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환의 사심인터뷰①] 신수지, “손연재 내가 키웠다? 오해죠”

[서정환의 사심인터뷰①] 신수지, “손연재 내가 키웠다? 오해죠”

2015.01.31. 오전 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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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서정환 기자] 산적 같은 남자들의 인터뷰는 가라. 100% 사심을 담아 여신들만 찾아가는 사심인터뷰. 이번에는 ‘원조 체조여신’에서 프로볼링선수로 깜짝 변신을 시도한 신수지(24)를 만났다. 일단 그녀의 등장에 OSEN 사무실이 발칵 뒤집어졌다. 남성들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감탄사를 연발했다. 여성 기자들을 한 방에 초라하게 만든 신수지를 감사히 영접했다.

OSEN: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사진촬영 하느라 오랜만에 수구를 잡아보셨잖아요? 체조를 떠난 지 벌써 4년이 됐어요. 많이 그리울 것 같은데요?

신수지: 그립진 않았죠. 호호. 은퇴하고 한 번도 쳐다보지 않았어요. 후회 전혀 없어요. 지금 돌아가도 그렇게 열심히 못할 것 같아요. 훈련을 하루 10시간 했다면, 지금 한 시간만 해도 나가떨어질 거예요. 너무 고강도 트레이닝이라 미련이 없어요. 고생한 기억이 많죠.

OSEN: 아시안게임에서 해설자로 데뷔했어요. 색다른 모습이 신선했어요. 후배들이 메달 따고 우는 모습을 보고 감동을 받았겠어요?

신수지: 눈물이 나고 태극기가 경기장에 올라가는 것 자체가 가슴에 와 닿았어요. 선수라면 누구나 꿈꿔보는 것이 경기장에 애국가가 울리게 하는 거거든요. 제가 메달을 딴 느낌이었죠. 해설은 모든 방송을 합쳐서 제일 어려웠어요.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고 말실수가 커질 수 있으니까 어렵더라고요. 긴장도 되고. 말만 하는데 2kg가 빠졌어요. 제 전공분야라 더 전문성을 갖고 봐야 해서 어려웠어요. 어린 나이에 해설을 하다 보니 제 경험을 바탕으로 현역경험을 살려서 하려고 노력했죠.

OSEN: 시청률도 잘나왔죠?

신수지: 그렇다고 들었어요.

OSEN: 우리나라가 단체전 은메달을 땄을 때 기분이 어땠나요? ‘맏언니’ 김윤희(24)를 보면서 수지 씨를 떠올리는 사람도 많았거든요.

신수지: 정말 극적이었죠. 잘 해주리라 기대를 하고 있었죠. 기대에 부응했어요. 윤희 선수는 다 잘해놓고 두 종목 마지막에 실수를 했는데, 그게 아쉬워서 울었던 것 같아요. ‘이것만 잡았어도’ 했을 거예요. 맏언니로서 역할을 굉장히 잘해줬죠. 후배들도 파이팅을 했고, 어린 선수들도 당차게 뛰어줘서 해설자로서 마음 편하고 기특했어요. 일본 선수들도 단체전 메달을 노렸는데, 마지막에 한 명이 실수를 해서 아예 등수 밖으로 밀렸어요. 그만큼 스포츠가 예측불허인데 앉아서 보니 재밌더라고요.

OSEN: 체조에서 은퇴한 김윤희 선수는 이제 사격을 한다는데?

신수지: 사격 할 수 있죠. 아무래도 선수 끝난 직후에 에너지를 갖고 있으니까 쏟고 싶어 할 거예요. 은퇴하고 바로 지도자로 가는 경우도 있지만, 에너지가 있으면 저 젊음을 쓰고 싶죠. 저도 은퇴하고 많은 것을 도전했지만 풀리지 않는 공허함이 있었어요. 그걸 채워준 것이 볼링이죠. 볼링을 하면서 체조보다 더 의욕적이었어요. 새벽까지 치고. 치다가 중국집 시켜먹고 치고 라면 먹고 또 치고 할 정도로 볼링을 좋아해요.



OSEN: ‘내가 없었으면 손연재도 없었다’는 발언이 오해를 많이 일으켰어요. 사실 맞는 말인데 오해를 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신수지: 제가 한 발언이 아니에요. 왜 그런 말이 나왔나 모르겠어요. ‘라디오스타’에서 김구라 씨가 한 발언이에요. 그래서 ‘키운 것은 아니지만 제가 길을 닦지 않았나?’라고 했죠. 연재는 부모님이 키웠다고 했어요. 그래도 제가 기반을 닦아놔서 연재가 편하게 갈 수 있었죠. 원래 선수들이 소속 국가들의 점수를 따라가는 경향이 있어요. 80위권 국가 소속 선수는 80위권 점수를 받는 거죠. 그런데 제가 (한국을) 10위권까지 올려놨으니까 연재가 수월하게 갈 수 있었죠.

OSEN: 같은 선수로서 보는 손연재는 어떤 후배인가요?

신수지: 어린 나이에 엄청난 정신력을 갖고 있어요. 위기도 많고 많은 일이 있었지만, 아무렇지 않게 이겨내는 배포를 갖고 있어요. 훈련도 열심히 하고 욕심이 많아요. 그런 것이 중요하거든요. 코치가 그만하라고 해도 더 할 수 있는 마음이 있어야 해요. 연재가 주니어 때 전 시니어라 계속 외국에 나가 있어 같이 운동한 날은 얼마 안돼요. 연재가 시니어에 오면서 전 은퇴를 준비했거든요. 서로 의지도 많이 되고 국제경험도 있어 같이 파이팅 했죠. 어쩌다 연재가 안 되면 제가 팁을 주고 서로 파이팅 했죠.

