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폿@이슈] "청불 vs 훈장"…김민희 수상을 둘러싼 아이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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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22. 오후 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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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은 예술, 사생활은 사생활'



홍상수 감독과 불미스런 소문에 휘말린 배우 김민희를 보는 시선은 두 가지로 나뉜다. 연이은 보도에 침묵을 지키던 김민희는 사실상 홍 감독과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영화 '밤의 해변에서 혼자'로 제 67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뤘다. 그들만의 세계에 갇힌 것으로 보였던 두 사람의 행보는 예상 밖의 결실을 거뒀고, 꽤 많은 이들이 놀라워 했다.



그리고 남은 숙제, '배우의 사생활과 일이 어떻게 분리되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이다. 이 의문은 김민희의 수상을 둘러싼 정부 기관의 대처에도 뚜렷하게 나타난다. 한 기관(영상물등급위원회, 영등위)은 영화에 청소년관람불가 판정을, 한 기관(문화체육관광부, 문체부)은 김민희에게 훈장을 주겠다고 나섰다.



22일 문체부 측은 "김민희의 문화 훈장 수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소식이 전해지자 네티즌의 여론은 뜨겁게 들끓었다. 불륜을 인정한 것이나 다름 없는 김민희에게 국민들의 세금이 포함된 훈장을 수훈할 수 없다는 것이다. 앞서 칸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전도연이 훈장을 받았을 때와는 사뭇 다른 풍경이다. 경사에도 불구, 김민희를 향한 대중의 시선은 냉담하기만 하다.




문체부가 훈장을 검토하는 사이 영등위는 '밤의 해면에서 혼자'에 청불 등급을 내렸다. 이유는 분명하다. 남녀의 불륜을 다룬 소재가 청소년에게 유해하다는 것이다. 물론 이는 홍상수 감독의 요청이기도 하다. 그는 매 작품 마다 영등위에 청불 등급을 요청했고, 영등위도 심사를 통해 청불을 내렸다. 다른 때와 달리 이 풍경이 오묘해 보이는 건 이번 영화가 김민희와 홍 감독의 실제 이야기를 담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들의 실화가 청소년에게 유해하다면서 훈장을 검토 중이라니 뭔가 아이러니하지 않은가. 김민희와 홍 감독의 '사랑'을 바라보는 대중의 두 가지 시선처럼 영화를 바라보는 시선 또한 양갈래로 나뉘고 있는 것이다.



지금 두 사람에게는 청불 등급도 문체부 훈장도 중요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러한 현상이 안타까운 이유는 김민희의 수상이 영화계의 경사임에도 축제처럼 환영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그게 바로 현재의 김민희가 처한 현실이다.



트로피를 쥔 김민희의 미소는 아름답기에 안타깝다. 여배우로서 제 2의 인생이 시작됐지만 한국의 여론은 차갑다 못해 얼어 붙었다. 수상을 축하하더라도, 박수를 보낼 수는 없다는 게 대다수 네티즌들의 의견이다. 명성에 걸맞는 수많은 기회들이 쏟아져야 하지만 영광은 그녀의 것이 아니다. '홍상수의 뮤즈', '홍상수의 페르소나'로 살아가는 연기 인생도 나쁘지 않겠지만, 더 많은 기회를 누릴 수 없는 게 김민희의 현실이라니 안타깝다. 그녀가 지닌 훌륭한 가치 때문에 더욱.




김지현 기자 mooa@tvreport.co.kr /사진=DB, 베를린영화제,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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