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훈 작곡가 "'썸', 처음엔 소유 측에서 별로라고.."[K-POP 제작소]

김도훈 작곡가 "'썸', 처음엔 소유 측에서 별로라고.."[K-POP 제작소]

2014.06.12. 오전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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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이혜린 기자] SES의 '져스터 어 필링(Just a feeling)', 휘성의 '위드 미(With me)', 씨엔블루의 '직감', 이승기의 '결혼해줄래', 소유X정기고의 '썸'.

이 곡들을 같은 사람이 썼다고 생각하기는 쉽지 않다. 1990년대부터 각기 다른 시기, 다른 가수, 다른 장르의 곡들이기 때문. 이 '불가능'한 일을 해낸 작곡가 김도훈은 국내 가요계서 가장 오랜기간 '감을 잃지 않고' 히트곡을 만들어내는 뮤지션으로 손꼽히고 있다. 한국저작권협회에 등록된 곡만 약 500곡. 이쯤 되면 자기 노래도 다 기억하기 어려울 법도 하다.

이 정도 인프라면 더 큰 꿈을 꾸는 게 당연하다. WA엔터테인먼트의 대표이기도 한 그는 오는 18일 자신이 처음으로 A부터 Z까지 책임진 걸그룹 마마무의 론칭을 앞두고 있다. 그동안 내성적인 성격 탓에 외부에 나서는 걸 그리 좋아하지 않았다는 그는 제작자의 사명을 띠고 인터뷰에 응했다. 진지한 창작자일 줄 알았던 그는, 알고보니 1990년대생들의 연애 얘기에도 귀기울이는 편한 '형, 오빠' 스타일이었다.


# '썸', 처음엔 모니터 결과가 별로라고...

OSEN(이하 O) - 오~래가는 작곡가로, 부동의 1위시더라고요.

김도훈(이하 K) - 저도 고민 많이 했죠. 나이가 들고 경력이 쌓이면, 테크닉이 늘잖아요. 그런데도 오히려 '한물간다'는 얘기를 듣게 돼요. 이유를 찾아내는 게 어렵진 않았어요. 지금 음악을 소비하는 게 10~20대인데, 제가 어려서부터 듣고 좋아한 음악과 그들이 듣던 음악 사이에 갭이 점차 커지는 거예요. 제가 좋다고 하는 음악이, 그들 귀에 더 이상 좋지 않은 거죠.

O - 그럼 어떡해야 해요?

K - 저는 어린 아이들의 정서를 가져오려고 노력했어요. 그래서 생각한 게 콜라보죠. 요즘에 저는 공동작곡이 많아요. 동생들과 작업을 같이 하면서 그 친구들이 갖고 있는 정서를 포함시키는 거죠. 제가 몰랐던 뭔가를 느낄 수가 있어요. 최근에는 '썸'을 같이 만든 에스나라는 친구와 많이 작업하고 있어요.

O - 그런데 그 공동작곡의 개념이 좀 헛갈려요. 누군가가 다 만들었는데, 또 다른 한사람이 감수 정도 하고 이름을 같이 넣는다거나, 그렇지 않을까 오해도 있고요.

K - 예전에는 모르겠어요. 그런데 요즘에는 어림도 없어요.(웃음) 제가 그래도 오래해온 이유 중 하나가 후배 대우는 예민할 정도로 하거든요. '썸'도 제가 후렴구를 만든 상태에서, 노래 잘하는 에스나에게 불러보게 하면서 그 친구가 화려한 살을 붙이게 해본 거죠. 선배라는 이유로, 혹은 다른 이유로 공을 가로채면 바로 소문이 나요.(웃음)

O - '썸'의 돌풍은 예상하셨어요? 올 상반기 최고 히트작인데.(웃음)

K - 전혀 못했죠. 처음 녹음을 마친 후엔 스타쉽엔터테인먼트의 서현주 이사님이 '내부 모니터가 안좋으니 신경써서 마무리 해달라'고 했었어요.(웃음) 그래서 코러스도 추가하고, 튜닝도 하고 했죠. 제가 들어도 아쉽긴 했어요. 그래서 마무리를 계속 하다보니 점점 좋아지는 거예요. 마지막에는 '이 노래 심상치 않다'라고 하긴 했어요.

그래서 여러 사람이 매달려 수정을 거듭하다보니 크레딧에도 사람이 많아요. 작곡가 3명, 작사가 6명이 들어가있어요. 제가 먼저 만들고, 가이드 뜰 때 에스나가 멜로디를 수정하고, 가사도 거의 즉흥적으로 쓰여졌어요. 그래서 노래 주제도 녹음 도중 바뀐거고. 제목도 전혀 의도하지 않은 상태로 '썸'이 된 거예요.

O - 요즘 연애 실태를 정말 잘 다뤘기 때문에 굉장히 전략적일 거라고 예상했는데요.

K - 그냥 1990년대생들과 얘기해보다보면, 올인하는 연애를 안하더라고요. 그런 이야기가 반영됐죠.




