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OP 제작소] 라이머 "작곡가에만 의존하는 아이돌, 곧 사라질 것"

[K-POP 제작소] 라이머 "작곡가에만 의존하는 아이돌, 곧 사라질 것"

2014.11.24. 오전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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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이혜린 기자]"3년 안에 5대 기획사를 만들겠다."

2012년 브랜뉴뮤직의 라이머 대표는 이같이 말했다. 당시에도 그해 발표한 모든 곡이 손익분기점을 넘기며 심상치 않은 회사로 떠오르긴 했지만, 5대 기획사 공약에 기자는 웃음을 터뜨렸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리고 약속했던 기간이 1년이나 남은 2014년, 브랜뉴뮤직은 음원을 하도 잘 '팔아서' 혹시 사재기를 하는 게 아니냐는 업계 루머까지 휘말릴 정도로 잘 나가는 회사가 됐다. 지난해 대비 총매출 2배. 레이나와 함께 한 '한여름밤의 꿀'로 메가히트를 기록한 산이를 선두로 버벌진트, 트로이 등 다양한 힙합 스타들이 활동 중이다.

2년째 계속되고 있는 힙합 열풍은 이제 아이돌 시장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 그 중심에 바로 라이머 대표가 있다. 일찍이 블락비를 내놓은 바있는 그는 내년 출격할 예정인 3팀의 아이돌그룹 프로듀싱에 발벗고 나섰다. 오랜만에 만난 그는 쑥스러운듯 자주 웃었지만, 브랜뉴뮤직이 바꿔갈 가요계 판도에 대해서만큼은 확신에 찬 모습이었다.

# 힙합, 이제 월드투어 시대다

OSEN(이하 O) - 정말, 5대 기획사가 될 기세예요.

라이머(이하 R) - 생각이 바뀌었어요.(웃음) 외형적인 존재감에 대한 욕심이 완전히 없어졌어요. 그냥 제가 잘할 수 있는 걸 잘하는 회사로 만들고 싶어졌어요. 알차고 실속있는 회사요.

O - 왜 생각이 바뀐 걸까요.

R - 아직 배워야 할 게 많아요. 지금은 힙합 문화권 안에서 어떤 비즈니스가 가능할까에 집중하고 있어요. 현재로선 음원, 음반, 행사 뿐이잖아요. 이제 보다 더 다각화해서 해외 진출이나 팬덤을 더 탄탄하게 구축할 수 있는 마케팅을 연구 중이죠. 앞으론 해외 스타들과의 콜라보도 늘 거예요. 월드투어는 미주 5개 도시, 남미 2개 도시, 동남아 3개 도시로 결정된 상태고요.

O - K-POP 열풍이 있다 해도 예능 없이는 힙합을 해외에 알리기 쉽지 않았을텐데요. 벌써 그렇게 시장이 형성돼있던가요?

R - 한국 차트에 관심이 많으니까요. 또 엠넷 '쇼미더머니' 덕도 봤고요. 다른 아이돌과의 전략적인 협력도 있었죠. 다양한 형태로 유입되고 있는 거 같아요. 무엇보다 음악에 대한 평가가 정말 좋아요. 아시아인이 랩을 한다는 걸 신기하게 보는 차원이 아니라, 명확하게 하나의 랩 음악으로 인정을 받는 분위기죠.

O - 중국에서도 힙합 인기가 높아지더라고요.

R - 네, 그렇죠. 산이가 올초에 드라마 '너희들은 포위됐다' OST를 불렀는데, 중국에서 반응이 좋아요.

O - 올해는 애프터스쿨 소속사인 플레디스와 합작한 '한여름밤의 꿀'로 그야말로 초대박을 냈는데, 플레디스와는 어떤 관계인거예요?

R - 서로 악어와 악어새처럼 서로 도와주는 관계죠. 한성수 대표님과도 성격이 굉장히 잘 맞아요.

O - 누가 악어죠?(웃음)

R - (웃음) 음악적인 부분에서 저희가 여러 가지 부분을 함께 디렉팅해주고요. 어떤 방송 프로모션은 제가 대표님한테 도움도 요청하고 그래요.

O - 그러고보면 에일리 소속사 YMC와도 콜라보를 나누고 있고요. 여러 기획사와 협력을 많이 하고 있어요.

R - 네, 그렇죠. 각별해요. 스타쉽, 폴라리스, 울림과도 긴밀하게 일을 하고 있어요.

O - 전략적인 인맥 구축인가요?(웃음)

R - 그런 건 아니고요. 제가 음반 제작만 11년 됐고, 음악 생활까지 다 하면 18년 됐잖아요. 그러다보니 많은 분들과 인연을 맺게 됐죠.

