모습으로 동포사회를 이끌어가겠다고 다짐했습니다.

독일 레버쿠젠에서 YTN 인터내셔널 김운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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