# 휘성과 거미, 절대 못잊을 가수


O - 예전으로 돌아가서, 첫 작품은 뭐였어요?

K - 정확하진 않은데, 1995년 강변가요제에 나갔던 'Mrs. Music'일 거예요. 10위권에는 들었는데 수상은 못했어요.(웃음) 첫 타이틀곡이 된 건 장혜진의 '영원으로'였고요. 그때 주로 신효범, 강수지 누나의 음반을 작업했죠.

O - 그때가 20대 중반이었을텐데, 작곡가로 진로를 확실히 정하신 거예요?

K - 사실 애매했어요. 제가 홍익대 토목공학과에 다니고 있었는데, 학교도 나름 열심히 다녔어요. 건축에도 관심 많았거든요. 음악은, 써클 활동으로 했었어요. 고등학교때 록밴드를 했었다가 그만 둔 적이 있어서 대학교에선 민중가요 써클에 들었죠. 다른 친구들은 운동권에 관심있다면 저는 기타에 꽂혔어요.(웃음) 1994년부터 음악을 본격적으로 하긴 했는데 기타리스트가 영 어려울 것 같긴 하고. 015B 같은 팀에서 브레인 역할 정도만 하면 어떨까 생각은 했었어요.(웃음)

O - 처음부터 '올인'이 아니었군요.

K - 네. 제가 현실주의자라서.(웃음) 가수들에게 곡을 주면서도 계속 망설였죠. 그때부터 전 한번에 빵 터지는 것 보다는 그냥 먹고 살만한 걸 더 선호했던 거 같아요. 그때 우리과 나온 친구들의 연봉만큼만 벌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그 정도는 벌었어요. 그러다보니 그냥 쭉 하게 됐죠.

O - 그 후로 공백 없이 500곡을 만든 셈인데, 다 기억은 나세요?

K - 다 기억나진 않죠. 어디서 많이 듣던 노랜데, 뭐지? 하다보면 제 곡이에요.(웃음) 너무 급하게 곡을 쓰고 손이 많이 안간 노래도 있긴 해요.

O - 벌써 20년이 됐는데, 가장 '베스트' 곡은 뭘까요?

K - 빼놓을 수 없는 두 명이 있어요. 휘성과 거미예요. 휘성이 부른 '위드 미'와 거미가 부른 '기억 상실'은 절대 못잊죠. 예전에는 제가 형, 오빠였지만 지금은 그냥 같이 늙어가는 처지로 전우애 같은 것도 생겼어요.(웃음) 그들이 여전히 잘되고 있어서 제가 오히려 더 고맙기도 하고요. 서로 고민도 얘기 많이 하고 그래요.



# '외톨이야' 그 이후, 어차피 음악으로 보여줘야..



O - 씨엔블루 얘기도 빠질 순 없을 것 같아요.

K - 그렇죠. 그 일이 2010년에 있었는데요. 지금 생각해보면 제가 2009년에 정상에 있었던 거 같아요. 다비치의 '8282', 이승기의 '결혼해줄래' 등등이 그 해에 나왔죠. 연이어 여러곡이 히트하던 차에 씨엔블루의 '외톨이야'도 나왔어요. 씨엔블루가 신인그룹이었는데 곧바로 음악방송 1위도 휩쓸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제가 좀 건방지지 않았나 싶어요. 아쉬운 게 없었고. 그러던 차에 제가 살아온 걸 되짚는 계기가 됐어요.

O - 표절이 아닌 것으로 판결이 났잖아요.

K - 재판에는 관심이 많이 쏠리는데, 판결에는 다들 큰 관심이 없더라고요.

O - 그런데, 다른 표절시비는 해당 작곡가가 적극적으로 나서는데 반해 '외톨이야'는 논란만 거셌던 것 같아요.

K - 제가 워낙 그런 걸 잘 못해요. 그런데 제 주위 사람들이 계속 볼 생각을 하니 걱정이 되더라고요. 그래서 판결이 난 후,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는 글 작성자에는 연락을 취했어요. 블로그에 정말 글이 많았거든요.

O - 지워주던가요? 판결이 났으니까 지워줘야 할 것 같은데.

K - 네. 대부분 지워주셨어요. 물론 '진짜 김도훈 맞아?', '헐 대박' 그런 반응도 있었죠. 제가 직접 메일을 쓰기도 하고, 다른 사람에게 부탁하기도 하고. 그렇게 정리했어요.

O - 비슷한 일을 겪은 분들 대부분이 하는 말이, '왜 다들 나를 미워하지? 무찔러야 할 악의 축으로 보지?' 그런 생각을 많이 했다고 하시던데요.(웃음)

K - 그러다 슬럼프에 빠져서 음악을 그만두는 경우도 있잖아요. 제가 이미 진행하던 곡이 있었는데 제작자가 은근슬쩍 '가명을 쓸까요?'라고도 하시더라고요. 실제로 가명을 쓴 적도 있고. 그런데 어차피 곡으로 보여줘야지 다른 방법은 없겠더라고요. 한때 욕을 많이 먹어도 천천히 다시 대중과 함께 가는 연예인들 있잖아요. 저도 그렇게 해야 했어요.

