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나의 까;칠한] 데뷔한 가수가 오디션에 응시하는 속내

[김예나의 까;칠한] 데뷔한 가수가 오디션에 응시하는 속내

2017.09.17. 오후 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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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만 해도 이런 상황이 벌어질 거라 예상하지 못했다. 데뷔한 가수가 오디션 프로그램 출연여부를 두고 고민하다니. 심지어 찬성과 반대에 부딪히고 있다. 이미 가수가 됐는데, 왜 또 가수가 되겠다고 나서는 걸까.



2017년 가요계는 Mnet ‘프로듀스101 시즌’ 열풍이 중심에 있다. 아직 올해가 3개월 넘게 남았지만, 핵이슈가 나오지 않은 한, 단연 프로젝트 그룹 워너원 론칭이 최고의 관심이다. 시즌1 걸그룹과 비교해 시즌2 보이그룹은 엑소, 방탄소년단 등이 만들어놓은 팬덤을 단숨에 따라잡는 기현상을 보이고 있다.



그 워너원에는 이미 데뷔한, 심지어 데뷔 6년차의 가수가 포함됐다. 소속그룹 뉴이스트가 워낙 인지도가 낮았던 탓에 멤버 황민현은 신인가수로 활동하며 팬덤을 키우고 있다. 멤버 하성운 역시 데뷔 4년차 아이돌이다. 그룹 핫샷 멤버였던 하성운은 본인은 물론 그룹을 알리기 위해 두 번째 아이돌 데뷔에 도전했다.



결과적으로 황민현과 하성운의 모험은 성공적이었다. 본인의 뜻이었는지, 소속사의 떠밀림에 못 이겨 출전했는지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게 됐다. 두 사람은 아이돌 멤버로 또 다른 아이돌 멤버가 되겠다고 나선, 과감한 선택의 대가를 마음껏 누리고 있다. 오디션 응시할 당시에는 꽤나 자존심이 상했겠지만, 그 상처쯤이야 지금은 다 치유되고도 남았겠지.



어디 황민현과 하성운 개인에게만 축복이었을까. 이들은 여느 아이돌 멤버들은 물론 가요 제작자들에게 복잡한 심경을 안긴 존재가 됐다.



일단 황민현의 원 소속 뉴이스트는 데뷔 후 처음으로 음원차트 1위를 차지했다. 2만 명 규모의 팬미팅도 진행했다. 기사가 나오면, 나온 줄도 모르게 스쳐 지났던 과거의 뉴이스트가 아니다. 기사마다 뉴이스트를 향한 반가운 응원 댓글이 줄을 잇고 있다. 황민현과 함께 김종현, 최민기, 강동호가 ‘프로듀스101 시즌2’에 함께 나온 시너지 효과를 톡톡히 얻고 있는 중이다.



하성운 역시 데뷔 후 가장, 아니 유일하게 처음 주목받고 있다. 2014년 데뷔한 하성운은 대중에 어필하지 못했다. 단신의 멤버였지만, 그게 다였다. 하지만 ‘프로듀스101 시즌2’ 덕에 하성운은 새로운 기회를 얻었다. 170cm가 되지 않는 키는 ‘무한도전’ 출연권까지 획득했다. 하성운 덕에 그룹 핫샷은 갑작스레 컴백하기도 했다.



이쯤 되면 데뷔한 가수들이 굳이 굴욕감을 느끼면서까지 오디션 프로그램에 출연을 강행하는지 알 수 있다. 물론 참가한다고, 모두 황민현과 하성운처럼 될 순 없다. 그 역시 본인이 가진 매력과 실력, 운도 따랐을 때 가능하다. 동시에 그런 행운이 모두에게 올 수 있다는, 잠재된 로또를 기대해볼 수 있게 했다.




그래서 오는 10월 시작되는 KBS2 ‘아이돌 리부팅 프로젝트-더 유닛’을 향한 시선이 점차 커지고 있다. “전현직 아이돌 전체를 대상으로 그들의 가치와 잠재력을 재조명하고 대한민국 대표 유닛으로 재탄생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 오디션 프로그램”이라는 기획으로 구성된다. 연차도, 실력도, 순위도 중요하지 않다. 일단 데뷔했지만, 실패만 맛봤던 아이돌에게 또 다시 성공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겠다는 취지다.



CJ E&M 출신 한동철 PD가 YG엔터테인먼트와 손잡고 시도하는 JTBC ‘믹스 나인’ 역시 아이돌 발굴 프로그램이다. 전국의 엔터테인먼트에 소속된 연습생 혹은 아이돌을 직접 만나서 평가, 새로운 아이돌 그룹을 탄생시키겠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업계는 이런 상황을 달갑게만 보지 않는다. 방송사가 주도적으로 아이돌을 육성해 시장을 지배한다는 우려가 짙게 깔려있다. 더 나아가 이런 프로그램이 향후 생태계를 무너뜨릴 수 있다는 탄식이 터졌다.



지난 8월, 3개 단체(사단법인 한국매니지먼트연합/사단법인 한국음악콘텐츠협회/사단법인 한국연예제작자협회)는 관련 사안에 대한 서명서를 발표했다. 방송사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가수 론칭과 그로 인한 수익 발생에 유감을 드러냈다. 음악 산업 수직계열화가 심화되며, 변칙 매니지먼트의 문제점이 쏟아질 수 있다는 지적이었다.



실제로 오디션 프로그램 출연여부를 두고 여러 잡음이 새어나오고 있다. 출연자를 내놓는 회사와 그렇지 않은 회사의 처우가 극명하게 나뉜다는 것. “오디션에 출연하면 더 신경쓰겠다”는 명분아래, 출연거부는 곧 다른 프로그램 출연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 물론 방송사가 이와 관련된 거부권을 공식적으로 행사하는 건 아니다. 어느 특정 프로그램이 아닌, 그동안 오디션 프로그램이 진행될 때 마다 각 연예 기획사들이 감당해야하는 골칫거리다.



하지만 방송사가 거액의 수익을 올리고, 출연교섭을 두고 실랑이를 하는 게 나중 문제다. 그 많은 이들이 아이돌을 좇는다. 수익 창출의 루트는 절대 막히지 않는다. 때 마다 충돌하는 외교 문제로 아이돌 시장이 축소될 것을 우려하지만, 필요 없는 걱정이다. 수요와 공급은 한 순간도 멈추지 않고 있다. 그래서 오디션 프로그램도 절대 사라지지 않는다. 대한민국에는 앨범 제작자가 많고, 아이돌 연습생은 더 많다. 실패한 아이돌 멤버는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다.



누군가는 웃고, 또 다른 누군가는 울어야 한다. 그게 오디션 프로그램이다. 그래서 2017년 어마어마한 규모로 움직이는 프로그램이 두 편이나 나온다. 새로운 잭팟은 누구 터뜨리게 될까. 서바이벌 오디션을 부정하면서도, 막상 주인공이 되면 긍정할 수 밖에 없는 게 현실. 그걸 과연 누가 손가락질 할 수 있을까.



김예나 기자 yeah@tvreport.co.kr/사진=TV리포트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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