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늙은이' 이승현, 칭찬밖에 해줄 게 없다

'애늙은이' 이승현, 칭찬밖에 해줄 게 없다

2014.10.26. 오전 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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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서정환 기자] 데뷔시즌부터 프로농구를 휘어잡았던 대형스타는 많았다. 하지만 이렇게 신인 티가 나지 않는 선수는 처음이다.

오리온스는 25일 오후 4시 부산사직체육관에서 벌어진 2014-2015시즌 KCC 프로농구 1라운드에서 홈팀 부산 KT를 80-68로 제압했다. 개막 후 7연승을 달린 오리온스는 단독 1위를 질주했다.

일등공신은 33점, 9리바운드의 트로이 길렌워터였다. 여기에 신인 이승현도 한 몫 했다. KT의 추격이 거세던 4쿼터 중반 이승현은 결정적인 3점슛을 꽂았다. 이어 이승현은 끈질긴 근성으로 공격리바운드를 잡아 동료에게 연결했다. 이승현은 11점, 4리바운드, 1스틸, 1블록슛으로 활약했다. 기록에 드러나지 않는 내용이 더 좋았다.

이승현은 평균 10.1점으로 11.2점의 김지후에 이어 신인 2위를 달리고 있다. 리바운드는 경기당 5개를 잡아 신인 중 가장 많다. 경기당 28분 49초의 출전시간 역시 김지후(32분 7초)에 이어 2위다. 그래도 김주성(17점, 8.7리바운드), 하승진(10.4점, 8,2리바운드), 오세근(15점, 8.1리바운드) 등 기라성 같은 선배들의 데뷔시즌과 비교하면 아직 멀었다.

이승현의 진가는 기록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지난 23일 전자랜드전 마지막 순간. 이승현은 골밑의 김강선을 놓치지 않고 날카로운 패스를 뿌렸다. 결승골로 연결된 어시스트였다. 다른 신인 같았으면 흥분해서 날뛸법했다. 하지만 이승현은 몇 초 남지 않은 시간동안 상대 볼핸들러를 압박했다. 승리가 확정되자 그제야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것이 전부였다. 큰 감정기복을 보이지 않았다. 이승현은 팀 승리에 만족할 뿐, 자신의 기록에는 별 관심이 없는 선수다.

KT전도 마찬가지였다. 승부처에서 이승현은 불과 1년 동안 갈고 닦은 3점슛을 자신 있게 쏴서 성공시켰다. 동료들이 공격할 때도 박스아웃 등 기본기를 소홀히 하지 않았다. 이승현이 공격리바운드에 강한 이유다. 이승현은 경기당 1.9개의 공격리바운드를 잡아내고 있다. 기본기와 근성의 결과물이다.

신인답지 않은 이승현을 두고 농구인들도 칭찬이 자자하다. 대선배 임재현은 “승현이는 나보다도 구렁이가 더 많이 들어간 플레이를 한다. 기술적인 조언은 필요 없다. 마인드 자체가 굉장히 좋은 선수”라고 높이 평가했다. 불과 2주 전 팀에 합류한 신인이 팀의 맏형과 스스럼없이 어울렸다.

국가대표팀에서 이승현을 지도한 유재학 감독도 “굉장히 습득이 빠른 친구다. 정말 열심히 하더라”라며 기특해했다. 이승현의 빠른 적응력은 추일승 감독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시즌 초반 추 감독은 “승현이와 손발을 맞춰볼 시간이 적었다. 오전에 대학에서 운동하고 오후에 잠깐 맞춰봤다. 그런데 다음날 우리 패턴을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어 놀랐다”고 털어놨다.

사실 이승현을 잘 아는 지인들에게는 그리 놀랍지 않은 이야기다. 기자도 용산중 시절부터 이승현을 10년 가까이 지켜봤다. 이승현은 까까머리 중학생 시절부터 동급최강의 선수였다. 중학생 신분임에도 코트에 들어서면 고등학교 형들을 이길 정도로 농구를 잘했고, 자신감이 남달랐다. 코트에서는 호랑이 같지만 코트 바깥에서 깍듯하게 예의를 차렸다.

지도자들은 어린 선수들에게 지나친 칭찬을 해주는 것을 꺼린다. 자칫 자만에 빠져 자기개발에 게을러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승현에게는 칭찬일색이다. 칭찬을 듣는다고 자기에게 만족할 작은 그릇의 선수가 아니란 걸 알기 때문이다. 올 시즌 프로농구에서 이승현의 성장을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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