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리는 유시민표 예능에 열광하는가?

왜 우리는 유시민표 예능에 열광하는가?

2016.01.26. 오후 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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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리포트=봉성창 기자] 그는 많은 것을 이뤄낸 비운의 정치인이다. 두 번의 국회의원과 장관을 지낸 정부의 핵심 인사이기도 했지만, 그 이후 세 번의 선거에 연거푸 낙선하고 시원하게 정계를 떠났다. 지금은 스스로 작가라 불리는 것을 가장 좋아하는 평범한 유명인이 됐다. 예나 지금이나 역설적인 인생이다. 유시민 작가 이야기다.



유시민 작가는 오래 전부터 방송과 친숙한 인물이다. 21세기 한국 방송에서 토론이라는 콘텐츠를 정착시킨 MBC 100분 토론의 2대 사회자이자, 현재 팟캐스트 업계에서 EXO급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그런 그가 썰전이나 비정상회담 정도의 예능 프로그램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기란 사실 매우 쉽다. 한 마디로 내공이 남다르다는 이야기다.



그래서일까. 그가 부쩍 요즘 방송에 등장할 때마다 대중들은 열광한다. 주로 인터뷰나 토론에서만 얼굴을 비추다가 이제는 썰전, 비정상회담과 같은 예능 프로그램까지 영역을 넓혔다. 머지않아 우리는 유 작가의 냉장고 속에 무엇이 들었는지, 혹은 노래하다가 가면을 벗어던지는 유 작가의 모습을 볼 수 있을 지도 모른다. 어디까지나 과장이고, 농담에 가까운 예측이다.



그러나 아주 불가능한 이야기만은 아니다. 그에 대한 대중들이 얼마나 관심을 가지는지에 대한 가장 대표적인 지표가 포털 실시간 검색어다. 그가 방송에 한번 출연하면 어김없이 실시간 검색어에 이름을 올린다. 마치 초창기 요리연구가 백종원을 보는 듯 하다. 그런 화제의 인물을 방송국에서 가만 놔둘 리 없다.



정치인에게 꼭 필요한 덕목인 대중적인 호감을 정계 은퇴하고 나서야 쌓고 있는 것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모든 것을 내려놓은 듯한 서글서글 웃는 표정 속에서, 놀라운 통찰력과 깊은 지식을 바탕으로 나오는 그의 말 한 마디에 대중들은 열광한다. 그것은 어눌하고 모자란 말의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시원한 청량감마저 준다.



특히 ‘비정상회담’에서는 유 작가가 보여준 잠재력은 그 이전과는 성격이 판이하게 다르다. 썰전이 예능적인 재미를 더한 토론 프로그램이라면, 비정상회담은 토론의 형식을 빌린 예능 프로그램이다. 토론자 유시민이 아니라 출연자 유시민으로서 더 많은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줄 수 있다는 이야기다. 3번의 낙선 이야기에 당황해 하고, 독일어 실력을 뽐내고, 유아인의 잘생긴 외모를 은근슬쩍 질투하는 그런 모습 말이다.



이를 통해 기존 정치인 유시민에게 가지고 있었던 대중의 편견이 서서히 깨지고 있다. 바른말만 하는 밉상에서 바른말을 하는 현자 이미지로 조금씩 변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그를 잘 아는 사람에게는 통쾌함을, 그를 잘 모르는 사람에게는 반전의 매력을 심어준다.



일단은 JTBC에서 시작했지만, 유 작가가 앞으로 얼마나 더 적극적으로 방송활동을 할지는 아직 단정 짓기 어렵다. 스스로 자제할 수도 있고, 혹은 여전히 그의 이름 석 자에 붙어있는 진보인사 혹은 운동권 투사의 이미지가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



물론 그가 방송 출연을 정계 복귀의 발판으로 삼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그동안 많은 사람들이 그래왔듯 말이다. 방송 출연 관련 기사를 살펴보면 ‘아까운 인재’라거나 더 나아가 다시 정치를 해주기를 바라는 응원 댓글도 적지 않다. 그 반대급부의 비아냥 댓글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이제야 대중들이 온전히 그의 말에 드디어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이는 2002년 정계에 입문한 이래 좌파, 빨갱이, 정치인, 노빠 등과 같은 온갖 편견의 그림자를 벗어던지고 나서야 비로소 얻게 된 결과다. 방송인 혹은 예능인 유시민이 앞으로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봉성창 기자 bong@tvreport.co.krn / 사진=JTBC '비정상회담' 화면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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