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폿@이슈] 정정아 씨, 11년 전 상처 딛고 이젠 웃어요

정정아는 누구일까? 배우? 방송인? 리포터? 이젠 그를 수식할 단어가 딱히 떠오르지 않는다. 아나콘다 사건으로 전성기를 허망하게 떠나보내고 공백기를 가진 연예인 정정아. 11년이 지난 이제야 제대로 목놓아 울 시간이 주어졌다.

지난 24일 방송되 EBS1 '리얼극장 행복'에서는 정정아가 아버지와 함께 중국 여행을 떠나는 모습이 전파를 탔다. 정정아, 기억 속에 희미하게 기억되는 연예인이다.

정정아는 2005년 KBS2 '도전 지구탐험대' 특집촬영에 합류했고 촬영 도중 아나콘다에 물리는 사고를 당했다. 연예계를 뜨겁게 달군 사고. 정정아는 이 사건의 가장 큰 피해자였다.

이 때문에 '도전 지구탐험대'는 안전 불감증이라는 문제를 떠안고 폐지됐다. 그리고 정정아는 또 한번 피해를 입게 됐다. 프로그램에 폐를 끼친 연예인이라는 시선 때문. 육체적인 고통보다 힘들었던 정신적 고통이었다. 정작 그를 감싸줘야할 가족인 아버지는 그를 더욱 크게 나무랐고, 정정아의 상처는 더 깊어졌다.

너무 멀어진 탓에 정정아는 아버지와 관계를 회복하고자 중국 여행을 결심했다. 여행 도중 정정아는 아버지에게 그때의 일들을 물었다. 아버지는 딸 때문에 제작진이 피해를 입는 게 싫었고, 그 때문에 딸이 오랫동안 쌓은 방송 경력을 잃을까 걱정했다.

여행 중에도 딸을 죄인으로 만드는 아버지의 모습은 여전했다. 결국 정정아는 목놓아 울며 "내가 잘못한 게 없는데 왜 자꾸 내 잘못이라고 하느냐"고 따졌다. 이제야 아버지는 "아버지의 사랑을 받아본 적이 없어 줄줄 몰랐다"고 고백했다.

여행을 통해 허심탄회하게 대화하는 시간을 가진 정정아와 그의 아버지는 점점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정정아의 아버지는 딸을 향한 애정 섞인 마음을 고백했고 정정아는 그 말에 감동했다. 힘들었던 시간 때문에 흘린 눈물은 감동의 눈물로 변했다.

아버지와 의미있는 여행을 다녀온 정정아. 이 때문에 자신의 곪고 곪은 상처를 드러낸 정정아. 11년이라는 시간 동안 묵혀둔 상처와 눈물을 이젠 털어놓고,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길. 미처 모두 이루지 못한 전성기의 꿈을 다시 실현하길 바라본다.

김가영 기자 kky1209@tvreport.co.kr/ 사진=EBS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