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에서] 전북이 '1강'인 이유, 위기에 강하다

[전주에서] 전북이 '1강'인 이유, 위기에 강하다

2018.03.19. 오전 0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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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풋볼=전주] 정지훈 기자= 잠시 흔들렸지만 그래도 전북은 강하다. 2016년보다는 치열함이 덜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전북과 서울의 '전설매치'는 뜨거웠고, 모든 것을 걸고 싸운 이 한판 승부의 승자는 '1강' 전북이었다.

전북 현대는 18일 오후 2시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8 KEB하나은행 K리그1(클래식) 3라운드, FC서울과 전설매치에서 김민재, 아드리아노의 연속골에 힘입어 2-1로 승리했고,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 치열함이 덜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전설매치'

확실히 2016년보다는 치열함이 덜했다. 전설매치는 전북의 '전'과 서울의 '설'에서 따온 이름으로 최근 10년간 두 팀이 K리그를 선도하면서 만들어진 라이벌 매치다. 특히 지난 2010년 서울이 우승을 차지한 시즌 홈 개막전에서 '인기 걸그룹' 티아라를 초대했는데 공교롭게도 티아라가 전북을 상징하는 녹색 의상을 입어 논란이 됐다.

이때부터였다. 전북과 서울은 슈퍼매치 못지않은 흥행 보증 수표가 됐고, 매 경기 치열한 맞대결을 펼쳤다. 특히 지난 2016년 서울이 극적인 우승을 차지할 때 가장 뜨거웠고, 두 팀의 라이벌 구도는 더 심화됐다.

그러나 이번 시즌은 조금 다르다. 전북이 손준호, 아드리아노, 티아고 등을 영입하면서 막강한 전력을 갖추며 절대 1강이라는 평가를 듣지만 서울은 오히려 데얀, 오스마르, 윤일록, 이명주, 주세종 등이 여러 이유에서 빠지며 전력이 약화됐다. 이런 이유로 전북의 일방적인 우세가 예상됐고, 비록 전북이 최근 2연패의 부진에 빠졌지만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평가를 달리 하지 않았다.

그래도 여전히 전설매치는 뜨거웠다. 흐린 날씨에도 전주성에는 15,513명의 관중이 운집했고, 경기 전부터 열띤 응원전을 펼쳤다. 비록 서울 팬들이 최근의 상황을 반영하듯 이전만큼은 모이지 않았지만 분위기만큼은 여전했다.

K리그의 대표적인 명장 최강희 감독과 황선홍 감독의 지략 대결도 치열했다. 경기 한 시간 전 나온 선발 명단을 보고 잠시 취재진이 웅성거렸는데 이유는 황선홍 감독의 파격적인 라인업 때문이었다. 황선홍 감독은 객관적인 전력에서 전북의 우위를 인정하며 고심 끝에 변화를 주기로 결정했고, 박주영과 에반드로가 부상으로 빠진 상황에서 박희성과 안델손의 투톱을 사용했다. 여기에 4-4-2 포메이션을 사용해 두 줄 수비를 구축해 전북과 중원 싸움에서 우위를 점하겠다는 계산이었다.

이에 대해 황선홍 감독은 "참 고민이 많았다. 박주영과 에반드로가 약간의 부상이 있어 함께 하지 못했다. 대신 박희성의 컨디션이 좋아 믿고 투입했고, 전술에도 변화를 줬다. 전북의 수비는 결코 약하지 않다. 비록 실점이 많지만 개인이 가지고 있는 능력은 뛰어나다. 다만 전북이 공격적으로 전진하기 때문에 수비 뒤 공간이 많이 열리는 것이고, 풀백도 과감하게 전진한다. 우리도 이런 것을 공략해야 하고, 중원 싸움에서 우위를 점해야 한다"며 변화를 준 이유를 설명했다.

최강희 감독도 고심의 흔적이 있었다. 경기 전 최강희 감독은 "우리가 투톱을 쓰려고 했는데 서울이 투톱을 썼다. 참. 어렵다. 사실 아드리아노의 컨디션이 좋아 김신욱과 투톱을 가동하려고 했는데 이런 중요한 경기에서는 코치들의 말을 들어야 한다. 일단 원톱으로 가고, 후반에 변화를 주려고 한다"며 고심 끝에 안정을 택했다고 전했다.

# 서울의 두 줄 수비에 막힌 전북, 나쁘지 않았던 황선홍의 승부수

두 팀의 색깔은 확실했다. 일단 전북의 최강희 감독은 안방이지만 무실점에 초점을 맞췄다. 전북은 최근 2연패를 당하면서 많은 실점을 내줬는데 이를 의식한 듯 중원 숫자를 늘리면서 밸런스를 맞추는데 중점을 줬다. 경기 전 최강희 감독도 "월드컵을 준비하는 국가대표 수비수들이 5명이나 있다. 자존심이 있다면 오늘 경기에는 무실점을 할 것이다"며 최근 실점이 많았다는 것을 의식했다.

서울도 수비적이었다. 황선홍 감독은 4-4-2 포메이션을 사용해 사실상 두 줄 수비를 펼치며 전북의 닥공을 막는데 집중했다. 여기에 좌우 측면에 신진호와 이상호를 배치해 전형적인 윙어 없이 중앙으로 좁히게 했고, 결과적으로 전북에 공간을 주지 않으며 어느 정도는 성공했다.

