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타운'은 왜, 쉼 없이 먹방을 했을까?

'차이나타운'은 왜, 쉼 없이 먹방을 했을까?

2015.05.07. 오전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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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리포트 = 조지영 기자] 제54회 칸영화제 비평가주간 공식 초청작인 범죄 액션 영화 '차이나타운'(한준희 감독, 폴룩스픽쳐스 제작)이 영화 속 비하인드 스토리를 공개해 눈길을 끈다.



필요에 의해 거둬졌지만 금세 쓸모 없어 버려진 어린 일영(김수안)이 엄마(김혜수)를 다시 찾아와 처음 했던 말은 "배고파"였다. 성인이 된 일영(김고은) 역시 위기의 순간이 찾아오자 배고프다는 말을 가장 먼저 내뱉는다. 일반 사람들이 듣기에 일상적일 수 있는 이 대사는 버려지지 않기 위해 살아가는 일영에게는 생존 그 자체를 의미하는 말.



각본을 쓴 한준희 감독은 "생존은 곧 의식주와 연결된다. 일영이 먹는 음식, 입고 있는 옷이 바뀔 때 생존의 문제도 변한다. 영화에 유독 먹는 신이 많은데 먹는다는 건 이 영화에서 그만큼 중요했다"라는 말로 살아남는 것에만 집중하며 버텨온 일영의 삶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대사였음을 밝혔다.



일영뿐 아니라 마가흥업 식구들에게도 먹는다는 행위는 삶을 살아낸다는 생존 욕구를 의미한다. 엄마와 식구들이 음식을 앞에 두고 마주 앉아 있는 장면이 속속 등장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또한 다양한 인간 군상들이 모여든 차이나타운은 다양한 색감으로 영화를 채우고 싶어한 한준희 감독의 의도와 정확히 부합하는 장소였다. 실제 차이나타운에서 영감을 받은 한준희 감독과 이목원 미술감독은 일영과 엄마의 관계를 '색'이라는 명확한 방법을 통해 표현해 냈다.



먼저 악착 같은 삶의 태도를 보이는 일영을 상징하는 색은 붉은색이다. 반면 차이나타운 전체를 지배하는 엄마의 색은 붉은색과 완전한 보색관계인 녹색을 선택했다. 엄마의 끈질긴 생명력과 강력한 영향력을 상징하는 이 색은 일영이 버려진 지하철 보관함, 사진관까지 일영의 주변을 온통 뒤덮고 있다.



하지만 일영이 엄마를 극복하는 후반부부터 영화의 톤은 한 순간에 반전된다. 엄마의 강한 녹색으로 인해 탁색을 띄던 일영의 붉은색이 엄마를 극복하게 되면서 선명한 붉은색으로 탈바꿈된다. 일영의 의상은 물론 일영의 공간이 된 사진관 역시 선명한 붉은색으로 표현되며 강렬한 기운을 발산한다.




비정한 세계 차이나타운을 살아가는 식구들의 모습을 표현하기 위해 모든 배우들은 멋이 아닌 리얼리티를 선택했다. 송종희 분장감독은 각 인물들의 사연을 녹여 캐릭터 모두를 실존하는 인물처럼 만들어냈다.



유럽의 히피부터 러시아 여자 마피아, 황학동과 청계천 노숙자들의 스타일까지 검토한 제작진과 하루에도 수 십장의 콘셉트 사진을 공유하며 의견을 나눈 김혜수는 수많은 회의와 고민 끝에 지금의 엄마 캐릭터를 완성시켰다.



빳빳하게 선 하얀 머리칼은 차이나타운에서 꼿꼿이 버텨낸 시간을 상징하고 보형물로 가득 채운 배와 엉덩이에는 그녀가 살아남기까지 세월의 무게와 외로움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엄마의 다음 세대를 이을 일영은 엄마의 젊은 날을 떠오르게 하는 짧은 헤어스타일을 선보인다. 한참 외모를 꾸밀 또래 소녀들과 다르게 화장기 없는 수수한 얼굴로 일반적인 세상과는 동떨어진 인물임을 보여준다.



거친 삶과 달리 잡티 하나 없는 그녀의 얼굴은 후반부 목숨을 위협받는 상황에 처해 상처를 입었을 때 극명한 대비 효과를 보여주며 드라마틱한 변화를 선사한다.



'차이나타운'은 사채꾼 손에서 자란 소녀와 암흑 세계의 강렬한 여성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김혜수, 김고은, 엄태구, 박보검, 고경표 등이 가세했고 한준희 감독의 첫 장편영화 데뷔작이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tvreport.co.kr 사진=영화 '차이나타운'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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