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폿@이슈] '마리텔', 결국 악플과의 싸움…백종원이 남긴 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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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7.26. 오후 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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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리포트=김지현 기자] "출연자들이 정신을 무장하고 녹화를 진행해도 카메라 앞에서 실시간으로 악플과 마주했을 때의 충격은 이루 말할 수 가 없다"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이하 '마리텔')의 메인 연출자, 박진경 PD가 네티즌에게 당부한 글이다. 제작진이 눈에 불을 켜고 채팅방을 관리하지만 미리 차단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결국 네티즌 본인의 양심에 맞길 수 밖에 없다.



시청률 10%를 넘으며 승승장구하던 '마리텔'에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백종원이 하차를 선언한 것. '마리텔' 제작진은 잠정적 하차라고 강조했지만, 그를 다시 채팅방 앞에 세우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제작진의 말대로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해도 악플에 강해지기란 쉽지 않다. 백종원의 결심이 이해되는 이유다.



이번 하차의 배경에는 백종원이 최근 겪은 개인적인 일로 인한 심리적 부담으로 보인다. 백종원의 부친 백승탁 전 충남교육감은 지난 달 중순 대전의 한 골프장에서 20대 여성 캐디를 추행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은 바 있다. 백 씨는 혐의를 부인했으나 경찰은 백 씨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할 방침이다.



백종원 입장에서는 실시간으로 네티즌의 글이 올라오는 채팅방에 부담을 느꼈을 터. 사전 검열이 힘들 터라 더욱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마리텔'은 인터넷 방송에 지상파를 결합한 최초의 예능이다. 이 프로그램의 포맷이 신선하게 느껴지는 건 네티즌의 의견을 엿볼 수 있는 채팅방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지상파 예능은 특성상 일방적 소통에 머물 수 밖에 없었다. 반면 '마리텔'은 쌍뱡항 소통이 가능한 유일한 예능이다. 사람들이 '마리텔'에 주목한 건 이 획기성 때문. 문제는 이 쌍방향에도 일방성이 숨어있다는 점이다.




출연자는 자신의 모든 신분을 노출한 채 카메라 앞에 서지만 네티즌들은 익명의 가면에 숨어 글을 올린다. 호의적인 네티즌이 대다수지만 더러 물을 흐리는 네티즌들, 악플러도 존재한다. 이를 모두 감수하고 프로그램에 출연하더라도 악플이 주는 타격은 크다. 게다가 생방송으로 진행돼 감정을 컨트롤 할 여유가 없다.



백종원은 그 어떤 출연자 보다 네티즌과 원할하게 소통하는 이였다. 이는 단순히 채팅방을 자주 보고, 답변을 한다고 해서 생기는 능력이 아니다. 네티즌의 비위를 맞추다 이들의 분위기에 휩쓸려 정작 본인이 준비한 방송을 제대로 마치지 못하는 출연자도 상당했다. 하지만 백종원은 채팅방을 관리하는 능력이 뛰어났다. 인터넷 방송의 조상이라고 불리는 김구라 보다 네티즌과의 소통에 능숙했다. 자신의 콘텐츠(요리)에 충실하면서도, 채팅방의 글들을 캐치하는 능력이 뛰어났다. 그는 이들에게 눈높이를 맞추면서도, "그런 글은 위험하다"고 경고할 수 있는 힘이 있었다. 이처럼 통송력이 뛰어난 백종원도 악플은 두려웠던 것이다.



네티즌과 채팅방은 '마리텔'이 가진 가장 강력한 무기다. 그러나 양날의 검은 언제든지 소유한 이의 손까지 벨 수 있을 정도로 너무 날카로워 문제다. 악플의 수위가 심각할 경우 이들을 처벌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



현실적으로 제작진이 당장 내놓을 수 있는 뾰족한 대책은 없을 것이다. 검열이 엄격해지면 자유로운 분위기가 형성되기 힘들고, 소통에도 방해가 될 것이다. 인터넷 실명제를 도입하라는 의견도 있지만 이 역시 분명 부작용은 있다. 결국 네티즌의 양심에 맡길 수 밖에 없다. 혹시 자신이 악플러, 일명 '키보드 워리어'가 아닌지 돌아보는 성찰이 필요한 때다. 이것이 백종원이 남겨 준 숙제가 아닐까.



김지현 기자 mooa@tvreport.co.kr /사진=백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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