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스토리' 김희애 "매일 새벽기상…완벽주의자 아녜요"[인터뷰③]

배우 김희애 하면 자연스레 떠오르는 '완벽주의'. 흐트러짐 없는 일상, 나이를 잊은 외모, 구설 없는 사생활, 야무진 연기와 언동이 '완벽주의자' 김희애에 대한 환상을 키운다.

영화 '허스토리'(민규동 감독, 수필름 제작)로 만난 김희애는 최근 진행된 TV리포트와 인터뷰에서 "실제론 전혀 완벽주의자가 아니다"라며 웃었다.

"그렇게들 많이 보시는데요, 겸손이 아니라 저 좀 모자라요.(웃음) 기억력도 안 좋고, 나이가 있으니까 체력도 떨어지고요. 정신, 육체적으로 떨어지니 남들보다 3배, 4배 노력하죠. 대신 일찍 일어나요. 새벽 시간이 정말 좋아요. 이 세상에서 가장 귀한 것을 갖는 기분이에요.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요. 일찍 일어나니 일찍 자게 되고요."

'허스토리'는 1992년부터 1998년까지 6년간 일본 정부에 당당히 맞선 위안부 할머니들과 그들을 위해 함께 싸웠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 당시 일본 열도를 뒤집을 만큼 유의미한 결과를 이뤄냈음에도 지금껏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던 관부 재판 실화를 소재로 한다.

김희애는 6년간 관부 재판을 이끌어가는 당찬 원고단 단장 문정숙 역을 맡았다. 부산의 여행사 사장인 문정숙은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할머니들과 6년간 법정 투쟁을 이끌어가는 인물.

"민규동 감독님이야말로 완벽주의자예요. 전 그렇게 꼼꼼한 사람은 처음 봤어요. 꼼꼼함으로는 한 획을 그으신 분이에요.(웃음) 배우로서는 힘든 작업일 수 있겠지만, 아주 끈질기게 최선의 작업을 요구하시죠. 시나리오부터 느꼈던 지점이에요. 감독님께서는 자칫 신파로 빠질 수 있는 소재를, 과하지 않고 촌스럽지 않게 잘 만지셨더라고요."

'허스토리'에는 김희애를 비롯 김해숙, 김해숙, 예수정, 문숙, 이용녀, 김선영, 이유영 등 다양한 연령대의 여성 배우가 총출동했다. 이한 감독의 영화 '우아한 거짓말'에서도 비슷한 경험을 했던 김희애. 유독 여성들의 연대에 관심을 갖는 이유를 묻자 "말이 잘 통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여행을 가도 모녀끼리, 여자들끼리 말이 잘 통하잖아요. 후배 배우들과도 마찬가지고요. 아무래도 성향도 비슷하고 섬세한 지점도 닮았으니…. 하지만 '허스토리' 시나리오를 처음 봤을 땐 단순히 '여성 영화', '여성 이야기'라는 지점이 와닿진 않았어요. 대신, 힘든 가운데서도 결국엔 이기고야 마는 한 인간의 이야기가 먼저 와닿았죠."

1983년 영화 '스무해 첫째날'로 데뷔해 어느덧 연기 30년 차를 훌쩍 넘은 김희애. 그는 배우로 산다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다"라고 털어놨다.

"사생활도 공개되고, 사람들 입방아에 오르잖아요. 친구들이 제 험담을 해도 말로 받은 상처가 평생 가슴에 남는데, 평생 그렇게 산다고 생각해보세요. 큰 아픔이죠. 보통 일이 아니에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우는 축복받은 직업이죠. 다시 태어나도 또 하고 싶을 정도로 매력적이에요. 이렇게 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기회도 있고, 다양한 삶을 살아볼 수도 있고요. 개인의 삶과 배우의 삶 균형을 잘 조절한다면 참 좋은 직업이에요."

한편 '허스토리'는 '서양골동양과자점 앤티크', '내 아내의 모든 것'의 민규동 감독이 연출했다. 6월 27일 개봉한다.

김수정 기자 swandive@tvreport.co.kr 사진=YG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허스토리' 스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