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트' 염정아 "기미·파마까지...무장해제됐죠"

'카트' 염정아 "기미·파마까지...무장해제됐죠"

2014.11.20. 오전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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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리포트=김수정 기자] 배우 염정아(42)가 이목구비만큼이나 시원시원한 목소리로 커피를 주문하며 카페로 들어선다. 차가울 것 같단 선입견이 인터뷰를 시작하기도 전 깨진 것은 애교. 스스로를 "동탄댁"이라고 밝히며 호탕하게 수다를 이어가는가 하면, 개봉 후에도 계속된다는 홍보 일정에 "우리 애들이랑 놀아야 하는데"라는 귀여운 투정을 부린다. 영화 '카트'(부지영 감독, 명필름 제작)에서 함께 호흡을 맞춘 문정희가 염정아를 일컬어 "엄청난 인격체의 소유자"라고 말한 것은 괜히 하는 얘기가 아니었다.



1991년 미스코리아 선으로 데뷔한 그는 당시로써는 흔치 않았던 서구적인 외모로 섹시함과 함께 어딘가 묘하게 신비로움을 풍겼다. 데뷔 후 여러 작품에서 호연을 펼쳤지만 그가 배우로서 본격적으로 제 존재감을 발휘한 건 2003년 김지운 감독의 '장화, 홍련'부터일 터. 이후 '범죄의 재구성'(04, 최동훈 감독) '오래된 정원'(06, 임상수 감독) 등에서 여배우로서 탄탄한 입지를 다졌다.



'카트'는 오랜만에 스크린에서 만개한 염정아를 보는 것만으로도 그 의미가 깊다. 깊게 팬 주름, 양볼을 뒤덮은 기미, 생활의 피로가 내려앉은 고단한 얼굴, 촌스러운 헤어스타일까지. 수학여행 가고 싶다는 고등학생 아들의 푸념에 미안한 한숨만 쉴 수 없는 엄마지만, 오늘보다 나은 내일이 있을 것이란 희망에 마트에서 열심히 바코드를 찍고 야근까지 도맡아 한다.




"기존에 가진 이미지가 세잖아요. 선희한테 몰입이 안 될까봐 걱정이 많았죠. 실제로 마트에서 일하시는 분들은 선희처럼 촌스럽지 않아요. 저는 실제보다 더 촌스럽게 만들었죠. 그래야 센 이미지가 조금이라도 덜 보이니까. 그래도 참 좋았어요. 다이어트 걱정 없이 맘껏 먹을 수 있고, 의상 걱정도 안 해도 되니까.(웃음)"



"반찬값 아니고 생활비 벌러" 마트에 나온다는 선희는 정규직 전환을 눈앞에 두고 회사로부터 일방적인 계약해지 통보를 받는다. 생활비 걱정이 눈앞이 깜깜하지만 얼떨결에 노조원을 대표해 사측과 맞서게 되고, 처음으로 세상을 향해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어찌 보면 '카트'는 선희의 성장영화이기도 하다.



"몸이 힘든 건 중요하지 않았어요. 정신적으로 선희를 어떻게 지켜나갈까, 성장과정을 어떻게 그려낼까가 힘들었죠. 선희가 아들 태영(도경수)이 아르바이트비를 못 받자 편의점 사장(김희원)에게 바득바득 따지잖아요. 당해도 말 한마디 못했던 선희가 달라진 거죠. 나는 당해도, 내 아들이 당하면 안 되지. 세상이 이러면 안 되지. 이런 심정이었을 거예요. 영화 초반보다 선희가 성장한 거죠."




몸은 힘들지 않다고 했지만, 사실 '카트'는 몸으로 부딪혀 버텨야 할 장면이 많았다. 한겨울 물대포를 맞는 장면이나 온몸으로 용역 업체의 발길질을 견디는 장면 등, 결코 쉽지 않았을 장면들을 '카트'의 배우들은 맨몸으로 부딪혔다. 함께 투쟁했던 조합원들이 맞고 쓰러지는 것 같아 영화 보는 내내 같이 울었다는 염정아는 "우리는 진짜 싸웠고 정말 많이 울었다. 그 순간만큼은 진짜 조합원이었다"고 회상했다.



"'카트' 배우들의 연기가 하나 같이 좋았던 게, 서로에 대한 경계심, 신경전이 전혀 없었거든요. 그러니 앙상블이 좋을 수밖에 없죠. 그 자체가 조합원이었다니까요. 누구 하나 성격 모난 사람 없이 정말 좋았어요. '카트' 촬영장에서 만큼은 완전히 무장해제돼 몰입했어요."



집에 돌아오면 여배우 염정아가 아닌, 평범한 "동탄댁"이 된다는 그는 스스로에 대해 "아주 사소한 것까지 신경 쓰는 엄마, 아내"라고 설명했다. 보고만 있어도 마음이 따뜻하게 차오르는 게 바로 가족. '카트' 홍보가 끝나는 대로 아이들과 놀러 다닐 생각에 벌써 들뜬다니, 영락 없는 대한민국의 평범한 아줌마요, 아내였다.




"사실, 배우로서 고민이나 슬럼프가 크진 않아요. 가정 안에서도 정말 바쁘거든요. 아이들 학원도 데려다 줘야지, 세탁소도 가야지, 마트에 장도 보러 가야지. 할 일이 얼마나 많다고요. 물론 예전엔 촬영장 나와서 집 생각에 힘들고, 집에 있으면 일하고 싶은 생각에 우울했죠. 이젠 그런 고민이 배우 염정아나 엄마 염정아 어느 하나 도움이 안 된단 사실을 알게 됐어요. 절대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우리 가족이 모두 행복할 선택을 해야 한다는 거죠. 저한텐 가족이 제일 중요해요. "



김수정 기자 swandive@tvreport.co.kr 사진=문수지 기자 suji@tv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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