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폿@이슈] 잘 나가던 '검사외전' 어쩌다 밉보이게 됐나

[리폿@이슈] 잘 나가던 '검사외전' 어쩌다 밉보이게 됐나

2016.02.13. 오전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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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리포트=김수정 기자] 잘 나가던 \'검사외전\'에 독과점 불똥이 튀었다. 매해 반복되는 \'스크린 독과점\' 논란이다.



영화 \'검사외전\'(이일형 감독, 영화사 월광 제작)은 설 황금연휴 기간 동안 530만 명을 끌어모으며 열흘 만에 700만 명을 돌파했다. 이와 같은 흥행에는 역대 최다 수준의 스크린수, 상영횟수가 뒷받침됐다는 지적이 뒤따랐다. 전체 약 2300개 스크린 가운데 1800개를 독식했으니 논란이 일만도 하다. CJ, 롯데와 달리 자사 극장체인이 없는 쇼박스 배급의 영화였기에 그나마 욕을 덜 먹는 상황. 독과점 논란과 함께 영화의 만듦새에 대한 관객들의 호불호도 갈리고 있어 \'검사외전\'을 둘러싼 분위기가 개봉 첫주와 미묘하게 달라졌다.



그렇다고 논란의 화살을 영화에만 돌리기엔 \'검사외전\' 입장에선 억울하다. 배정된 좌석에 얼마큼의 관객이 들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인 좌석점유율이 한때 70% 가까이 치솟았다. 설 연휴를 노린 \'오빠생각\'(이한 감독), \'로봇, 소리\'(이호재 감독)가 뒷심을 발휘하지 못하며, 마땅한 경쟁작 없는 축복받은 대진운도 \'검사외전\'의 폭발적 흥행에 힘을 보탰다.



사실, 흥행작의 독과점 논란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7번방의 선물\', \'은밀하게 위대하게\', \'어벤져스2\', \'명량\' 등 대박작들은 마치 통과의례처럼 독과점 지적을 받았다. 그때마다 관객이 좋아하는 영화를 틀었을 뿐이라는 극장의 항변과 애초에 관객의 선택을 제한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마치 \'닭이 먼저야 달걀이 먼저냐\'라는 식의 논리로 허무하게 수렴됐다.



한 영화가 스크린의 80%를 장악하는 기형적인 일이 왜 벌어졌는지, 그리고 이런 비상식적인 일이 왜 매년 반복되는지 그 원인을 따져보는 게 먼저다. 충무로의 대작 쏠림 현상은 매해 극심해지고 있다. 여름과 겨울 극성수기 시장에 내놓을 100억 규모의 기획형 대작만 늘고 있다. 잘 만든 중저예산 상업영화가 실종되고, 번뜩이는 아이디어의 시나리오는 점점 찾기 힘들어지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성수기와 비성수기, 대작과 저예산 영화의 빈익빈 부익부 격차는 점점 벌어지고 있다.



잘 만든 영화는 제작비 불문, 시기 불문 언제든 통한다. 여기에 영화의 포인트를 제대로 전달하는 마케팅까지 더해지면 금상첨화다. 독립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와 국내에선 생소한 오컬트를 소재로 한 \'검은 사제들\'이 그 예다. 시장논리가 최우선이 되는 순간 영화는 경직되게 마련이다. 두 영화 모두 계산기만 두들겼다면 결코 만들어지지 못 했을 작품들이다.



김혜수는 지난해 인터뷰에서 \"언제부턴가 큰 이견이 없는 수준의 안전한 시나리오만 늘고 있다\"라고 충무로 현실에 안타까움을 드러낸 바 있다. 충무로의 건강한 생태계를 위해 관객도, 영화인들의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때다.



김수정 기자 swandive@tvreport.co.kr 사진=영화 \'검사외전\'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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