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칠어진 골밑 전쟁터, '장사형'이 뜬다

거칠어진 골밑 전쟁터, '장사형'이 뜬다

2014.11.01. 오전 06:33
댓글
글자크기설정
인쇄하기
  • 거칠어진 골밑 전쟁터, '장사형'이 뜬다_이미지
  • 거칠어진 골밑 전쟁터, '장사형'이 뜬다_이미지2
AD
[OSEN=서정환 기자] 키만 큰 선수는 가라! 이제는 힘 센 장사형 선수의 시대다.


최근 프로농구를 보면 하나의 트렌드를 발견할 수 있다. 올 시즌부터 국제농구연맹(FIBA) 규칙이 적용되면서 포스트업 등의 1 대 1 대결에서 웬만하면 파울이 불리지 않고 있다. 수비수는 자신의 몸을 원통으로 본 가상의 원 안에서 상대 공격수를 막을 수 있는 실린더 원칙이 적용된다. 팔을 잡는 등 노골적 반칙이 아니라면 거친 몸싸움이 허용되는 추세다.


이렇다보니 오세근, 이승현, 김준일, 트로이 길렌워터, 리카르도 라틀리프 등 신장이 작아도 몸집이 좋고 힘이 센 선수들이 부각되고 있다. 또 이런 선수를 수비할 수 있는 김일두, 최현민 등도 주가가 올랐다. 반면 깡마른 체형의 김종규, 애런 헤인즈 등은 지난 시즌과 비교해 위력이 반감됐다.


코트로 돌아온 오세근은 30일 오리온스와의 복귀전에서 활약이 두드러졌다. 오세근은 들어오자마자 장재석의 슛을 막았다. 이어 살벌한 몸싸움으로 이승현을 제압하고 리바운드를 따냈다. 오세근은 강력한 포스트업에서 파생되는 다양한 공격으로 수비수를 요리했다. 압도적인 신체조건에서 자신감이 넘쳐흘렀다. ‘오세근은 외국선수나 마찬가지’라는 최고의 찬사가 쏟아졌다.


“세근이 형을 압도까지는 아니라도 잘 막아보겠다”던 ‘삼선의 별’ 장재석은 사자 앞에 쥐가 됐다. 이승현도 파울트러블에 걸려 별 활약을 못했다. 오세근은 16점, 10리바운드로 포효했다. 장재석(2점, 5리바운드)과 이승현(3점, 1리바운드)의 기록을 모두 합쳐도 오세근의 절반에 미치지 못했다. 힘에서 당할 자가 없던 이승현이 오세근을 만나 밀리는 모습은 충격적이었다.


이승현 못지않게 김준일도 갈수록 진가가 드러나고 있다. 31일 LG전에서 김준일은 시즌 최다 18점을 기록했다. 특히 2쿼터 크리스 메시를 힘으로 밀어내고 득점하는 장면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김준일은 김종규를 상대로도 자신 있게 득점을 올렸다.


김준일은 “라틀리프도 그렇고 힘이 어마어마하다고 하더라. 훈련을 많이 했다. 피해서 도망치지 말고 부딪쳐서 2 대 2를 하려고 했다. (메시와) 1 대 1로 해서 되니까 신나서 더 했다”면서 힘자랑을 했다.


반면 대표적으로 손해를 보는 선수는 김종규였다. 골밑에서 피벗을 하는 과정에서 몸싸움에서 밀린 김종규는 바닥에 넘어졌다. 지난 시즌 같았으면 바로 파울이 주어졌을 장면. 하지만 심판은 김종규의 트래블링을 선언했다. 이날 김종규는 9점, 8리바운드를 기록했다. 야투 적중률이 44%로 높지 않았다.






비단 빅맨들뿐 아니라 가드들도 몸싸움 능력이 관건으로 떠올랐다. 곱상하게 농구하는 선수가 더 이상 활약할 수 없는 시대가 됐다. 머슴같이 비비는 선수가 왕이다. 경기 후 김진 감독은 “몸싸움에 대해 관대해진 것은 사실이다. 선수들이 적응하고 적극적인 몸싸움을 해야 한다. 바뀐 룰에 빨리 적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스페인 농구월드컵에서 한국은 5전 전패를 당했다. 개인기도 달렸지만 기본적인 신체조건에서 어마어마한 차이가 났다. 이제 프로농구도 마찬가지가 됐다. 웨이트 트레이닝장에서 더 많은 땀을 흘리는 선수가 살아남는 시대다.


[Copyright ⓒ OSE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