# 힙합, 황금알 낳는 거위의 배를 째고 싶진 않다


O - 그렇게 한 길을 쭉 해오기가 쉽지 않은데, 어떤 점을 믿고 달려오신 걸까요.

R - 처음부터 저는 음악만 할 수 있는 좋은 회사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어요. 이미 선점하고 있는 레이블과 회사들이 안한 것 중에 내가 잘할 수 있는 게 뭘까, 고민 많이 했죠. 대형기획사보다 자금력이 없고 시스템이 없지만 그래도 제가 '물건 보는 안목은 있구나'라고 생각했어요. 당시에는 보잘 것 없어서 메인스트림이 신경쓰지 않은 언더그라운드를 시장에 편입시켜야겠다고 생각했죠.

O - 지금은 '완전히' 편입된 걸로 볼 수도 있겠네요.

R - 아니에요. 이제야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 거 같아요. '힙합 대세론'이라고 하지만 대중이 힙합을 관심있게 본게 이제 시작인 거죠. 저는 이걸 더 큰 비전을 갖고 키워나가고 싶어요. 황금알 낳는 거위의 배를 째고 싶지 않아요. 탈탈 털리는 순간 분명 다시 힘든 시간이 올거라고 생각하죠. 그래서 굳건한 시스템을 가진 회사가 나와야된다고 봐요.

O - 지금 힙합 레이블 중에선 브랜뉴뮤직과 아메바컬쳐 정도로 볼 수 있겠죠.

R - 그렇죠. 성공 좀 했다고 눈이 멀면 다시 영세해질 수 있으니까, 보다 굳건해지려 노력하고 있어요. 브랜뉴뮤직은 아티스트 케어도 물론이지만, 이 시스템 안에서 실력있는 아티스트를 계속 양성해내고 싶어요. 이미 자생력이 있는 애들을 노출 시키고 매니지먼트 하는 게 회사가 하는 전부는 아니잖아요.

O - 그럼 뭘까요.

R - 가능성과 열정이 있는 아이를 아티스트의 길로 안내해주는 것이죠. 기획사가 생각한 그림에 가수를 때려박는 게 아니라(웃음) 미성숙한 아티스트라도 길을 잘 열어줘서 자생력을 키워주는 것. 그게 제가 생각하는 기획사의 역할이에요.


# 동현이, 순수한 열정 봤다


O - 기존 아이돌 그림과는 다르네요.

R - 저한테도, 이미 자생력이 있는 가수를 운좋게 데려와서 한 거 아니냐고 할 수 있지만, 산이도 스윙스도 버벌진트도 제딴에는 제 안목으로 본 거라고 생각해요. 물론 이제부터 더 큰 시작이죠.

O - 김구라씨 아들 동현이가 본격적인 시작일까요. 지금 연습생으로 있죠.

R - 그럴 수도 있죠. 기존 기획사는 이미 계획이 세워져있고, 그에 맞게 연습생을 길러내는 거잖아요. 저는 엄밀히 따지면 그런 연습생은 받지 않아요. 그냥 가능성 있는 아이들이 하고 싶은 음악이 뭔지 물어봐주고, 거기에 맞는 디렉션을 주는 거죠. 지금 4명 정도가 데뷔 준비 중이에요.

O - 동현군 같은 경우에는 사실, 워낙 유명한 아빠의 사랑받고 자란 아들이다보니까 대중의 우려도 있어요.

R - 저는 동현이가 힙합이라는 문화에 엄청난 관심이 있는 걸 느꼈고요. 그 나이대 아이들보다 더 순수한 열정이 있다는 걸 느꼈어요. 데뷔하지 않았지만 한명의 아티스트로 존중해서 나랑 상의하고 그림을 맞춰보는 작업을 진행 중이죠.


# 의견 부딪히면, 일단 가수 뜻대로


O - '연습생'과 상의를 한다? 독특한 그림이긴 하네요. 그런데 리스크는 대표님이 더 크잖아요? 당연히 대표님 의견이 더 많이 반영돼야 하는 거 아닐까요?

R - 그래서 불투명한 사람은 안받는거고요.(웃음) 그 과정에서 손해보는 것도 제 일이죠, 뭐. 우리 가수 중에도 저랑 의견이 다른 경우가 꽤 있어요. 타이틀곡 선정이라던가 프로모션 방법이라던가, 다를 때가 있죠. 그럴땐 최대한 설득을 해요. 설득을 해도 안되면 그냥 가수 의견을 따라요.

