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팀 In 인스부르크] "거짓말쟁이 된 것 같다" 기성용이 견디는 '캡틴의 무게'

[대표팀 In 인스부르크] "거짓말쟁이 된 것 같다" 기성용이 견디는 '캡틴의 무게'

2018.06.08. 오후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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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풋볼=인스부르크(오스트리아)] 이명수 기자= 당연히 손쉬운 승리를 예상했다. 하지만 신태용호는 볼리비아에 득점없이 0-0 무승부를 거뒀고, 비판여론이 거세지자 '캡틴' 기성용이 재차 국민들의 응원을 당부했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한국 월드컵 대표팀은 7일 밤 21시 10분(한국시간)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에 위치한 티볼리 슈타디온 티롤에서 열린 볼리비아와 평가전에서 0-0 무승부를 거뒀다.

답답한 경기력이었다. 수비가 궤도에 올라오자 공격이 말썽이었다. 비록 한 수 아래의 상대였지만 장현수가 돌아온 포백 수비는 별 다른 위기사항 없이 90분을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그러나 90분 내내 상대를 몰아치고도 득점을 기록하지 못했고, 볼리비아를 상대로 득점 없이 무승부를 기록했다.

승리를 기대했던 대표팀의 분위기는 가라앉았다. 초점은 스웨덴전에 맞춰져있다고 하더라도 볼리비아는 반드시 잡아야하는 상대였다. 승리 모멘텀이 필요한 상황에서 볼리비아를 잡고, 러시아까지 좋은 기운을 이어가야 했기 때문이다. 이날 무승부가 뼈아픈 이유다.

경기 후 취재진 앞에 선 '캡틴' 기성용의 표정도 밝지 않았다. 평소 조곤조곤하게 말하는 스타일의 기성용이지만 이날은 목소리가 더 가라앉아 있었다. 기성용은 "스웨덴전 이후 나아질 것"이라면서 "컨디션이 떨어진 모습이었지만, 전술적인 부분도 좋아지고 있다"고 짧막한 소감을 남겼다.

기성용에게 러시아 월드컵은 특별하다. 생애 세 번째 월드컵이고, 주장으로 나서는 첫 번째 월드컵이다. 누구보다 잘하고 싶다. 2014 브라질 월드컵의 참패를 알고 있기에 기성용은 '주장'으로서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고 있다.

보스니아전이 그랬다. 전주에서 열린 국내 출정식을 겸해 치른 보스니아와의 평가전에서 대표팀은 1-3으로 완패했다. 보스니아전에서 기성용은 100경기 출전을 달성하며 센추리클럽 가입에 성공했지만 팀의 패배에 얼굴이 굳었다.

기성용은 경기 후 라커룸에 선수들을 모아놓고 장시간 쓴소리를 내뱉었다. 이례적인 일이었다. 오스트리아로 출국 하기위해 인천공항에 모인 날에도 기성용은 인터뷰에서 "지금보다 좀 더 간절함을 가지고 경기장에 들어가야 한다. 후배들도 장기적으로 봤을 때 이번 월드컵이 얼마나 중요한 대회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하길 바란다"며 분발을 촉구했다.

사전 캠프를 차린 오스트리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오스트리아 입성 첫번째 훈련 날, 장시간 이동으로 피로가 쌓인 대표팀은 족구와 레크레이션 위주의 훈련을 펼치며 회복에 주력했다. 신태용 감독을 포함해 모두가 웃으며 족구에 몰두할 때 기성용은 굳은 얼굴로 밖에서 지켜보기만 했다.

훈련이 끝나고, 기성용이 선수들을 불러모았다. 기성용의 일장연설이 시작됐다. 보통 짧게 한두마디 하고 끝나는 선수단 미팅은 15분 째 끝날 줄 몰랐다. 미팅을 마치고 훈련장을 나서는 기성용은 미팅 때 어떤 말이 오갔는지에 대해 말을 아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사실은 기성용이 또 다시 쓴소리를 했다는 것이다.

이처럼 기성용은 대표팀 내부 기강 결속에 힘을 다하고 있다. '악역'을 자처하는 이유는 그가 '주장'이기 때문이다. 볼리비아전 이후도 마찬가지였다. 기성용은 대표팀을 향한 비판을 가슴아파했다.

볼리비아전이 끝난 후 만난 기성용은 월드컵 각오를 담담하게 풀어나갔다. 기성용은 "부상자도 많고 월드컵을 준비하는 과정이 쉽지 않다"면서 "지금까지 최종예선부터 많은 팬분들께 똑같은 이야기를 했다. 기대해달라. 최선을 다하겠다. 그런 말을 많이 했는데 제가 거짓말쟁이가 된 것 같아 마음이 힘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기성용은 "감독님 입장에서도 힘들 것이다. 모두가 월드컵에서 잘 하고 싶다. 100% 준비를 하고 있고, 잘하겠습니다 라고 이야기하는 것 보다 스웨덴전에 경기장 안에서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더 잘하겠다. 더 좋아지겠다 라고 말하는 것 보다는...사실 선수들도 부담감을 많이 느끼고 있다"며 솔직한 심경을 털어놓은 기성용은 "월드컵이 끝나고 결과가 잘못되면 당연히 선수들이 책임을 질 것이다. 일단은 선수들이 월드컵에서 조금 더 편안하게 준비할 수 있도록 응원해주셨으면 한다"고 대표팀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이제 스웨덴전까지 2주도 채 남지 않았다. '주장' 기성용의 머릿속은 온통 월드컵으로 가득 차 있다. 혼자만 잘해서는 안된다. '주장' 이기에 다른 선수들도 함께 이끌어가야하고, 경기 내적으로나 외적으로 신경써야 할 부분이 많다. 또한 아무리 기분이 좋지 않더라도 미디어 앞에 대표로 나서 인터뷰도 해야한다.

이처럼 기성용은 '캡틴의 무게'를 견디고 있다. 기성용은 한결같이 대표팀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한결같은 지지를 호소했지만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할 때면 '거짓말쟁이'가 된 것 같다며 가슴 아파했다. 기성용은 모든 것을 스웨덴전에 보여주겠다고 했다. 앞으로 2주가 채 남지 않은 상황. 기성용은 누구보다 더 월드컵에서의 성공을 갈망하고 있고, 그가 견디는 '캡틴의 무게'를 대표팀에 대한 지지와 성원으로 덜어주어야 한다.

사진 = 대한축구협회, 윤경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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