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G POINT] "이름값에 취하면 안 돼" 곱씹어야 할 이승우의 충고

[인터풋볼] 유지선 기자= 김학범호가 항해 중 일찌감치 암초를 마주했다. 방심한 나머지 말레이시아에 쓰라린 패배를 당했고, 16강 진출 시나리오에도 차질을 빚게 됐다.

한국 아시안게임 축구 대표팀은 17일 오후 9시(한국시간) 인도네시아 반둥에 위치한 잘락 하루팟 스타디움에서 열린 말레이시아와의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조별리그 E조 2차전에서 1-2로 패했다.

이날 경기서 한국은 곳곳에 로테이션을 가동했다. 나상호 대신 황희찬이 황의조와 투톱을 이뤘고, 중원 조합은 이진현과 김정민, 김건웅으로 새롭게 구성됐다. 오른쪽 윙백 자리에는 이시영이 섰으며, 골문은 조현우 대신 송범근이 지켰다.

3백만 고정 멤버로 나섰을 뿐, 모든 포지션에 변화가 이뤄진 것이다. 1차전 선발 라인업과 비교하면 무려 6자리가 새 얼굴들로 채워졌다. 물론 1차전 선발 라인업이 최상의 멤버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다. 김학범 감독도 앞서 \"주전과 비주전의 차이는 없다. 일정이 빡빡한 만큼 모든 선수들이 뛰어줘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변화의 폭만큼 경기력의 차이도 컸다. 무실점으로 마무리했던 1차전과 달리, 골문과 수비진에서 실수를 남발했다. 문전을 지킨 송범근과 3백의 한축을 구성한 황현수는 어이없는 실수로 실점의 빌미를 제공했고, 상대가 역습을 펼칠 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1차전에서 보여줬던 화끈한 공격력도 찾아볼 수 없었다. 수차례 공격 시도에도 부정확한 슈팅으로 찬스가 번번이 무위에 그친 것이다. 후반 42분 황의조가 문전에서 악착같은 슈팅으로 부랴부랴 만회골을 만들었지만, 전체적으로 만족스러운 공격력이 아니었다.

\"공격은 수비와 다르게 조직력보다는 선수 개개인의 능력이 좀 더 중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던 김학범 감독도 머쓱할 수밖에 없었다. 짜임새 있는 공격이 이뤄지지 않은 공격진에서 \'에이스\' 손흥민도 만능 카드가 되지는 못했다.

한국은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손흥민과 이승우, 황희찬, 황의조 등 역대 아시안 게임을 통틀어 가장 화려한 공격진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이름값에 지나치게 기댄 탓일까. 말레이시아를 상대로 한국이 90분 동안 보여준 모습은 \'안일함 투성이\'였다.

김학범 감독도 경기를 마친 뒤 \"이른 시기에 선수들의 경기 감각을 올려주고 싶었는데, 판단 착오였다. 로테이션을 너무 일찍 했다\"며 실패를 인정했다. 이어 김학범 감독은 \"예방 주사를 맞았다고 생각하겠다. 어려운 길을 걷게 됐는데, 기어코 돌파해내겠다\"며 이를 악물었다.

이승우는 자카르타로 떠나기 전 \'역대 최고의 공격진\'이라는 칭찬에 머쓱해하며 \"화려한지 잘 모르겠다. 이름값에 취해서 방심하다보면 쉽지 않은 대회가 될 것\"이라고 경계한 바 있다. 방심한 대가를 톡톡히 치른 한국, 이승우가 가볍게 툭 던졌던 한마디가 더 가슴 깊이 파고드는 날이었다.

사진= 윤경식 기자, 대한축구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