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이슈] 김기덕 쇼크...그의 충격적 민낯은 어떻게 숨겨졌었나

[Y이슈] 김기덕 쇼크...그의 충격적 민낯은 어떻게 숨겨졌었나

2018.03.07. 오후 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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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이슈] 김기덕 쇼크...그의 충격적 민낯은 어떻게 숨겨졌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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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거장'이라는 포장지 속 그의 민낯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수십 년간 봉인돼있던 김기덕 감독의 추악한 이면이 공개됐다. 이 같은 문제가 터지고 공론화되면서 개인의 문제를 넘어 한국 사회의 구조적인 변화까지도 이끌어낼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성폭력 피해 고발 운동인 '미투'(MeToo, 나도 당했다) 캠페인이 사회 전반을 뒤흔들고 있다. 미투 운동은 지난해 10월 할리우드 거물 영화 제작자 하비 와인스틴의 성추문으로 촉발, 미 할리우드를 중심으로 대대적으로 일어났다. 우리나라에서는 서지현 검사의 용기 있는 고백으로 미투 운동이 본격화됐다. 연극 연출가 이윤택의 성추행과 성폭력 폭로를 시작으로 미투 운동은 문화예술계로도 확산됐다. 연출가 오태석, 배우 조재현, 조민기, 오달수, 최일화, 한재영, 영화감독 조근현 등 수많은 유명인사들이 고발당했다.

지난 6일에는 영화감독 김기덕에 대한 폭로가 전해졌다. MBC 'PD수첩'은 '영화감독 김기덕, 거장의 민낯'이라는 방송을 통해 김기덕과 조재현에게 성추행과 성폭력을 당했다는 여배우 A, B, C의 인터뷰를 방송했다. 이들에 따르면 김 감독에게 성추행은 "일상적"이었다. 자신의 작품에 출연하는 배우들에게 수치심을 유발하는 성적인 발언을 쏟아내고, 성폭행을 시도했다. 실제 C씨는 김 감독과 조재현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밝히기도. C씨는 두 사람에 대해 "성폭행범이고 강간범이다. 왜 처벌을 받지 않을까 의아했다. 사과를 받고 싶지 않다. 잘못했던 사람들에 대한 예의로 반성하면서 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고통을 호소했다.

김 감독은 'PD수첩'을 통해 "영화감독이란 지위로 개인적 욕구를 채운 적이 없다" "서로의 동의하에 육체적인 교감을 나눈 적은 있다" 등 문자 메시지로 해명했다. 김 감독의 해명에도 영화계 관계자들과 대중들은 참담한 심정으로 '김기덕 쇼크'를 지켜보고 있다. 해외 매체도 이 같은 소식을 비중 있게 다루며 "가장 충격적 고발"이라고 보도했다. 현재 김 감독과 그가 대표로 있는 김기덕 필름 측은 취재진의 연락을 받지 않고 있다. 김 감독의 휴대폰 전화는 꺼져있는 상황이다.

C씨는 영화 '수취인불명' 세트장에서 김 감독의 성폭행 시도와 함께 폭력을 당했다고 했다. '수취인불명'은 2001년 개봉한 영화다. 그때부터 시작한다고 해도 무려 17년이 지났지만 김 감독에 대한 대대적인 폭로는 이날이 처음이었다. 그의 '성추문'은 풍문으로 들렸을 뿐이지, 공론화되지 못했다.

제작진은 "소문만 무성했던 김기덕 감독과 조재현의 성폭력에 대해 취재를 하는 와중에도 그 실체에 다가가기란 쉽지 않았다. 그들이 여전히 영화계에서 큰 힘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실제 김 감독의 영화에 참여 한 스태프는 제작진과 인터뷰 촬영까지 마쳤지만, 생계를 이유로 인터뷰를 방송에 내보내지 말 것을 부탁했다. 취재에 응하더라도 방송에 내보내지 말 것을 요청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고, 고심 끝에 인터뷰에 응한 사람들 모두 신분이 드러날 것을 우려하며 익명은 물론 모자이크와 음성변조를 요구했다는 것. 여전히 영화계에서 그들의 권력과 힘은 강했다. 결국 피해자들만 고통 속에서, 누구에게도 도움을 요청하지 못한 채 지내야 했다.

한 영화사 제작사 대표는 방송 이후 "영화계라서 더 심한 것 아닐 것이다. 법조계, 정치계 등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며 "성범죄가 친고죄가 아니게 된 것이 몇 년 되지 않았다. 권력에 의해 형성된 관계는 꽤나 견고한 것이 사회적 분위기다. 그리고 피해 사실을 고발한 피해자를 힘으로 눌러 찍거나 꽃뱀으로 낙인찍는 경향이 있었다. 2차 피해 때문에 피해자들은 숨어있을 수밖에 없었다"고 김 감독과 조재현 등 영화계 미투 폭로가 늦게 이뤄진 점을 짚었다.

이어 "피해자들은 쉽게 말해서, 인생을 걸고 저항을 해야만 했다"며 "이제는 사회적 권력에 의해 피해를 입은 이들이 단체로 용기를 내기 시작했다. 앞으로도 미투 운동은 지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이현경 영화평론가는 "영화계는 감독이나 제작자 등이 영화를 만들 당시의 파워나 카리스마에 의존하는 부분이 많다. 그 시스템이 옳다는 것이 아니다. 자연스럽게 권위에 순응하게 되는 측면이 없지 않아 있다"면서 "김기덕 감독을 개별적으로 봤을 때 도덕적인 문제가 심각하다. 그렇지만 개인적 차원으로만 본다는 앞으로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다"고 밝혔다.

이 평론가는 "전체적인 한국 사회의 세대교체로 보고 싶다. 한국사회에서 50대 이상 혹은 그 이상이 된 분들이 살아왔던 세상이나 가치관을 볼 때 '젠더 의식'이 높다고 볼 수만은 없다. 이윤택, 김기덕, 조재현 등은 굉장히 심한 경우지만 경미한 경우에서 광범위하게 이런 일들이 많이 있을 것이다. 사회, 문화 환경 속에서 성장하면서 자연스럽게 체득한 것들"이라고 한 뒤 미투 운동에 대해 "사회가 전체적으로 바뀌게 되는 계기로 본다"고 설명했다.

YTN Star 조현주 기자 (jhjdhe@ytnplus.co.kr)
[사진출처 = NEW, 뉴시스, DSB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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