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도훈 감독, 왜 한희원에게 시련을 안겼을까

유도훈 감독, 왜 한희원에게 시련을 안겼을까

2015.10.28. 오전 0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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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고양, 서정환 기자] 누구에게나 ‘처음’이란 단어는 매우 각별하다. 프로선수라면 데뷔전에서 이기고 싶은 마음은 다 같을 것이다. 하지만 데뷔전에서 못했다고 실망할 필요는 없다.


인천 전자랜드는 27일 고양체육관에서 개최된 2015-2016 KCC 프로농구 2라운드서 고양 오리온에 69-91로 패했다. 6승 8패의 7위 전자랜드는 5할 승률 달성에 실패했다.


불과 26일 드래프트서 전체 2순위로 전자랜드에 지명된 한희원은 형들과 손발을 제대로 맞춰보지도 못하고 바로 실전에 투입됐다. 경기 전날 잠시 패턴을 맞춰봤지만 머릿속에 제대로 들어올 리가 없었다. 결국 한희원은 자유투로 2득점에 그치고 말았다. 자신이 상상했던 멋진 데뷔전 승리와는 거리가 멀었다.


유도훈 감독도 처음부터 한희원이 잘할 것이라고는 기대하지 않았다. 잠깐의 달콤함은 좋다. 다만 프로의 쓴맛을 먼저 맛보고 천천히 적응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유도훈 감독은 '일단 몸으로 부딪쳐보라'는 의미에서 어린 사자를 벼랑으로 내몰았다.


유 감독은 “한희원에게 ‘야생마처럼 뛰어라. 슛 10개를 던지고 와라. 시도를 못하면 안 된다. 턴오버가 나와도 좋으니 공격적으로 해라’고 했다”고 주문했다. 신인이 데뷔전에서 슛 10개를 던지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한 번 느껴보라는 의미였다.


신인에게 슛 10개 넣기가 아닌 던지기도 쉽지 않은 과제였다. 제대로 빈 공간을 파고들어야 형들에게 패스가 오고 슛을 던질 수 있다. 자연스럽게 슛을 10개 쏘려면 엄청난 활동량과 적극성이 필요했다. 한희원이 프로에서 처음 던진 페이드 어웨이 슛은 애런 헤인즈에게 블록슛을 당했다. 머릿속이 하얘지는 순간. 한희원은 장기였던 노마크 점프슛도 림을 돌아나왔다. 정신이 흔들리니 몸에도 영향을 줬다. 수천 수 만 번 넣었던 슛이 들어가지 않았다.


한희원은 데뷔전에서 패한 뒤 “팀이 져서 기분을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 일단 정신 없이 아무 생각 없이 뛰어다녔다. 수비부터 하려고 했다. 정신이 없어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몰랐다. 내가 상상했던 데뷔전은 이기고 싶은 마음이 컸다. 선수라면 잘하고 싶었다. 뭐부터 해야 할지 잘 몰랐다. 뭐가 뭔지 몰랐다. 부족했다”고 고백했다.


'신인조련의 달인' 유도훈 감독은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장차 한희원을 KBL에서 내로라하는 공격형 스몰포워드로 키운다는 생각이다. 차바위, 정효근, 김지완 등 작품들을 만들었던 유 감독의 말은 허풍으로 들리지 않는다.


유 감독은 “한희원이 차바위보다 농구센스는 좀 모자란다. 대신 스피드와 폭발력이 좋다. 슈터로서 갖춰야 하는 부분이다. 외국선수 2명이 동시에 뛰면 장신슈터는 큰 무기가 될 수 있다. (한희원은) 향후 전자랜드의 핵심이 될 선수다. 그래서 실전투입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프로경력은 길다. 데뷔전은 겨우 한 경기다. 어제까지 대학소속이었던 선수가 갑자기 프로에 적응해서 잘하는 것이 더 이상하다. 한희원은 전혀 실망할 필요가 있다. 아직 많은 기회가 남아있다.


프로농구 대표슈터로 자리 잡은 허일영은 “나도 데뷔전에 긴장을 많이 했다. 개막전에 덩크슛을 실패하고 컨디션이 안 좋았다. ‘따닥’ 치고 올라갔는데 실패했다. 데뷔전에서 너무 잘할 필요 없다. 무리 없이 하는 게 좋다”고 한희원에게 충고를 했다.


허일영은 현재 좋은 슈터로 성장했기에 데뷔전을 웃으면서 말할 수 있게 됐다. 미래의 한희원도 자신의 데뷔전 실수를 농담 삼아 말할 날이 분명히 올 것이다. 단순히 2득점으로 부진했다고 치부하기에 한희원의 데뷔전은 훌륭했다. / [Copyright ⓒ OSE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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