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C POINT] '희망 고문'이라도 있는 게 더 낫지 않나요?

[WC POINT] '희망 고문'이라도 있는 게 더 낫지 않나요?

2018.06.24. 오전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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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풋볼] 김병학 기자= 독일이 극적으로 스웨덴을 잡아 준 덕분에 한국은 16강 진출의 실낱같은 희망을 안게 됐다.

독일 축구 대표팀은 24일 오전 3시(한국시간) 러시아 소치의 피시트 스타디움에서 열린 스웨덴과 2018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 월드컵 F조 2차전에서 크로스의 극적인 골에 힘입어 2-1 역전승을 기록했다.

16강 진출을 위해 적을 응원해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 1,2차전에서 전패를 당한 한국은 독일이 반드시 스웨덴을 잡아주기만을 바라야 했다. 다행스럽게 독일은 극적으로 스웨덴을 꺾었고, 한국도 1%의 가능성이나마 16강 진출이라는 꿈을 꿀 수 있게 됐다.

이제 한국은 벼랑 끝에서 구출해준 독일을 반드시 잡아야 하는 입장이다. 이는 독일도 마찬가지. 오늘의 동료가 하루아침에 서로 물고 뜯기는 관계가 되어버렸다. 한국이 16강 진출을 이루기 위해서는 독일을 무조건 2점 차 이상 꺾어야 한다. 그리고 멕시코가 스웨덴을 잡아 주길 간절히 바라야 한다.

사실상 기적과 같은 시나리오다. 비록 삐걱거리고는 있다지만 독일은 '디펜딩 챔피언'이 아닌가. 더군다나 한국은 2전 전패로 분위기도 축 가라앉은 상태고, 중원의 핵이자 리더인 기성용의 출전 여부도 불투명해진 상태다. 지금 이 상태에서 독일을 상대로 2점 차 승리를 거둔다는 건 하늘의 별 따기처럼 보인다.

팬들도 이를 잘 알고 있다. 한국의 16강 진출 가능성이 생겼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여론은 '기대를 가지는 게 이상하다. 희망 고문은 이제 제발 그만두자'라는 쪽으로 휩쓸리고 있다. 짧게 표현하자면 헛된 희망 품지 말고 그냥 편안하게 마지막 경기를 즐기자는 말이다.

하지만 탈락 확정보다는 '희망 고문'이라는 네 글자가 훨씬 더 좋은 말이지 않은가. 그래도 4년을 기다린 월드컵 무대인데, 일찌감치 짐을 싸는 것 보다는 태극전사들이 마지막까지 16강 진출이라는 희망을 껴안고 싸우는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게 더 큰 축복으로 느껴진다.

설령 조별 예선에서 탈락한다 하더라도 타의적인 것보단 자의적으로 결과를 받아들이는 것이 보기에도 더욱 좋다. 기적을 연출한다면 금상첨화다. 이런 시각에서 보자면 독일의 승리가 선물로 보여지기도 한다. 그러니 독일전을 앞두고 '희망은 없다'고 말하는 것보단,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응원하는 것이 더욱 바람직한 자세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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