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폿@이슈] 밉보이면 끝나는 요즘 충무로, 이대로 괜찮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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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03. 오전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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밉보이면 끝난다. 아무리 한 치 앞을 예상하기 힘든 영화계라지만, 최근 일련의 사태들을 지켜보면 해도 너무하단 생각이 든다. 충무로가 평점테러, 극단적 프레임에 잔뜩 긴장했다.



# '브이아이피' 강간 장면 없는데 '강간AV?'



'신세계'로 청불 영화 흥행 신드롬을 쓴 박훈정 감독의 차기작이자 장동건, 김명민, 박희순, 이종석이 한데 모여 기대감을 높인 '브이아이피'는 '여혐논란'에 휩싸이며 개봉 첫 주 평점 테러에 몸살을 앓았다.



영화 초반 등장한 여성 살해 장면과 악역 김광일(이종석)의 살해 동기 등이 문제가 됐다. 일부 타당한 지적도 있었으나, '잘 만들어진 강간 AV'(이 영화에 강간 장면은 등장하지 않는다)라는 영화를 보지 않은 이들의 맹비난까지 폭주했다.



이에 감독이 직접 나서 젠더적 감수성이 부족했다는 해명을 했지만 개봉 첫 주 굳혀진 '여혐 영화' 프레임은 더욱 견고해졌고, 결국 개봉 2주차 박스오피스 5위로 추락했다.




# 뉴라이트·친일영화 낙인…난도질 당한 '군함도'



'군함도'도 빼놓을 수 없다. 지난 십수 년간 이토록 기대치가 높은 한국영화가 있었나 싶을 만큼 '군함도'를 향한 관심은 그야말로 역대급이었다. 하지만 개봉 당일 스크린수 2000개를 확보하며 독과점 논란으로 밉보인 이 영화는 이후 '뉴라이트 영화', '친일 영화' 등의 프레임으로 난도질당했다.



급기야 전체 맥락과 상관 없이 짜깁기 된 배우들의 인터뷰 기사가 SNS를 달구며 역사 왜곡 논란을 더욱 부추겼다. 감독과 제작자가 나서 근거 없는 비방을 조목 조목 따지며 억울함을 호소했으나 이미 '군함도'는 '역사 왜곡 영화'로 낙인찍힌 후였다.



개봉 전 역대 한국영화 흥행 신기록을 달성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 '군함도'는 650만 관객을 모으는 데 그쳤다. 손익분기점인 700만 명에 못 미치는 수치다.




# 근거 없는 혐오 프레임 지양해야..자기 검열 우려



다양한 목소리가 존중받고 소리 높일 수 있다는 것은 분명 긍정적 결과다. 관객도, 창작자도 무신경하게 지나쳤던 지점들을 다시금 곱씹어 보고 생각의 외연을 확장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다만, 극단적 평점 테러는 다시 생각해 볼 부분이다. 영화는 소비자가 직접 관람하기 전까진 체험해볼 수 없는 재화이기에 입소문이 더욱 크게 작용한다. 예측할 수 없는 지점에서 극단적 비난이 발화될 수 있다는 트라우마는 창작자로 하여금 자기 검열에 빠지게 할 우려가 있다.



한 영화 배급사 관계자는 "'군함도'와 '브이아이피' 사태를 지켜보며 투자 논의 중이던 시나리오들을 다시 한번 검토했다. 제작 단계인 영화들 중에선 혹여나 문제 될 부분은 수정하는 방향도 고려 중"이라고 전했다.



영화적 쾌감과 장르적 매력보단 무난한 영화들만 늘어날 수 있단 얘기. 건강한 비판이 아닌, 마녀사냥식 혐오 프레임은 분명 지양해야 할 필요가 있다.



김수정 기자 swandive@tvreport.co.kr 사진=영화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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