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1 POINT] '강등 후보' 인천이 '우승 후보' 전북을 꺾던 날

[K리그1 POINT] '강등 후보' 인천이 '우승 후보' 전북을 꺾던 날

2018.03.11. 오전 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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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풋볼=인천] 유지선 기자= 설마 했던 일이 현실이 되고 말았다. 매년 '강등 후보'로 꼽히는 인천 유나이티드가 '우승 후보' 전북 현대를 꺾던 날, 겨울의 찬 기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숭의 구장은 뱃고동 소리로 들썩였다.

인천은 10일 오후 2시 인천 축구전용구장에서 열린 전북과의 KEB하나은행 K리그1 2라운드 경기에서 3-2로 승리했다. 이로써 인천은 개막 후 2경기 만에 첫 승을 신고했고, 전북은 올 시즌 첫 패배를 당하고 말았다.

인천이 홈 개막전에서 승리한 건 2010년 이후 무려 8년만이다. 지난 2012년 홈 경기장을 숭의 구장으로 옮긴 뒤에는 처음 있는 일이다. 숭의 구장 개장 후 처음으로 홈 개막전에서 축포를 쏘아올린 것이다. 인천의 이기형 감독은 "첫 승을 최대한 빨리 기록하는 것이 목표 중 하나였는데, 선수들도 자신감이 생겼을 것"이라며 두 경기 만에 나온 승리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 안 풀렸던 전북, 중원 장악 실패에 실수까지

인천의 승리를 예상한 이는 그리 많지 않았다. 매 시즌 극적으로 잔류에 성공하며 '생존왕'이란 별명을 얻었지만 올 시즌은 힘들지 않겠느냔 우려의 시선이 향했고, 반면 전북은 올 시즌 초반부터 경기당 4.25골을 터뜨리며 '닥공'의 정석을 보여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인천이 끈질기게 버티더라도 결국 전북의 창을 버텨내지 못할 거란 의견이 다수였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예상과는 전혀 다른 흐름이 됐다. 전반 3분 만에 문선민이 포문을 연 것이다. 전북에게 쉽지 않은 90분이 될 거라고 암시하는 복선이었다. 인천이 먼저 포문을 열면 전북이 쫓아가는 흐름으로 경기가 전개됐다. "초반부터 강하게 나가서 경기를 유리하게 끌고 가려고 했는데"라고 아쉬워하던 최강희 감독도 "오히려 선제골을 계속 허용했다"며 씁쓸해했다.

중원 싸움에서도 패했다. 인천은 아길라르와 한석종, 고슬기가 중원에서 삼각형을 그리고 섰고, 능수능란하게 경기를 조율하며 중원을 장악했다. 김신욱과 아드리아노에게 볼 배급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한 이유 중 하나다.

설상가상으로 전북은 중요한 시점에 치명적인 실수까지 나왔다. 2-2로 팽팽하던 후반 10분 황병근 골키퍼가 공을 잡기 위해 앞으로 나왔지만 공을 놓쳤고, 이것을 문선민이 낚아채 골로 마무리한 것이다. 승리에 방점을 찍는 골이었다. 최강희 감독은 "후반전에 다른 분위기로 끌고 갈 수 있는 시점에 공교롭게도 실수가 나왔다. 가장 아쉬운 부분"이라며 곱씹었다.

# 인천은 수비만 하는 팀? 고정 관념 깼다

최강희 감독은 경기 전 취재진과 만나 "인천이 외국인 선수를 모두 선발로 내보냈더라. 치고 박는 경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인천과 광주, 대구 등 수비적으로 내려앉는 팀이 오히려 상대하기 까다로웠기 때문에 인천이 '공격적'으로 나서면 득이 될 거란 기대도 내심 깔려있었다.

인천은 최강희 감독의 바람처럼 전북을 상대로 맞불을 놓았다. 최전방의 무고사를 비롯해 좌우 측면에서는 문선민과 쿠비가 쉴 틈 없이 전북의 빈틈을 파고들었고, 아길라르도 적재적소에 패스를 찔러주며 전북 수비진을 흔들었다. '인천=수비적인 팀'이라는 고정관념을 완전히 뒤바꿔놓은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인천은 지난 시즌 K리그1 12개 팀을 통틀어 가장 적은 득점을 기록했다. 38경기에서 총 32골을 기록했고, 팀 내 최다 득점자가 5골을 기록한 송시우였다. 수비적인 팀이란 고정관념이 생길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그러나 올해는 다르다. 이기형 감독은 "그동안 수비 후 카운트 어택하는 전술을 주로 구사했다. 그러나 올해는 그런 부분을 탈피해 도전적인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다"면서 "어느 팀을 만나더라도 박진감 있고, 속도감 있는 경기를 보여드리기 위해 노력하겠다"며 인천에 공격적인 옷을 입히겠다고 약속했다.

# 길고 긴 가뭄 끝에 싹 틔운 '외인 농사'

올 시즌 인천표 공격 축구를 기대하게 만드는 데에는 외국인 선수들의 활약이 한몫을 했다. 인천과 같은 시민구단은 외인 농사의 성패에 따라 한 시즌 성적이 갈리는 경우가 많았다. 주니오와 에반드로 등 외국인 선수들의 활약이 돋보였던 대구 FC가 지난 시즌 기대 이상의 성적을 냈던 것처럼 말이다.

화려한 스쿼드를 갖출 수 없는 상황에서 외국인 선수들의 활약은 그만큼 절대적이다. 사실 인천은 지난 시즌 '외인 농사'에 처참한 실패를 맛봤다. 부노자는 개인 기량을 출중하지만 팀워크에서 아쉬움을 남겼고, 달리는 이렇다 할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채 반년 만에 짐을 쌌다. 뒤늦게 합류한 엔조도 뚜렷한 인상을 남기지 못했다. 채프만이 홀로 묵묵히 제몫을 했을 뿐이다.

그러나 전북전에서 인천의 '신입생' 3인방이 보여준 활약은 '외인 농사'에 목말라있던 팬들의 갈증을 해소시키기에 충분했다. "인천행을 결정할 때 데얀에게 많은 조언을 받았다"던 무고사는 최전방에서 데얀의 향기를 물씬 풍겼다. 문전에서의 침착한 마무리와 연계 플레이, 게다가 개막 후 2경기 연속골까지 터뜨리며 골 가뭄에 대한 걱정도 덜어줬다.

지난 강원전에서 확신을 심어주지 못했던 쿠비도 전북전서만큼은 훨훨 날았다. 쿠비는 빠른 발과 허를 찌르는 패스로 인천의 두 골에 기여했다. 최철순을 제치고 선제골을 이끌어냈고, 두 번째 골 장면에서는 김진수를 가뿐히 제쳐내고 무고사에게 날카로운 패스를 찔러줬다.

전북전에 첫 선발로 나선 아길라르도 탄탄한 기본기와 패싱력, 볼 키핑 능력을 뽐내며 패스 플레이의 시발점 역할을 해냈다. 문선민도 "아길라르는 기술이 뛰어난 선수라 키 패스를 잘 찔러준다. 덕분에 좀 더 편하게 움직일 수 있다"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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