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인 국방부 차관, 유가이보리스

고려인 국방부 차관, 유가이보리스

2005.12.03. 오전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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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멘트]



강제 이주로 시작된 중앙아시아 한인 이민!



이른바 고려인의 강제이주가 시작된 지 70여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한 많은 이국생활의 후예들이 속속 현지 사회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데요, 키르기스스탄에서 국방부 차관직에 오른 어느 고려인이 눈길을 끕니다.



키르기스스탄 전상중 리포터가 주인공을 만나봤습니다.



[리포트]



크고 작은 분쟁이 끊이지 않는 중앙아시아 지역에서 각 국의 국방부의 영향력은 대단합니다.



이 곳 키르기스스탄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가운데 국방부 서열 2위 자리인 국방부 차관을 우리 고려인이 담당하고 있어 눈길을 끕니다.



그 주인공은 바로 고려인 유가이 보리스 씨.



유 차관은 이 곳 고려인 동포들에게 있어 자랑스러운 인물입니다.



[인터뷰:박 블로자, 고려인 동포]

"유가이 보리스 씨가 국방부 차관이 됐을 때 얼마나 기뻤는지 모릅니다. 정말 자랑스럽습니다."



사할린에서 태어나 러시아 레닌그라드 대학에서 수학을 전공한 그는 어릴 적부터 가지고 있던 군인의 꿈을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이후 러시아 육군사관학교에 입학해 좋은 성적으로 졸업했지만, 소수 민족인 고려인으로서 군복무를 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독일, 우크라이나, 아프가니스탄 등의 수많은 전투에서 잇따라 눈부신 공을 세워 군인으로서 인정을 받게 됐습니다.



[인터뷰:유가이 보리스]

"오늘이 있게 한 것은 아버지의 가르침 덕분이다. 아버지는 내가 장군이 된 것을 모르고 돌아가셨는데 장군으로 진급하던 날, 난 그 때 제일 먼저 산소로 가서 이 사실을 처음으로 알리고 많이 울었다."



나라 잃은 가난한 고려인의 후손으로 힘들고 어려운 환경 속에 살았지만, 그의 아버지는 자녀 교육에 있어 남다른 열정을 보입니다.



그 결과 현재 큰 형은 대학교 학장, 둘째 형은 대학교수, 여동생은 심장 전문의사로 성공해 많은 고려인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습니다.



비록 그는 한국어를 하지 못하지만 어릴 적 부모님들의 한국적인 생활모습과 언어를 생각하면 한국은 전혀 낯설지 않다고 말합니다.



유 차관의 고려인 아내도 가족을 위해 한국음식을 만드는 등 고국의 뿌리를 이어가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습니다.



[인터뷰:박 나타샤, 부인]

"한국 음식을 자주 합니다. 국수, 반찬, 미역국, 새우반찬도 하는데 제대로 하는지 잘 모르겠어요. 특히 생선을 좋아하는데 여기에도 된장, 고추장을 많이 넣습니다. 저희 할머니, 어머니가 가르쳐주신 대로 하는데, 딸에게도 꼭 한국음식 만드는 법을 나중에 가르쳐주고 싶습니다."



타국에 태어나 생활해 왔지만 한순간도 한국인임을 잊지 않았다고 당당히 말하는 유가이 보리스 씨.



자녀들이 한민족으로서의 자부심을 잃지 않도록 하는 것이 그의 간절한 소망입니다.



[인터뷰:유가이 보리스]

"내 자식들에게도 한국말과 한국문화를 가르치고 싶습니다. 한국 사람으로서 한국말은 반드시 알아야 하기 때문이죠. 이것은 분명한 일입니다. "



[기자]

고려인으로서 항상 다른 사람보다 몇 배나 더 열심히 공부하고 일했다고 말하는 유가이 보리스 씨.



지금 그의 모습은 한 개인의 성공을 넘어 한민족으로서의 자부심으로 다가옵니다.



키르기스스탄에서 YTN 인터내셔널 전상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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