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고은, 김고은을 뛰어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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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8.13. 오전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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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리포트=김수정 기자] 김고은으로 시작해 김고은으로 끝난다.



영화 '협녀, 칼의 기억'(이하 '협녀', 박흥식 감독, 티피에스컴퍼니 제작)은 홍이(김고은)의 도약으로 문을 연다. 홍이는 자신의 키보다 훨씬 큰 해바라기를 뛰어넘고 세상을 다 가진 듯 행복한 미소를 짓는다. 훗날 자신이 직면할 비극은 꿈에도 모른 채 갈대밭을 가로지르며 날아든다.



'협녀'는 충무로에 실로 오랜만에 등장한 무협 액션물. 국내에서는 무협 장르에 대한 관객 선호도가 낮은데, 특히 중력을 거스르는 와이어 액션에 대한 거부감이 높은 편. 김고은의 화사한 미소가 더해진 와이어 액션은 이 이질감을 녹여내며 첫 장면부터 관객에게 무협 장르에 빠져들게 한다.



김고은은 '협녀'를 위해 6개월이 넘는 기간 동안 액션 연습에 매진했다. '협녀'를 촬영하는 동안 단 하루도 몸이 안 아픈 적이 없었다던 그는 매회 와이어에 몸을 의지한 채 검을 휘둘러야 했다. 골반이 뒤틀리는 고통에도 내색할 수 없어 숙소에서 홀로 눈물 훔치기를 수차례. 매 순간이 고비였고, 매 촬영이 한계였단다.



복수를 위해 태어난 아이 홍이. 김고은은 홍이라는 토양 위에 '은교'에서 보여준 티없이 맑은 투명함, '차이나타운'에서도 선보인 바 있는 감당하기 어려운 길을 걷게 된 비장미를 겹겹이 쌓아 올렸다. 동물적인 감각의 연기력으로 하나의 캐릭터로 여러 감정을 보여주는 데 성공한 셈이다.




화사한 미소로 '협녀'를 연 김고은은 세상이 무너지는 듯 절절한 표정으로 영화의 문을 닫는다. 감히 상상조차 하기 힘든 슬픔이 김고은의 얼굴을 타고 관객에게 와 닿는다. 김고은은 오프닝에서는 관객을 단숨에 무협물로 끌어당기고, 엔딩에서는 묵직한 여운을 안긴다. 박흥식 감독이 김고은을 두고 "전도연, 이병헌에 필적할 만한 에너지를 가진 배우"라고 치켜세운 것은 괜한 립서비스가 아니었다.



김고은에게 '협녀'는 분명 자신의 키를 훌쩍 넘는 해바라기, 아니 태산과도 같은 작품이었을 터. 악으로, 깡으로 버티며 보기 좋게 '협녀'라는 산을 넘은 김고은. 좌절의 쓴맛을 감내하고 얻은 결과물은 제법 달콤하다.



김수정 기자 swandive@tvreport.co.kr 사진=영화 '협녀' 포스터 및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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