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 Day] CJ가 만든 反재벌 영화라는 아이러니 ③

['베테랑' Day] CJ가 만든 反재벌 영화라는 아이러니 ③

2015.08.05. 오전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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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리포트=김수정 기자] 유전무죄, 무전유죄? 영화 '베테랑'(류승완 감독, 외유내강 제작)은 이 외면하고 싶지만 사회 깊숙이 박힌 명제에 보기 좋게 핵펀치를 날린다.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어?! 쪽팔리게는 살지 말자!"라고.



'베테랑'은 광역수사대 형사 서도철(황정민)이 재벌3세 조태오(유아인)와 벌이는 한판 승부를 그린 영화다. 어린 아이가 개미 새끼 눌러 죽이듯 별다른 죄의식 없이 약물과 폭력에 빠져사는 조태오는 발악을 하며 자신에게 덤벼드는 서도철이 영 귀찮기만 하다. 그도 그럴 것이, 태오에게 법이라느니 정의라느니 하는 것들은 언제든 돈으로 살 수 있는 재화나 다름없기 때문.



그런데 서도철 이 양반 역시 보통내기가 아니다. 돈으로 슈퍼갑질하는 조태오에게 정의로 맞선다. 지구 끝까지 물고 늘어질 기세로 질주하는 그를 광역수사대 역시 묵묵히 돕는다. 돈으로 손쉽게 무마될 줄 알았던 화물트럭 운전수 배기사(정웅인) 사망 사건이 서도철 덕분에 복잡해졌다. 조태오에게 서도철의 등장은 그야말로 예상치 못했던 변수.



영화는 조태오가 서도철의 태클에 돈으로 응수하는 모습을 통해 대한민국의 지금을 반추하게 한다. 조회장(송영창)이 휠체어에 올라탄 채 소환되는 모습이나, 그가 아들 태오의 폭력사건 대가로 최상무(유해진)를 매질하는 장면 등에서 몇 년 전 우리를 분노하게 했던 재벌 총수들의 모습이 떠오른다. 엄청난 기시감이다.




재밌는 점은 '베테랑'의 CJ엔터테인먼트가 이러한 '반(反)재벌 영화'에 선뜻 투자했다는 것. 범삼성가인 CJ엔터테인먼트에서 재벌가의 맨얼굴을 낱낱이 드러내는 이 영화에 투자하기까지 어려움은 없었을까?



이에 대해 제작사 외유내강 강혜정 대표는 "솔직히 시나리오 작업 과정에서 CJ가 거절하면 어떻게 하나 우려가 많았다"라면서 "하지만 CJ는 제작 과정을 통틀어 재벌 묘사에 대해 그 어떤 수정 요청도 없었다. 고마운 부분"이라고 전했다.



CJ엔터테인먼트 관계자 역시 "CJ 영화팀의 기본 기조는 '작품만 좋다면 오케이(OK)'다. 제작사에 이래라저래라, 소위 갑질한 사례는 없다"고 밝혔다.



류승완 감독은 '베테랑'의 조태오에 대해 "연상되는 실존인물이 있지만 누구라고 콕 집긴 그렇다"라고 에둘러 설명했다. 류 감독은 조태오 개인보다 그를 괴물로 만든 시스템에 방점을 찍고 싶다고 했다.



'베테랑'이 주는 통쾌함은 단순히 재벌 개인을 희화화하는 것이 아닌, 재벌가와 조태오의 대비를 통해 대한민국의 지금을 돌이켜 보게 하는 데서 터져 나온다. 류승완은 이러한 통쾌한 메시지를 잘 빠진 상업영화 틀 안에 세련되게 녹여내는 데 성공했다.



돈 없이도 제대로 산다는 것의 고단함, "인간은 못 돼도 괴물은 되지 맙시다"라는 모 영화 속 명대사가 떠오르는 요즘. '베테랑'이 선사하는 쾌감이 유난히 시원하게 느껴진다. '베테랑'은 8월 5일 개봉한다.



김수정 기자 swandive@tvreport.co.kr 사진=영화 '베테랑' 포스터 및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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