O - 대표님 손해잖아요?

R - 그런데, 가수가 그 과정에서 느껴요. 그렇게 겪어보는 과정도 그들에게 필요하다고 봐요. 우리 회사에선 흔한 일이에요. 가수가 음원 출시일을 막 정해서 갖고 와요.(웃음) 그럼 저는 유통사랑 다시 얘기해야되고, 얼마나 피곤해요.(웃음) 그래도 저도 그 입장이었던 적이 있으니까. 가수의 그 마음을 누구보다 이해하죠.

O - 대표님도 가수 시절에 그랬어요?(웃음)

R - 전, 제가 하고픈대로만 했어요. 사실 지금 잘나가는 회사들은 모두 성공한 아티스트가 이끌고 있잖아요. 전 다른 게, 아티스트로서는 큰 성공을 못했거든요. 그게 정말 큰 밑거름이에요. 그 패배감이나 절박함을 잘 아는 거죠. 나도 내가 싫은 걸 안했었으니까, 가수들이 뭔가 반대할 때 얼마나 싫어하고 있는지를 알죠. 그런데 또 그럴 때 제작자가 작은 리스크를 맡아주면, 제작자와 가수가 정말 친밀해지거든요. 잘 알죠.(웃음)

O - 그래도 어려울 거 같아요.

R - 회사 시스템으로 밀어붙이잖아요? 잘되면 당연한거고 한번 삐걱하면 모든 게 회사 탓이 돼요. 아티스트와 레이블이 유기체가 돼야지, '뜨면 복수할 거야' 하는 상대가 돼선 안된다고 생각해요.


# 감성 힙합? 아티스트가 원하면 계속 해야지


O - 기억에 남는 곡이 있다면요.

R - 산이가 부른 ‘아는 사람 얘기’는 우리 회사에 오기 전에 만든 곡이었어요. 자기가 만든 곡이라며 50곡을 들려줬는데, 그 곡이 딱 꽂히더라고요. 편곡이 좀 아쉬워서 편곡을 다시 했고요. 산이는 피처링을 하고 싶어했는데 전 산이가 직접 부르는 게 맞다고 봤어요. 너무 노래 잘하는 사람이 부르면 노래가 오히려 안좋을 거 같은 거예요.(웃음) 그래서 네가 못해도 못하는 대로의 맛깔이 있다고 설득했죠.

O - 그렇게 해서 나온 곡들이 정말 좋은 반응을 얻었어요. 콜라보와 감성힙합, 올해 가요계를 양분하다시피한 흥행 공식의 선두에 서다시피 했는데. 사실 워낙 차트를 휩쓸다보니 부정적인 반응도 나왔죠.

R - 저는 콜라보는 계속될 수 있다고 봐요. 우리 아티스트의 이름만 필요한 건 안했고, 안할 거고요. 정확히 산이여야만 하고, 범키여야만 하는 콜라보는 계속 할 거예요. 소모라고 생각 안해요. 서로 목소리를 빌려주고, 돌려받는 품앗이는 지양돼야겠죠.

'감성힙합' 같은 경우에는 대중이 힙합에 접근을 용이하게 하는 창구가 됐다고 봐요. 물론 언더 뮤지션들에게는 힙합을 오염시킨 역적이 됐죠. 만약 흥행 공식에만 끼워맞춰서 음악을 찍어냈다면 돌을 맞아도 할말이 없겠죠. 하지만 정말 아티스트 개별로 자발적이고 충만한 감성으로 만든 음악이었어요. 사람들이 감성힙합을 좀 평가 절하는 하는 측면이 있는데, 알앤비 힙합은 늘 있어왔잖아요? 아티스트가 하고 싶다면, 계속 하는 게 맞는 거 같아요. 일부러 하드코어로 간다? 그건 아니죠.


# 유명 작곡가 곡만 받는 아이돌, 곧 사라질 것


O - 지금 극비리에 아이돌 그룹의 프로듀싱도 맡고 계시죠. 기존 프로듀서들과 또 다르겠는데요.

R - 한 팀을 예로 들어보면, 그 팀은 녹음 때 이상하게 생기가 없었어요. 왜 그럴까, 다 불러놓고 얘기를 나눠봤는데 의외로 작곡에 관심이 많더라고요. 그래서 녹음실을 세팅해주고 한번 불러보라고 했는데 정말, 너무 좋은 거예요. 전혀 예상치 못한 음악이 나왔어요.

