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래원 “'펀치' 초반, 연기 안하는 것처럼 보였을 것” [인터뷰②]

김래원 “'펀치' 초반, 연기 안하는 것처럼 보였을 것” [인터뷰②]

2015.03.02. 오전 0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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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표재민 기자] 배우 김래원(33)은 종영한 SBS ‘펀치’에서 선배 조재현과 다시 한 번 호흡을 맞췄다. MBC ‘눈사람’ 이후 10년 만이다. 두 사람은 ‘펀치’에서 서로 못 잡아먹어 안달인 관계였다. 그래도 상대방이 끝까지 추락하지 않길 바라는 듯한 마지막 역린은 건드리지 않는 듯한 인상을 풍겼다.

두 사람이 서로를 악랄하게 괴롭히는 이 모습은 남녀 관계의 사랑보다 더 진한 형제애 같았다. 분명 살뜰히 협업하는 관계는 아니었지만, 결국 믿을 사람은 서로뿐인 듯한 느낌이 있었다. 조재현이 연기하는 이태준, 김래원이 연기하는 박정환은 서로에게 상처를 안겨도 죽을 때까지 괴롭히진 않는 요상한 ‘브로맨스’를 형성했다.

“‘펀치’에 출연한 배우들끼리 정말 좋았어요. 연기에 대한 깊은 이야기도 많이 나눴죠. 선배님은 말씀 대신 본인 연기로 보여줍니다. 선배님과 하면서 참 많이 배웠어요. 선배님은 상대 배우와의 호흡이 정말 좋아요. 선배님이 정확하게 연기하는대로 제가 많이 따라갔죠. 짜장면 먹는 장면을 보며 깜짝 놀란 게 있어요. 그 장면이 사실 한 공간에서 함께 찍은 것이 아니거든요. 선배님이 찍고 전 따로 찍었어요. 그런데 마치 약속한 것처럼 서로 대화를 주고받는 것처럼 보이죠. 상대 배우와의 연기 호흡이 정말 좋아요.”

태준과 정환이 초반 태준이 설치한 CCTV를 통해 함께 짜장면을 먹는 것처럼 대화를 한 장면이다. ‘펀치’는 끝났다. 그리고 김래원은 이 장면을 비롯해서 ‘배우는 연기로 모든 것을 증명한다’는 것을 보여줬다. 3년간 부진의 터널을 지난 그는 이 드라마에서 시한부 인생을 사는 검사를 연기하며 선과 악의 모호한 경계를 오고가며 연기 인생의 전환점을 맞았다. 물론 처음부터 그가 이렇게 잘할 줄은 몰랐다. ‘추적자’, ‘황금의 제국’을 통해 박경수 작가는 인간의 욕망을 정밀하게 다루는 드라마를 만든다고 정평이 나 있었다. 과연 이런 드라마를 그 때까지만 해도 트렌디 드라마 남자 주인공으로 인상이 강했던 김래원이 잘 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있었다.

“고민이 많았어요. 훌륭한 작품이지만 제가 ‘강남 1970’에서 센 캐릭터를 연기한 다음이기도 하고, 연기를 준비할 시간도 없었고요. 무겁고 센 역할이 ‘펀치’에서도 연결되는 것이 아닌지 고민이 있었죠. 사실 처음 1~2회는 ‘영화 연기’를 했어요. 배우들이 영화와 드라마에서 연기하는 방식이 차이가 있거든요. 드라마는 시청자를 정확하게 이해시킬 수 있는 표정과 각도가 있죠. 그런데 전 이 드라마를 처음 봤을 때 영화 같다는 생각을 해서 영화 연기를 했어요. 영화 출연을 길게 하면서 습관이 된 것도 있고, 절제된 연기를 해도 충분히 캐릭터를 연기할 수 있다는 확신도 있었어요.”

김래원의 이 같은 생각은 ‘펀치’ 제작진을 불안하게 했던 것도 사실이다. 어딘지 밋밋하고 연기를 하지 않는 것 같은 느낌. 이런 저런 조언들이 쏟아졌다. 그래도 김래원은 자신이 생각한 연기가 정답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가 믿은대로 밀어붙였다.

“사실 드라마는 카메라를 쳐다보고 연기를 해야 하죠. 그렇게 하지 않아도 인물이 가지고 있는 감정을 충분히 보여줄 수 있다고 확신했어요. 초반에는 ‘왜 연기를 하지 않느냐’고 하시는 분들도 있었죠. 믿어달라고 부탁을 드렸어요. 물론 그런 말을 하면서도 제 자신이 흔들리긴 했죠. ‘내가 정말 아무 연기도 안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을 했죠. 제가 아마 목석처럼 느껴졌을 거예요. 하지만 그때도 연기를 하고 있었어요. 이런 연기가 전달이 안 될 수도 있겠지만, 제가 ‘강남 1970’을 연기하면서 유하 감독님에게 좋은 영향을 받은 것 같아요. ‘펀치’ 5~6회 촬영하고 감독님께 연기 깊이 면에서 성숙된 것 같다고 감사 문자를 보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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