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나의 까;칠한] 아빠 배우는 딸에게 떳떳할까

[김예나의 까;칠한] 아빠 배우는 딸에게 떳떳할까

2018.02.23. 오후 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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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 중 여제자의 가슴을 건드리며 격려한다. 술에 취해 포옹을 하고, 안마도, 뽀뽀도 요구한다. 여후배의 바지 속에 손을 넣는다. 은밀하게 꾸준히 후배들을 괴롭힌다. 그런 그들에게는 딸이 있다. 집으로 돌아가면, 딸의 신변을 걱정할 그런 아빠.



배우는 직업이다. 화면 혹은 무대를 배경으로 다른 이의 삶을 대신해 표현하는 일을 할 뿐이다. 하지만 이를 신분으로 착각했던 걸까. 배우를 쭉 하다보니, 저절로 선배가 되고 어느새 선생님이 됐다. 그렇게 얻은 힘으로 본인보다 약한 상대를 괴롭혀도 괜찮다는 무의식 속 믿음이 쌓였나보다.



조민기, 오달수, 조재현이 연이어 성추행 배우 명단에 이름이 올랐다. 이니셜을 시작으로 상당히 구체적인 피해자 제보가 줄 잇는 중이다. 이들이 진짜 성추행을 벌었는지, 일방적으로 매도를 당하는지 여부는 결론난 상태는 아니다. 사실 확인은 피해자 증언을 토대로 경찰수사로 밝혀지겠다.



일단 경찰 조사가 가장 먼저 착수된 건 조민기. 자신이 교수직을 맡고 있던 청주대학교 연극학과 학생들에게 수년째 성추행 이상의 고통을 안긴 것으로 폭로됐다. 조민기는 끝까지 “명백한 루머”라고 주장하며 법적 대응을 언급했지만, 당장은 경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는 태도로 돌변했다.



‘천만요정’의 타이틀을 달고 호감배우로 통하던 오달수는 순식간에 성추행 가해자로 지목됐다. 오달수는 며칠 전 성폭행 논란으로 물의를 일으킨 이윤택이 이끌던 극단 연희단거리패 출신으로 1990년대부터 여후배들에게 지속적으로 성추행을 일삼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조민기와 달리 오달수는 관련 입장 발표 대신 함구를 택했다. 이 때문에 논란은 가중되고 있다.



연극계 성추문이 터졌을 당시부터 이니셜로 등장했던 배우 조재현. 후배 최율의 증언으로 쉬쉬하던 조재현의 실명이 노출됐다. 조재현은 연극, 영화, 드라마를 오가며 왕성하게 활동하는 배우. 그동안 조재현과 관련해 나돌던 성추문이 수면위로 올라오기 시작했다.



공교롭게도 조민기, 오달수, 조재현에게는 딸이 있다. 심지어 조민기와 조재현은 2015년 SBS ‘아빠를 부탁해’에 출연, 딸의 신상까지 모두 공개했다. 딸에게 한없이 사랑을 베푸는 아빠로 시청자들을 흐뭇하게 했다. 오달수는 생활고로 이혼한 아내와 사이에 딸 하나를 두고 있다. 언론매체에 딸에 대한 사랑을 드러내면서도 조심스러워하는 기색을 보이곤 했다.



그랬던 조민기, 오달수, 조재현이 여제자 혹은 여후배들에게 상처를 입혔다는 목소리가 모였다. 단정할 수 없지만, 순간에 우발적인 사고였다면 지금의 미투(#Me Too) 움직임까지 확산됐을까.



애인처럼 잘해주고 싶다던 조민기의 딸, 하나 밖에 없는 오달수의 딸, 아빠를 따라 배우를 하는 조재현의 딸은 소중하다. 그들처럼, 다른 집 딸 모두가 귀하다. 설마 이걸 모르진 않겠다.



다만 직업 의식이 너무 끓어 넘쳐서 그랬다고 보면 될까. 집에서는 평범하게 좋은 아빠가 되고 싶지만, 집을 나서면 가해자로 돌변하는 배우로.



김예나 기자 yeah@tvreport.co.kr/사진=TV리포트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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