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뷰] 김문환이 말하는 한일전과 손흥민 그리고 '꿈같은 9월'

[Inter뷰] 김문환이 말하는 한일전과 손흥민 그리고 '꿈같은 9월'

2018.09.14. 오후 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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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풋볼] 이명수 기자= 두 달 전만 해도 김문환(23, 부산 아이파크)는 무명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길을 걸어가면 소녀팬 들이 알아보고 먼저 다가와 사인과 사진 촬영 요청을 한다. 두 달 사이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목에 걸고, A대표팀 데뷔전까지 치른 김문환은 꿈과 같은 9월을 보내고 있다.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국가대표팀은 지난 1일 막을 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2회 연속 금메달에 성공했다.

아시안게임 대표팀의 면면은 화려했다. '슈퍼스타' 손흥민을 비롯해 월드컵을 경험한 조현우, 이승우, 황희찬 등이 대거 이름을 올렸다. 황의조 역시 이번 대회에서 9골을 폭발시키며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김문환도 아시안게임에서 발견한 '보물' 중 한 명이다. 김문환은 아시안게임에서 7경기에 모두 출전했고, 오른쪽 측면 수비수로 나서 인상적인 경기력을 보여줬다. 스피드를 활용한 돌파와 크로스, 연계 플레이 등 가능성을 보여주며 호평을 받았다. 아시안게임에서의 활약을 바탕으로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A대표팀에 선발됐다. 9월 A매치 2연전에서 비록 후반 막판 교체 출전에 그쳤으나 앞으로의 가능성을 확인 할 수 있었던 순간이었다.

# 아찔했던 순간? 조별예선 2차전 말레이시아전

A매치를 마친 뒤 소속팀 부산으로 복귀한 김문환과 13일, 전화 인터뷰를 가졌다. 김문환은 "김해공항에 도착해 클럽하우스로 가는데 팬들이 알아보셨다. 전에 경험하지 못했던 것이다. 놀랍기도 하고 얼떨떨하다"며 소감을 전했다.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향하는 여정은 가시밭길이었다. 바레인을 6-0으로 대파할 때만 해도 모든 일이 순조롭게 흘러가는 듯 했다. 하지만 조별예선 2차전 말레이시아에게 1-2로 덜미를 잡혔다. 아찔했던 순간. 하지만 김문환은 말레이시아전이 반전의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김문환은 "오히려 그때 져서 마음가짐과 멘탈을 잡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다"면서 "(손)흥민이 형, (황)의조 형, (조)현우 형과 같은 선배들이 말씀을 많이 하며 분위기를 이끌었다. 특히 (손)흥민이 형이 '한마음으로 함께 해야 한다'고 많이 강조해주셨다"고 회고했다.

말레이시아전에서 패한 김학범 감독은 3백을 과감히 버리고, 4백으로 팀을 재정비했다. 이 과정에서 김문환은 우측 풀백으로 기용됐고, 활발한 활동량과 투혼 넘치는 플레이로 축구 팬들의 눈도장을 찍는 계기가 됐다.

이에 대해 김문환은 "감독님의 전술 변화에 따른 임무 수행은 당연한 것이다. 3백에서 4백으로 바뀌어도 불편함은 없었다"면서 "신체적으로 피곤한 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선수는 경기를 뛰어야 행복하고, 힘들다고 하기 보다 못 뛴 선수들을 위해 열심히 뛰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 고비였던 우즈벡전, 피가 끓어오른 한일전

대표팀은 키르기스스탄을 꺾고 조 2위로 16강 진출을 확정 짓는다. 16강에서 이란을 꺾고 순조롭게 8강에 진출한 한국의 상대는 우즈베키스탄. 하지만 우즈베키스탄과 6골을 주고받는 난타전 끝에 연장 접전을 벌였고, 연장 후반 황희찬의 페널티킥 결승골에 힘입어 우즈벡을 꺾고 4강에 진출할 수 있었다.

김문환은 우즈벡전을 두고 '고비'라고 표현했다. 김문환은 "지면 떨어지기 때문에 정말 중요했던 순간이었던 것 같다"면서 "(황)희찬이가 페널티킥 찰 때 나는 리바운드 된 공을 차려고 쇄도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골이 들어가서 다행이다"며 웃으며 말했다.

4강에서 베트남을 꺾은 대표팀은 결승에서 일본을 상대했다. 한일전으로 성사된 결승전을 두고 SBS의 중계 마이크를 잡은 최용수 해설은 "옛날에는 미팅도 필요 없었다. 한일전은 불타는 승부욕과 강한 멘탈로 준비했다"며 한일전이 주는 감정을 설명한 바 있다.

김문환이 전하는 선수단의 분위기도 같았다. 김문환은 "일본한테는 가위바위보도 지면 안 된다. 50대50 상황이면 다치더라도 몸으로 부딪히자는 이야기가 나왔다"면서 "전쟁하러 나가는 기분 이었다"고 표현했다.

90분 동안 0-0으로 승부를 가리지 못한 양 팀은 연장전에 돌입했다. 연장전을 앞두고 김학범 감독은 선수들의 피를 끓어오르게 하는 연설을 펼쳤다. 김학범 감독은 "일장기가 태극기 위에 올라가는 꼴은 못 본다"며 선수들을 자극했다.

당시 상황에 대해 김문환은 "모든 선수들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끓어오르는 감정을 갖게 됐었다"면서 "연장 들어갔을 때 공격수들을 믿고 실점만 하지 않게 몸으로 막자고 수비수들끼리 이야기했다. (이)승우와 (황)희찬이가 골 넣고 난 후 남은 시간이 그렇게 긴 줄 몰랐다. 정말 힘든 순간 이었다"고 설명했다.

# 금메달 찍고 A대표팀, "흥민이 형만 따라다녀요"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목에 건 김문환은 꿈과 같은 순간을 마주한다. 바로 벤투 감독의 선택을 받아 A대표팀에 이름을 올린 것이다. 생애 첫 A대표팀 선발이다. 코스타리카-칠레와의 2연전에서 대표팀의 우측 주전 풀백은 이용이었고, 김문환은 이용을 대신해 후반 종료 직전 교체 투입되었지만 그럼에도 소중한 기회였다.

김문환은 "대표팀은 항상 꿈꿔 왔던 것이다. 영광스럽다"면서 "사실 아시안게임은 또래들이 많았지만 A대표팀은 형들이 많다. TV에서만 보던 형들이다. 형들에게 배우고 느낀 것이 많았고, 한 단계 더 성장해서 꾸준히 활약하고 싶다"고 다짐했다.

김문환은 손흥민과의 일화를 소개했다. 아는 사람이 없는 상황에서 아시안게임을 함께 다녀온 손흥민이 자신을 많이 챙겨주고, 도와줬다고 말했다.

김문환은 "(손)흥민이 형은 아시안게임에서 많이 챙겨줬고, 조언도 많이 해줬다. A대표팀 소집 후 파주에서도 특히 많이 챙겨줬다"면서 "파주에서 같이 밥 먹자고 테이블에 불러 주셨고, 훈련 할 때도 항상 '자신 있게 하라'며 자신감을 심어주셨다. 정말 고맙고 감사했다"고 전했다. 실력은 물론이거니와 A대표팀을 다녀온 후 자신감까지 장착하게 된 김문환은 소속팀 부산에서 비상한 후 10월 A매치에서 다시 벤투 감독의 부름을 받는 순간을 꿈꾼다.

사진 = 윤경식 기자, 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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