OSEN: 외모가 워낙 예쁘니까 실력을 인정받지 못하는 것도 둘이 비슷한 것 같은데요?

신수지: 그런 것 같지는 않아요. 외모 때문은 아닌 것 같고. 자기보다 너무 잘난 사람 있으면 배가 아프잖아요? 저는 연재에 비하면 ‘악플’이 비교적 적은 편인 것 같아요. 제가 너무 고생을 많이 해서 불쌍한가 봐요. 응원해주시는 분이 많아요.

OSEN: 체조란 종목이 심판이 주관적으로 채점을 하다 보니 ‘김연아 사건’처럼 논란이 많은 것 같아요. 손연재 선수의 경우도 항상 ‘실력에 비해서 점수가 많이 나온다’는 말이 끊이지 않는데요?

신수지: 배 아파서 하는 이야기 아닐까요? 실력이 다 받쳐줘야 가능한 거예요. 난도표현은 다 기재해서 내게 돼있어요. 철저하게 제출하면 심판들이 기술과 예술로 나눠서 체크를 하거든요. 감점도 다 하고 비디오판독도 가능하니까 점수를 쉽게 줄 수 없어요. 물론 예술성 가산점은 있죠. 표현력이 좋았다든지. 연재가 표현력이 좋으니 가산점을 줄 수 있죠.

OSEN: 손연재 선수가 올림픽 입상을 노리고 있잖아요.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종합 12위 때 기억이 많이 나시죠?

신수지: 올림픽은 솔직히 메달권이 아니었기 때문에 기대를 안했어요. 이 무대에 선다는 것 자체가 벅찼어요. 모두가 불가능이라고 다 비웃었거든요. 그걸 이겨냈기 때문에 값졌고, 인생의 반환점이 됐어요. 출전선수 중 최연소라 부담감이 없었죠. 더 당차게 했어요. 연습을 어느 때보다 많이 했어요. 자다가 일어나서도 실수 없이 할 정도 였어요. 그래서 대회를 진짜로 즐긴 거죠.

네 종목 실수 없이 깔끔하게 연기하고 손을 흔들고 나오는데 한국 응원단에서 태극기가 휘날리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해요. 제 기량을 120% 발휘했죠. 제 인생 최고의 절정기였어요. 항상 네 종목을 뛰면 한 종목에서 꼭 실수가 나오다 올림픽에서 네 종목 처음으로 클린을 했어요. 십몇 년 운동한 걸 보상받는 느낌이었죠. 그래서 미련이 없어요. 할 만큼 하고 나왔어요. 몸도 많이 상했고요.



OSEN: 손연재 선수의 리우올림픽 전망은 어떻게 보세요?

신수지: 지켜봐야 해요. 체조선수가 수명이 짧거든요. 십대 고등학교가 피크(peak, 절정)고 대학교 때 하향곡선을 그리는 시기가 와요. 그때 잘 극복해야 하거든요. 20대는 하루마다 컨디션이 너무 달라요. 진짜 스포츠는 예측불허예요. 오히려 연재가 구력으로 밀어붙일 수도 있죠.

OSEN: 체조계로 복귀할 생각은 없어요?

신수지: 선수로는 전혀 없죠. 지도자로서 당연히 돌아가야죠. 제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이 그 쪽 일이고, 가진 노하우를 기부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해요. 리듬체조 선수 박예은 양(14)도 제가 지원을 하고 있어요. 이제 중3에 올라가면서 시니어를 준비하고 있는 친구예요. 체조에 대한 마음을 보여주고 있어요.

단지 아직 25세 제 인생을 즐기고 싶어요. 지도자를 하면 또 체육관에 갇혀 지내야 하는데 그러기에는 즐기고 싶은 게 많아요. 지도자로서 제대로 시작을 해야 되니까 때를 기다리고 있는 거죠. 볼링하면서 내 할 일을 하고,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방송도 하고요. 지금이 제일 행복하죠.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으니까 가장 행복하죠. 이게 마무리되면 지도자로 완전히 돌아가야죠.

OSEN: 박예은 양에 대해서 좀 더 소개를 해주세요.

신수지: 예은이는 다음에서 진행한 ‘희망에’라는 이벤트에서 만났어요. 예은이가 힘들게 운동하는데 하루 가르쳐주고 홍보영상을 찍어주면서 기부를 받는 거였어요. 근데 단발성이잖아요? 아이가 의욕도 있고, 체조를 너무 사랑하고, 양발 모두 써서 가능성이 있었어요. 저도 너무나 어려운 환경에서 운동을 했으니까 도와줘야겠다고 생각했죠. 인연이 있던 ‘아이카이스트’라는 회사 대표팀께 아이 후원을 부탁드렸죠. 흔쾌히 승낙하셨어요. 매달 지원을 받고 있어요. 부산에서 있는 아이를 후원만 하면 비전이 없어 서울로 데려왔죠. 살 집도 엄마와 알아보고 체육관도 옮기고 코치님도 알아봤어요. 아이를 완전 이전시켰죠.



OSEN: 거의 엄마네요?

신수지: 그건 아니고요. 단지 끌어 줄 루트를 설정해주는 사람이죠. ‘체조를 사랑하는데 환경 때문에 여기서 그만둬야 되나?’라고 생각하니 되게 안타까웠어요. 정말 후회를 할 것 같았거든요. 내 힘으로 안 되지만 힘을 빌어서라도 도움이 되어주려고 했고, 인연이 됐죠. 이 친구뿐 아니라 어렵게 운동하는 친구들이 많아요. 후원자들이 많이 나와 주셨으면 좋겠어요.

<2편에서는 백일루션 시구의 뒷이야기가 공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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