O - 인기 작곡가라 하면, 뭔가 비리가 많을 것 같아 보이나봐요. (웃음)

K - 그런데 아시겠지만, 여기만큼 '빽'이 안통하는 데가 어디있어요. 팔이 하나 없든, 몇살이든, 남자든 여자든 아무도 상관 안해요. 그냥 노래 하나로 올라서야 하거든요.

O - 맞아요. 아무리 인맥이 좋고, 돈이 많아서 음악이 별로면 바로 일이 끊기기도 하잖아요.(웃음)

K - 그렇죠.



# 제작자로 변신.. 겸허하게 시작하겠다


O - 어느새 인기 작곡가의 다음 행보는 음반 제작이 된 것 같기도 해요. 히트곡 수를 생각해보면 오히려 제작에 늦게 뛰어든 셈이에요.

K - 내 주위 인프라가 이 정도면 제작을 해봐도 되겠다는 생각이 든 건 좀 됐어요. 뮤직큐브, 레인보우 브릿지 등 회사를 만들면서 신인 개발이나 연습실 운영 등에 알게됐죠. 뮤직큐브에는 작가가 많고, 레인보우 브릿지는 에이전시면서 학원도 있거든요. 신인개발이 가능한 거죠. 이렇게 인프라를 활용한다면 리스크를 줄일 수 있겠다고 기대했어요.

O - 첫 프로젝트는 팬텀이었죠?

K - 마마무는 윤곽이 나왔지만 시간이 더 걸릴 것 같았어요. 그래서 먼저 해볼 콘텐츠가 필요했어요. 브랜뉴뮤직의 라이머 대표하고는 20살때부터 친한 사이에요. 전 데뷔 안한 작곡가, 그는 어느 회사 연습생이었죠.(웃음) 라이머의 회사에 팬텀이 있는 걸 알고 있었어요. 제가 WA엔터테인먼트를 만들면서 같이 해보면 어떨까 얘기했어요. 서로 안갖고 있는 걸 충족시킬 수 있다고 봤거든요. 이후로 긱스도 같은 방식으로 해봤고.

O - 수습 기간을 거친 셈이네요.

K - 1년 정도 지나니 약간 감은 왔어요. 우리 같이 작은 회사에서는 기존에 없는 팀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다른 교육을 시켰어요. 다른 회사는 팝 안무를 따라추게 하고, 커버곡을 만들라고 하잖아요. 그런데 그렇게 배운 친구들은 완전히 새로운 멜로디를 주면 당황해요. 정답이 없으니까. 그래서 저는 처음부터 데모 작업을 많이 시켜서 새로운 곡을 부르는 곡 해석 능력을 주고자 했어요. 안무도 직접 만들게 했죠. 물론 처음엔 잘 못했죠. 그런데 연습 기간이 2년 지나가니까, 창의력이 나와요. 지금은 트랙만 주고 곡을 써오라고 하고, 저랑 공동작곡도 해요.

O - 멤버 선발 기준은 뭐예요?

K - 걸그룹 중에 잘 된팀은 보컬의 목소리가 기억이 나요. 그런데 예상보다 잘 안된팀은 목소리가 구분이 안돼요.

O - 진짜 그러네요.

K - 그렇더라고요. 걸그룹이든 누구든 노래가 제일 중요한 거죠.

O - 그런데 그런 말도 있어요. 인기 작곡가는 음악에만 특화돼있다보니 사람을 잘 못본다. 그런데 아무한테나 좋은 노래를 준다고 성공하는 건 아니다. 그래서 기존 작곡가들이 제작에서 어려움을 많이 겪는 것 같다. 매력적인 사람을 만들어내는 매니지먼트가 잘 뒷받침 돼야 할 것이라고요.

K - 맞아요. 저도 그게 약점인 것 같아요. 그래서 오히려 가수 출신들이 유리하죠. 음악과 매력, 모든 걸 아니까. 저도 겸허하게 그 점을 인정하고 시작하려고요. 마마무도 장기전으로 보고 있어요. 사실 신인 단독으로 나오는데, 누가 관심있게 보겠어요. 그냥 '이 친구들은 좀 다르네'하는 인식만 줄 수 있다면 일단은 성공이라고 봐요.

O - 마마무 외에 준비하고 있는 새 프로젝트도 있나요?

K - 에스나 라는 친구, 곡 준비 하고 있어요. 그 친구는 좋은 노래가 참 많아요. 또 남자 보컬 신인팀도 준비 중이고요.

O - 마마무의 필승 전략은 뭘까요.

K - 마마무는 데뷔 전 휘성, 케이윌, 범키 등과 함께 한 콜라보 곡을 먼저 냈어요. 일종의 자신감이거든요. 실제로 그 선배가수들에게 밀리지 않았다고 생각해요. 기존 걸그룹과 달리 스스로 기획된, 스스로 음악적 색깔이 뚜렷한 날 것 그대로의 걸그룹을 선보일 겁니다.

rinny@osen.co.kr
<사진> WA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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