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PINION] 경찰청의 아산 해체, K리그 무시하는 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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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19. 오후 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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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풋볼] 정지훈 기자= 사실상 아산 무궁화 축구단의 해체 통보다. 경찰청이 유예 기간 없이 일방적으로 신규 선수 수급 중단을 알리면서 아산 무궁화는 다음 시즌 K리그 무대에서 볼 수 없게 됐고, 이런 결정은 K리그를 무시하는 처사다.

승격을 노래하던 아산의 행진이 갑작스런 변수에 멈추고 있다. 아산은 창단 2년 만에 K리그2 우승에 도전하고 있고, 현재 승점 51점으로 선두 성남에 다 득점으로 뒤진 2위를 달리고 있다. 최근의 상승세를 이어간다면 충분히 우승을 넘볼 수 있는 위치고, 승격도 가능해 보였다.

그러나 상황이 달라졌다. 최근 경찰청이 아산 축구단의 인원 충원 계획이 없다고 갑작스럽게 밝히면서 구단의 존속이 위태로워졌다. 의경 폐지는 이미 지난 5월 발표된 사안이고, 2022년부터 의경을 뽑지 않기로 한 것은 사실 재론할 여지가 없다. 아산 구단과 K리그를 주관하는 프로축구연맹도 이를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2023년을 목표로 시민구단 전환을 모색하며 미래를 대비했다.

문제는 절차와 경찰청의 일방적인 결정이다. 경찰청은 정부의 결정에 따라 '2023년까지 5년 간 매년 20% 비율로 의경 제도를 단계적으로 폐지한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유독 스포츠에만 곧바로 의경을 폐지하며 신규 선수를 수급하지 않겠다고 결정했다. 계획대로라면 2019년에는 15명에서 20% 줄어든 12명을, 2020년에는 다시 20% 줄인 9~10명을 뽑고 2023년에 완전 폐지하는 수순을 밟아야 하지만 상황은 급변했고, 이로써 아산 구단은 다음 시즌 K리그에 참가할 수 없게 됐다.

# 단계적인 의경 폐지는 동의, 그러나 갑작스런 결정은 '유감'

아산 구단과 연맹 모두 의경 폐지에 대해서는 동의한다. 이에 구단과 연맹은 2023년 의경 폐지에 맞춰 시민구단 전환을 준비하며 논의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경찰청의 일방적인 결정은 유감스럽다는 입장이다.

가장 큰 문제는 다음 시즌이다. 선수 수급을 의경 선발에 100% 의존하는 아산의 입장에서는 9월에 의경을 뽑지 않을 경우 선수 수급이 중단되고, 기존 선수들이 내년 3월에 제대하면 국가대표 미드필더 주세종, 이명주 등 14명의 선수들만 남는다. 그렇게 되면 '20명 이상의 선수로 팀을 구성해야 한다'는 K리그 가입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해 아산은 다음 시즌 K리그 무대에 참가할 수 없게 된다. 기존 14명의 선수들은 갑작스럽게 축구를 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된 것이고, 아산 입단을 준비하던 선수들도 계획에 차질을 빚게 된다.

경찰청의 결정은 사실상 아산 구단의 해체를 의미한다. 경찰청에서는 다음 시즌 남은 14명의 선수들을 봉사 활동 등으로 활용하겠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서는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여기에 아직 병역 의무를 마치지 않은 젊은 선수들의 진로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되고, 아산 산하의 유소년 클럽 소속 선수들도 갈 곳이 없어지게 된다. 아산은 K리그에 참가하면서 유소년 시스템을 갖췄는데 경찰청의 일방적인 결정으로 인해 유소년 선수들의 미래도 어두워졌다.

# 경찰청의 아산 해체, K리그 무시하는 처사

경찰청의 사실상의 아산 구단 해체는 K리그를 무시하는 처사다. 아산 무궁화의 창단 당시 연맹, 아산시, 경찰대학 3자가 운영협약서를 체결하며 '경찰축구단 운영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면 사전에 3자 협의를 해서 조율하기로 한다'고 명시했지만 경찰청은 아무런 사전 조율 없이 일방적으로 선수 선발 중단을 통보했다. 이는 K리그를 무시하고, '신뢰보호'라는 행정 처분의 대원칙에도 위배되는 처사였다.

특히 경찰청은 지난달 말까지만 해도 홈페이지에 경찰 축구단의 선수 공고를 올렸고, 이런 이유로 연맹이나 아산 구단에서는 선수 충원 중단 방침을 전혀 알 수 없었다. 결과적으로 경찰청은 관계자들과 아무런 교감 또는 상의 없이 충원 공고도 슬그머니 내렸고, 이런 경찰청의 결정은 아산 시민구단 전환 등 연착륙 방안을 마련할 시간 없이 급작스러운 통보로 K리그에 혼란을 줬다.

이에 대해 연맹은 경찰청의 일방적인 통보를 '갑질'로 규정하고 여러 가지 루트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생각이고, 상황에 따라는 장외 투쟁도 불사하겠다는 계획이다. 연맹 관계자는 "연맹도 구단도 아무런 통보를 받지 못한 채 다음 시즌을 준비할 수 없게 됐다. 모든 것에는 절차가 있는데 경찰청은 아무런 상의 없어 일방적으로 협약을 파기했다. 초등학교 학급 회의도 이런 식으로는 진행하지 않는다. 갑질이라고 볼 수밖에 없고, 어떤 식으로든 강하게 대처하겠다. 상황에 따라서는 장외 투쟁도 할 것이고, 여러 루트로 유감의 뜻을 전하고 있다"고 전했다.

연맹의 입장은 의경을 폐지하지 말자는 것이 아니다. 경찰청이 올 해 만이라도 선수 수급을 허용해 대규모로 선수를 충원해 2019시즌까지 만이라도 아산 경찰축구단의 운영을 지속하자는 입장이다. 이후부터는 아산시와 협의해 아산 구단을 시민구단으로 바꾸겠다는 의지를 전하고 있는 것이다.

연맹과 아산 구단도 의경 폐지에 대해서는 사회적인 흐름에 따라 동의하고 있다. 그러나 갑작스런 선수 충원 불가 입장에 대해서는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고, 7월 만 하더라도 2022년까지 아산 구단을 유지하겠다는 경찰 측의 약속을 최소한이라도 지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모든 일에는 절차가 있고, 신뢰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대화가 필요하다. 그러나 경찰청은 연맹, 구단과의 신뢰를 버리고 독단적으로 일을 처리했고, 이는 K리그를 무시하는 처사로 밖에 볼 수 없다. 또한, 이런 일방적인 결정은 '민중의 지팡이'를 자처하는 경찰의 이미지에도 그리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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