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줌인] '송곳' 모른 척 하고 싶었던 乙들의 싸움 (종영①)

[TV줌인] '송곳' 모른 척 하고 싶었던 乙들의 싸움 (종영①)

2015.11.30. 오전 0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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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리포트=용미란 기자] '송곳'에는 로맨스도 재벌도 없다. 이 시대 乙들이 겪는 치열한 현실만이 있을 뿐이다.



29일 JTBC '송곳'이 막을 내렸다. ‘송곳’은 대형마트에서 벌어진 비정규직 해고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다룬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하여, ‘웰 메이드’ 드라마란 호평을 받았다. 소위 말하는 ‘한국 드라마 공식’을 깼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무엇보다 ‘송곳’에는 여자 주인공과 로맨스가 없었다. 방영 전부터 ‘송곳’과 비교를 했던 ‘미생’에서조차 있었던 두 가지가, ‘송곳’에서는 철저하게 배제됐다. 남자 주인공 이수인(지현우)의 관심사는 로맨스가 아니라, 푸르미 마트 직원들의 생존이었다.



덕분에 ‘송곳’을 가득 채운 건, 회사 앞에 철저한 을이 되어야 했던 이들의 삶이었다. 드라마는 이 시대 직장인들이 겪었던, 겪고 있는, 혹은 겪을 수 있는 현장의 이야기를 현실적으로 풀었다. 그렇기 때문에 노사 문제를 다루면서도, 단순히 이분법적인 시각을 고수하지 않았다. 대신 사장부터 중간 관리자, 노동자, 노무사의 속사정을 가감 없이 드러내는 방법을 택했다.



이런 점에서 정민철(김희원)의 존재는 특별했다. 정민철은 현장 출신 정육사원에서 마트 부장까지 올라간 신화적 인물이었지만, 인사상무의 이해관계에 따라 철저하기 이용당하는 ‘결국은 을’인 사람이었다. “나도 열심히 살았다”고 항변하는 정민철에게, 구고신은 “당신도 조금만 달랐다면, 다른 위치로, 다른 입장으로 사무소에 앉아 있었을 거다. 사는 건 벌 받는 것도, 상 받는 것도 아니다. 그냥 그렇게 살아가는 거다”라고 답했다.



시청자의 가장 큰 공감을 얻었던 장면은 노동자와 노동자의 대립 장면이었다. 황준철(예성)이 징계 위원회에 회부됐을 때, 거래처와 프로모터들은 사측인 허 과장(조재룡)의 편에서 허위 진술을 했다. ‘乙은 乙을 돕지 않는다’는 갑(甲)의 필승 공식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대목이었다. 차성학(김희창)이 비정규직으로 쫓겨났을 때, 회사 앞을 가로 막은 사람도 ‘말 잘 듣던 정규직 놈들’이었다.



최후의 수단으로 파업을 택했던 일동점 조합원들을 분노케 했던 주범도 회사가 아니라 같은 노동자였다. 파업 직전 노조를 탈퇴한 캐셔들과 대체 근무자로 투입된 비정규직, 파견직원을 보고, 조합원들은 무섭게 돌변했다. 남동협(박시환)을 위시한 조합원들은 “남의 밥그릇 뺏으니깐 좋냐”, “니들은 안 잘릴 거 같냐”, “개, 돼지처럼 살지 말자”는 구호를 외쳤다.



노골적으로 현실을 묘사한 ‘송곳’이 불편하다는 시각도 있었다. 일부 시청자들은 온라인을 통해 “(드라마가) 재미없다기보다는 너무 현실적이라서 보고나면 마음이 아프다”, “현실이 아닌 재벌과의 로맨스나, 막장 드라마 보면서 욕하고 싶은 거지, 현실을 보고 욕할 수는 없지 않냐”는 의견을 남겼다(출처: http://www.hotge.co.kr/b/v/ddanzi/13046).



또 다른 시청자는 “송곳이 인기 있을 나라였으면 애초에 이 꼴이 나지도 않았다”며 씁쓸해 했다(출처: http://te31.com/rgr/view.php?id=rgrong&no=996535).



용미란 기자 yongmimi@tvreport.co.kr /사진= JTBC '송곳' 방송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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