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환, '추락한' 암스트롱을 잊어선 안된다

박태환, '추락한' 암스트롱을 잊어선 안된다

2015.03.28. 오전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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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우충원 기자] 냉철하고 정확한 판단이 필요하다. 폄하되서는 안될 성과를 일궜기 때문이다.

금지약물 양성반응으로 18개월 자격정지 징계를 받은 박태환(26)이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했다. 약물 투여에 대해서는 호르몬 주사인지 몰랐다며 고의성을 부인했다. 박태환은 27일 오후 3시 서울 송파구 잠실관광호텔 지하 1층 연회장에서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지평의 구상윤 변호사와 동석해 공식 입장을 밝혔다.

박태환은 지난해 7월 말 서울 중구 T병원에서 맞은 '네비도(nebido)' 주사제 때문에 인천 아시안게임 개막 직전인 9월 초 실시한 약물 검사에서 세계반도핑기구 금지약물이자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 성분이 검출돼 지난 23일 스위스 로잔에서 열린 국제수영연맹(FINA) 청문회에서 선수 자격정지 18개월 징계를 받았다. 지난해 9월 3일 시작된 박태환의 징계는 내년 3월 2일 끝난다. 그는 이와 함께 인천 아시안게임서 따낸 은메달 1개와 동메달 5개를 박탈 당했고, 상금도 몰수 당했다.

박태환은 사과의 인사를 전했다. 무조건 죄송하다는 말로 자신의 과오에 대해 안타까운 심정을 나타냈다. 기자회견 도중 눈물을 흘리면서 아쉬운 감정을 드러냈다.

그는 "처음에는 억울한 마음이 컸던 것이 사실이다.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 그 병원을 가지 않았다면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등 후회를 했다. 국민들의 응원으로 여기까지 왔다. 한결같이 잘할 때나 못할 때나 응원을 해주신 국민들께 심려끼치고 걱정 드린 점 사과드린다. 잘될 것이라고 얘기해주시는 연맹분들께도 죄송하다. 충분히 털어놓지 못한 것도 죄송하다. FINA의 비밀 유지 조항 때문에 말씀드리지 못한 것도 사과한다. 어떠한 비난, 질책도 달게 받겠다. 깊이 반성하고 속죄하겠다. 징계가 끝난 뒤에도 속죄하며 살겠다"고 밝혔다.

또 박태환은 "수영 선수로 자격 상실한 18개월은 제게도 아마 가장 힘든 시간이 될 것이다. 수영 선수로 당연히 누려온 모든 것들이 결코 당연한 것이 아니라는 걸 부디 인식하고 가졌던 소중한 걸 알고 감사하고 봉사하는 시간을 살겠다. 올림픽이나 메달이 목표가 아니라 스스로 부끄럽지 않은 선수가 되는 것이 목표"라고 전했다.

한국 수영사상 다시는 나타날 수 없을 정도의 능력을 선보인 박태환은 어쨌든 약물에 의해 문제가 발생하고 말았다. 고의 혹은 고의가 아니든 현재 징계를 받은 것이 냉정한 현실이다.

박태환은 '사이클 영웅' 랜스 암스트롱(미국)의 경우를 살펴봐야 한다. 암스트롱은 2012년 테스토스테론 등의 금지약물을 상습 복용했다는 사실이 적발돼 전 세계 사이클계를 발칵 뒤집어놨다. 한 때 고환암을 극복하고 1999년부터 2005년까지 7회 연속 투르 드 프랑스 우승을 차지해 인간승리의 표상이었다. 그러나 암스트롱은 국제사이클연맹(UCI)에서 영구제명을 당하는 등 몰락했다.

특히 암스트롱은 여러가지 수법으로 약물을 장기 복용해 큰 지탄을 받았다. 적혈구를 미리 빼놓은 뒤 복용하는가 하면 경기 후 도핑 검사 때는 이를 은폐하기 위해 식염수를 투입, 혈액을 묽게 만들어 과다 생성된 적발구가 적발되지 않도록 했다. 그리고 근육 강화를 위해 테스토스테론이 조금씩 흡수되도록 혀 밑에 약을 넣어 서서히 녹여 먹는 수법도 사용했다.

물론 박태환과 암스트롱은 고의성 여부에서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영웅이 추악한 2개의 얼굴을 가진 인물로 바뀌면서 평가가 완전히 뒤바뀔 수 있다. 특히 암스트롱은 약물복용에 대해 후회되지 않는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따라서 박태환은 냉정하게 판단해야 한다. 자신의 경기력을 더욱 냉정하게 통찰하고 현재의 상황을 판단해야 한다. 선수생활을 끝낸다고 해서 박태환이라는 인간의 인생도 함께 마무리 되지 않는다. 피나는 땀과 노력으로 쌓아온 영광을 훼손해서는 안된다. 베이징 올림픽서 인종적 한계를 극복하고 따낸 금메달은 분명 박태환의 노력으로 얻은 결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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