전북의 공격은 서울의 두 줄 수비에 막혔다. 서울은 수비 라인을 내려 전북의 공격을 막는데 집중했고, 공격을 전개할 때는 박희성을 향한 롱볼과 안델손의 개인 기술을 믿었다. 전북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최전방에 위치한 김신욱의 머리로 자주 공이 향했고, 특히 측면에 위치한 김진수와 이용이 날카로운 크로스를 올리는데 집중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두 팀 모두 전반에는 득점을 만들지 못했고, 조금 더 성공한 팀은 황선홍 감독의 서울이었다.

황선홍 감독의 승부수인 곽태휘도 칭찬해줄 수 있었다. 서울은 지난 강원전에서 제리치의 높이에 고전했고, 상대적으로 키가 크지 않은 이웅희와 황현수의 중앙 수비 라인이 힘겨워했다. 이에 황선홍 감독은 김신욱의 높이를 막기 위해 베테랑 수비수 곽태휘를 선발 출전시켰다. 경기 전 황선홍 감독도 "곽태휘에게는 동기 부여가 될 것이다. 김신욱의 높이가 위력적이기 때문에 봉쇄해야 하고, 안정적인 수비 리딩을 기대하고 있다"며 믿음을 보였다.

# 전북이 '1강'인 이유, 위기에 강하다

분명 전반전은 황선홍 감독의 전략이 통했다. 그러나 후반에는 양상이 달라졌고, 전북은 위기의 순간을 돌파하는 능력이 있는 팀이었다. 결국 답답할 때는 세트피스 한방이었다. 그리고 해결사는 전북의 괴물신인 김민재였다. 후반 5분 이재성의 코너킥을 김민재가 타점 높은 헤더로 마무리했고, 곽태휘와 경합을 완벽하게 이겨냈다.

곽태휘의 입장에서는 뼈아픈 실점 장면이었다. 전반 내내 김신욱을 잘 막아내며 좋은 평가를 줄 수 있었지만 세트피스 상황에서 김민재를 놓치면서 실점을 내준 것은 아쉬웠다. 물론 서울이 맨 마킹이 아닌 지역 방어를 사용했기에 모든 책임을 곽태휘에게 돌릴 수는 없지만 실점을 내준 순간에는 분명 아쉬웠다.

반대로 전북은 위기에 강했다. 2연패 뒤에 매우 중요한 서울전이었기에 무엇보다 결과가 중요했다. 경기 전 최강희 감독도 "내용도 중요하지만 결과가 중요한 한판이다"라고 했을 정도로 전북에게는 반전이 필요했다. 승부사 최강희 감독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고, 전반 12분 아드리아노까지 투입하며 승부를 던졌다.

결국 이 승부수가 통했다. 후반 29분 혼전 상황에서 아드리아노에게 공이 흘렀고, 이것을 아드리아노가 놓치지 않았다. 이 한 방을 끝으로 사실상 경기는 마무리됐고, 황선홍의 승부수는 아쉽게 실패했다.

결과적으로 전북은 위기의 상황을 빠르게 벗어나는 것에 능했고, 플랜A 뿐만 아니라 다양한 플랜이 마련돼 있었다. 결국 전북이 1강인 이유는 위기에 강하기 때문이다.

# 3경기 무승, 위기에 빠진 황선홍 감독

황선홍 감독은 이번 시즌을 앞두고 과감한 리빌딩을 진행했다. 자신이 추구하는 빠르고, 콤팩트한 축구를 완성하기 위해 '레전드' 데얀과 결별했고, 이후에도 윤일록, 오스마르와도 작별했다. 그리고 나서 김성준, 정현철, 에반드로, 안델손 등을 영입하며 과감하게 변화를 줬다.

그러나 팬들의 반발은 거셌다. '레전드' 데얀이 라이벌 수원으로 떠난 것이 가장 큰 문제였고, 시즌이 시작되니 경기력도 좋지 않아 팬들의 마음을 얻지 못했다. 물음표를 느낌표로 바꿨어야 했지만 서울은 리그 3경기에서 1무 2패라는 최악에 가까운 성적표를 받았다. 물론 제주, 강원, 전북이라는 만만치 않은 상대와 싸웠기 때문에 변명의 여지가 있지만 남은 일정도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경기 후 전주성을 찾은 서울의 서포터즈석에서 "황선홍! 황선홍!"이라는 큰 외침이 들렸다. 기자석과 관중석의 거리가 멀어 정확한 워딩은 들리지 않았지만 황선홍 감독을 외치는 목소리는 분명했다. 아쉬운 패배에 고개 숙인 황선홍 감독을 향한 응원이었을까? 현재 상황을 봤을 때는 응원이 아닌 아쉬움의 목소리일 가능성이 더 높고, 현재 황선홍 감독은 분명 위기다.

황선홍 감독도 이를 잘 알고 있었다. 경기 후 황선홍 감독은 "선제 실점 전까지는 우리가 준비한대로 잘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실점이후 밸런스가 무너지며 추가골을 내줬다. 그래도 선수들은 잘해줬다. 힘들고 어렵겠지만 극복할 것이고, 남은 경기는 매 경기가 중요하다"며 다시 한 번 반전을 약속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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