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아가 겁이 났던 이유, 참았던 이야기

이지아가 겁이 났던 이유, 참았던 이야기

2014.04.15. 오전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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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윤가이 기자] 어두운 터널은 얼마나 좁고 길었을까. 빛이 들어오지 않는 그 춥고 습한 통로 한구석에 파르르 떨고 있는 여인이 보인다. 끝나지 않을 것만 같은 이 캄캄한 터널을 얼마나 걸어왔을까. 외롭고 힘들지만 걷고 또 걸었을 것이다. 죽자고 걷다 보니 희미한 빛줄기를 만났고 드디어 터널의 끝에 선 배우 이지아다.

이지아가 SBS '세 번 결혼하는 여자'를 통해 성공적인 안방 컴백을 알렸다. 사전 촬영부터 방송 기간을 합치면 장장 6개월, 거의 반년이란 시간 오롯이 '오은수'로 살았다.

이지아가 참 보고 싶었다. 지난 4개월간 TV를 통해 울고 웃는 오은수를 만나긴 했지만 배우 이지아, 사람 이지아를 본 것은 대체 언제 적인가. 시련 뒤에 더 예쁘게 피어난 그의 얼굴을, 조금은 담대해졌을 그 마음을 마주하고 싶었다.

최근 드라마를 끝내고 휴식을 취하며 새로운 소속사를 찾은 이지아를 지난 13일, 드디어 만났다.

"두려움? 물론 있었다. 망설인 게 사실이다. 김수현 작가님 작품이어서 용기를 냈다. 드라마 같은 경우 어른들이 보시면서 무척 몰입하시지 않나. 배우는 연기하는 건데 그 캐릭터를 마치 배우의 실제 모습처럼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시고. 나를 '세 번 결혼한 여자'로 생각하시면 어쩌나 싶은 생각도 있었다. 하하하. 고민스러웠다. 많이."

약 3년 만에 안방극장에 복귀한 소감을 들려달란 말에 이지아가 꺼낸 마음이다. 솔직하고 담백했다. 실로 수년 만인 언론 인터뷰도 많이 긴장되고 부담스러웠다고 했다. 왜 아니겠는가. 뜻하지 않게 알려진 사생활과 과거사 때문에 수년째 배우 타이틀보다 이슈메이커로 살아야했다. 강제나 다름없었다. 숱한 언론과 네티즌이 이지아를 '그런 여자'로 낙인찍고 들볶았다.

"(하고 보니) 사람들이 나를 바라보는 시선에 대한 강박을 깰 수 있는 기회였던 거 같다. 배우로서 이미지에 구애받지 않고 역할이 좋으면 선택을 할 수 있어야 되는데 이혼녀 역할이라거나 아이 엄마 캐릭터라서 꺼려한다거나 뭔가를 계산하느라 선택을 못한다는 건 나 스스로에게 부끄러울 거 같았다."

이지아가 컴백작으로 선택한 '세 번 결혼하는 여자'는 작품 자체가 결혼과 이혼을 조명하고 한 여성의 인생을 얘기한 드라마다. 결혼과 이혼에 얽힌 이야기로 몸살을 앓아야 했던 이지아가 선뜻 마음을 내기 어려웠을 캐릭터다. 하지만 이지아는 과감하게 몸을 던졌다. 결과는 성공적이다. 회를 거듭할수록 이지아의 연기에 공감하고 함께 눈물 쏟는 시청자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연기가 더 깊어졌다고 오은수의 사연에 너무 공감한다고, 응원을 전하는 시청자들이 많았다.

"사실 기사는 언젠가부터 잘 보지 않게 됐다. 하지만 드라마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응이나 흐름을 알고 싶어서 공식 홈페이지에 있는 시청자 게시판엔 자주 들어가 봤다. 그런데 의외였다. 제 연기를 응원해주시고 캐릭터에 공감하시고 호평해주시는 글들이 많이 있었다. 너무 놀라웠고 기대하지 않았던 호평이라 감사했다. 힘을 낼 수 있었다."

아직 한창 아름다운 나이다. 배우로서도 꿈이 많은 시간들이다. 남들보다 조금은 유난스럽기도, 힘들기도 한 시기를 보냈지만 앞으로 연기할 날이 더 많기에, 또 살아갈 날이 더 많아 용기가 나고 힘도 솟는단다.

"'세결여' 하면서 만삭 분장도 해보고 출산 연기도 해봤는데 이제 뭘 못하겠나 싶다. 하하하."

2011년 MBC 드라마 '나도 꽃' 이후 햇수로 3년, 공백기를 가진 이지아가 컴백한 지금, 무엇보다도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배우로서의 정체성 찾기다.

"그 일들 이후로(이지아에겐 스스로 언급하기 어려운 얘기다) 배우로서의 모습보다는 사생활이 많이 알려지면서 행동반경에 구애를 받았던 게 사실인 거 같다. 데뷔하고 어릴 때 차근차근 쌓아왔던 배우로서의 영역이나 이미지가 사라져버리고 없더라. 무엇보다 배우라는 내 위치와 역할, 정체성을 찾고 싶다."

이유는 단 하나다. 연기가 너무 재미있기 때문이다. 어려운 시기를 지나고 공백도 있었지만 연기에 대한 갈망은 여전히 살아있었다.

"뭐라고 설명해야 되지? 만일 밴드가 연주를 한다면 여러 악기와 파트가 있지만 합이 딱 맞아 들어갈 때의 짜릿함 같은 감정이랄까? 연기란 게 그렇다. 글(대본)로만 볼 때보다 카메라가 돌아가고 내가 그 안에 들어가서 다른 배우들과 스태프와 함께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것, 내겐 희열이다. 또 내가 살아볼 수 없는 다양한 삶을 간접 경험한다는 사실이 무척 흥미롭다. 누구보다 연기를 즐기는 사람이다."

좋은 작품을 무사히 잘 끝냈고 새로운 둥지에서 함께 일할 가족들도 만났고 이제 조금은 안정기에 접어든 게 아닐까. 그래서 오직 하나만 생각하기로 했다.

"이젠 다른 것에 방해받지 않고 구애받지 않고 온전히 배우로서만, 다양한 작품들을 하면서 걸어가고 싶다. 다시 연기하기까지 시간은 좀 걸렸지만 그 공백을 무색하게 만들 정도로 꾸준히 작품에 출연할 생각이다."

그런 의미에서도 '세결여'는 이지아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는 작품이다. 이 드라마를 하면서 연기적으로도 인간적으로도 참 많은 것들을 배우고 깨달았다고. 말로는 모두 설명할 수 없는 고맙고 뜻 깊은 시간을 보냈다는 이지아.

"돌아보면 그동안 작품을 하면서 대선배님(선생님)들과 함께 할 기회가 거의 없었다. 그런데 이번 작품엔 워낙 선생님들이 많이 계셨다. 워낙 어른들이시니까 당연히 대하기 어렵기도 했지만 너무 많은 분들이 조언도 해주시고 충고도 해주셨다. 연기적으로도 참 배울 것이 많았다. 또 처음엔 '네가 이 작품을 하고 나면 넌 무서운 게 없을 거다'라는 말씀도 들었다. 그만큼 김수현 작가님의 작품은 연기를 하는 데 있어서 분명 배울 점과 느낄 점이 많은 기회였다. 감사한 일이다."

②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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