O - 그 팀의 소속사도 그 능력을 몰랐던 걸까요?(웃음)

R - 모를 수 있죠. 프로듀싱이라는 것 자체가 작곡가의 색깔을 가수에게 잘 입히는 것도 좋지만, 충분히 소통해서 능력을 끄집어내는 게 중요하다고 봐요. 적어도 제 방식은 그래요. 그래서 여러 그룹을 동시에 진행해도 확연히 다른 색깔이 나온다고 볼 수 있죠. 전 가이드 역할만 할 뿐 음악은 결국 그들이 만드니까요.

O - 그러고보니 프로듀싱 실력을 갖춘 팀들이 정상권에 올라서는 게 올해 보이그룹 트렌드이기도 했어요. 비스트도 그렇고, 블락비도 그렇고.

R - 그 정도의 자생력이 없는 아이돌은 내년에 다 죽을 거라고 봐요. 그냥 유명 작곡가한테 곡 받아서 답습만 하는 아이들은 설 곳이 줄겠죠. 이전에는 자작곡을 냈다는 데 의의를 뒀다면 이제 그 어느 프로 작곡가보다 더 기발한 아이돌 팀이 늘 거예요. 저도 우리 아티스트를 관리하던 방식을 외부 아이돌 그룹에도 적용시켜보는 좋은 기회가 될 것 같고요.

O - 그동안 기획형 아이돌그룹이 너무 많긴 했죠.

R - 정말 '아무것도 몰라요. 저 좀 어떻게 해주세요'라는 애들이 있어요. '이거 어때?'라고 물어보면 '몰라요. 알아서 정해주세요'라고 하는 거예요. 그건 문제 있죠.

O - 만약 새 아이돌그룹이 성공을 거둔다면, 브랜뉴뮤직에도 꽤 큰 터닝포인트가 되겠어요.

R - 그렇죠. 제 방식으로 성공하는 건 돈을 버는 것보다 훨씬 더 보람이 있어요. 사실 이같은 힙합 형태의 아이돌팀은 멤버들에게 문을 열어주게 되고, 그건 어떻게 보면 프로듀서의 밥그릇을 주는 것이기도 해요.

O - 그렇죠! 한번 성공하고 나선 자기들끼리만 하겠다고 할 수도 있잖아요.(웃음)

R - 어쩔 수 없죠. 하지만 그렇게 그들을 더 키우는 게 결과적으론 내 밥그릇도 커지는 거라고 봐요.


# 브랜뉴뮤직, 한국 힙합의 허브 되겠다


O - 투자, 합병, 우회상장 등 달콤한 제안도 많을 거 같아요.

R - 많죠. 회사를 팔진 않겠지만 필요하다면 보다 더 규모를 키울 생각은 있어요. 공연, 패션 등 힙합 문화권 안에서 할 일이 많거든요. 회사에 대한 신뢰도는 어느 정도 쌓였다고 봐요. 최근 공개 오디션에 1480명 정도가 왔어요. 꼭 브랜뉴뮤직에 오고 싶다는 친구들도 많이 생겼죠. 그중 5명을 뽑아서 2달간의 미션 기간을 갖고 있는 중이에요.

O - 힙합 열풍이 2년 정도 됐는데, 어떻게 보세요. 내년 전망은?

R - 워낙 트렌드가 자주 바뀌긴 하지만, 랩이라는 게 주는 카타르시스가 분명 있다고 봐요. 굉장히 직설적이고 직접적이고, 그래서 요즘 시대 젊은 층과는 가장 잘 맞아떨어지죠. 가짜 같지 않고 진짜 같잖아요. 예전에 힙합하던 아티스트들은 세상과 동떨어진 학자 같은 사람이 많았는데(웃음) 요즘 힙합 음악은 문화 전체를 좌우해요. 스타일 좋은 애들이 실력도 좋은 거죠. 보다 더 많은 대중과 소통할 수 있을 거라고 봐요.

O - 브랜뉴뮤직이, 대표님이 할 일도 더 많아지겠군요.

R - 이 힙합 열풍을, 얼마나 많은 연령대까지 끌고 갈 수 있느냐. 지금의 이런 분위기로 얼마나 좋은 환경을 만들 수 있느냐가 관건이죠. 안정된 기반에서, 브랜뉴뮤직이 힙합의 허브가 되는 그림을 그리고 있어요. 우리 회사에서 음악을 만들고 판매하는 것도 있지만, 이 통로를 통해서 다른 가수 음악을 만들어주거나 연결고리가 되어주는 거죠. 그렇게 힙합 문화권안에서 가장 친절하게 이 문화를 끌어가는, 허브가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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