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뷰] 김민재의 오답노트, 괴물은 이렇게 탄생했다

[Inter뷰] 김민재의 오답노트, 괴물은 이렇게 탄생했다

2018.01.19. 오전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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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풋볼=강동구] 박주성 기자= 2017년 한국 축구의 새로운 보석이 탄생했다. 겁 없는 괴물 신인 김민재(21, 전북 현대)다. 그는 불과 1년 만에 한국 축구의 크리스마스 선물이 됐다. 그 뒤에는 숨겨진 노력이 있었다.

김민재는 2016년 경수 한국수력원자력 축구단을 거친 후 2017년 겨울 이적시장 최강희 감독의 선택을 받아 전북 현대 유니폼을 입었다. 23세 이하(U-23) 선수 의무출전 규정의 수혜를 받았지만 그 풍부한 기회 속에서 전북을 넘어 K리그의 대표 수비수로 성장했다.

첫 등장은 강렬했다. KEB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2017 개막전인 호남더비에서 선발로 출전한 김민재는 단단한 수비력으로 첫 인사를 건넸고, 계속해서 선발로 전북의 수비를 단단히 지켰다. 그리고 9개월 후 김민재는 K리그 최고의 신인으로 영플레이어상을 수상했다.

그런 활약은 대표팀의 부름으로 이어졌다. 김민재는 2018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 2경기를 남겨두고 신태용 감독의 선택을 받았다.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신태용 감독은 굉장히 과감하게 프로 1년차 김민재를 선택했고 2경기에서 무실점을 기록하며 월드컵 진출을 이뤘다.

한 시즌이 끝난 후 서울의 한 카페에서 김민재를 만났다. 모두에게는 완벽해 보이는 첫 시즌이었지만 정작 김민재 본인은 만족과 아쉬움을 동시에 갖고 있었다. 그가 말하는 2017년 그리고 지금의 괴물 신인이 만들어진 비결을 들어보자.

# 한 시즌을 마친 소감이 어떤가요?

바쁘기도 했고, 부담스럽기도 했고, 재밌기도 했습니다. 이번 시즌에는 해볼 것과 못 해볼 것 다 해봤어요. 좋은 경험과 함께 좋은 것들을 배운 시즌이었습니다. 2년차에는 실수한 것들을 최소화하면서 잘했던 부분들을 극대화 시키고 싶습니다. 조금 더 발전하는 모습으로 팬들 앞에 서고 싶습니다.

# 해볼 것과 못 해볼 것은 무언인가요?

못 해볼 건 프로 처음으로 페널티킥도 주고, 퇴장도 당해봤습니다. 그 경기에서는 팀도 패배했습니다. 다행히 팀이 우승을 해서 홀가분하게 털어낼 수 있었습니다. 해볼 건 좋은 형들과 함께 운동을 하면서 많은 걸 배웠던 겁니다. 경기에도 많이 뛰었고요. 거기에 대표팀까지 가는 좋은 기회를 얻었습니다. 전북이라는 좋은 팀에 항상 감사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다음 시즌이 부담스럽기도 합니다.

# 이번 시즌 가장 기뻤던 순간은 언제인가요?

너무 많네요. 첫 골을 넣었을 때고 기뻤고, 대표팀 처음 갔을 때도 기뻤습니다. 우선 팀적으로는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홈에서 제주 유나이티드를 꺾고 우승했을 때입니다. 정말 통쾌하고 좋았어요. 개인적으로는 대표팀에 처음 선발됐을 때입니다. 당시 대표팀은 생각도 없었습니다. 자고 있었는데 일어나보니 핸드폰에 연락이 엄청 많이 와 있었어요. 그래서 확인해보니 대표팀 명단에 제 이름이 있었습니다. 정말 얼떨떨했어요. 부모님도 축하보다는 '믿기지 않는다'라며 전화를 주셨어요. 삼촌은 뽑힐 줄 알았다며 덤덤하게 전화하셨습니다. 속으로는 굉장히 기뻐하셨을 것 같아요. 저에게는 무서운 축구 선생님입니다. 표현을 잘 하시지 않습니다. 형은 저보다 축하를 더 많이 받았다고 들었습니다.

# 이제는 다음 시즌을 생각해야 하는데?

다음 시즌에는 또 아시아 챔피언스리그가 있습니다. 그 무대에서 좋은 선수들을 잡아보며 더 배우고 싶어요. 챔피언스리그는 우승하기 굉장히 어려운 무대라고 알고 있습니다. FA컵도 두 시즌 연속 부천에 지면서 탈락했죠. 리그 우승은 항상 노리고 있는 목표고, 이제 FA컵과 챔피언스리그에서도 우승을 해보고 싶습니다. 당차게 트레블을 목표로 정하겠습니다(웃음). 그러면서 K리그 최고의 수비수가 되고 싶습니다.

# 전북 우승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9년 동안 5번이나 우승한 원동력이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우선 다른 팀보다 스쿼드가 두텁습니다. 누가 빠져도 크게 티가 나지 않아요. 그런 부분에서 보이지 않는 경쟁들이 많았습니다. 한 경기 못하면 다음 경기에 나가지 못할 수 있어 안주할 수 없어요. 저는 그런 부분에 굉장히 예민했습니다. 감독님이 경쟁 구도를 만들어 팀 내 선수들이 항상 긴장하며 발전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다른 팀에도 훌륭한 선수들이 많지만 개개인적으로 우리 선수들의 능력이 더 좋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저 실점만 하지 않는다면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며 경기장에 들어갑니다.

# 프로 첫 스승인 최강희 감독님은 어떤 분인가요?

정말 대단하신 분인 것 같습니다. 경기에 자주 뛰는 선수를 한 경기 못했다고 빼기 어려운데 그런 부분에서 냉정한 전술가인 것 같아요. 원래 좋아하는 선수면 계속해서 경기에 나갈 수 있는데 누구 하나 그러지 않고 과감하게 뺍니다. 그래서 저를 포함해 모든 선수들이 계속 긴장을 합니다. 선수단 장악을 정말 잘하시는 것 같습니다.

# 대표팀 첫 발탁도 참 신기했을 거 같아요.

그야말로 얼떨떨했습니다. 정말 믿기지 않았어요. (김)진수 형하고 밥 먹고 파주에 들어가는데 NFC 앞에 기자들이 굉장히 많았습니다. 진수 형한테 긴장이 되는데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물어봤는데 진수 형은 웃으면서 '그냥 걸어가면 돼'라고 말해줬습니다. 가서 인터뷰도 많이 했어요. TV에서만 보던 선수들도 그때 처음 봤습니다. 긴장도 됐지만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표팀에 전북 형들이 많아 큰 도움이 됐습니다.

# 대표팀에 발탁만 된 게 아니라 중요한 경기도 뛰었잖아요?

처음에는 경기에 뛸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어요. 해외 선수들이 오기 전에는 주전조에서 훈련을 했어요. '설마?' 하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형들도 제가 경기에 뛸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어요. 그런데 해외 선수들이 왔는데도 주전조에서 뛰었습니다. 수원 삼성과 평가전(*당시 김민재 만회골로 대표팀이 1-2로 패배)에서도 뛰어 긴장이 시작됐습니다. 경기 날에는 긴장을 하면서 몸을 풀었습니다. 대표팀 데뷔전은 또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부담이 많이 됐습니다. 또 그렇게 팬들이 많은 곳에선 처음 뛰어봤습니다. 리그와 달리 서울월드컵경기장에 6만 명이 가득 찼습니다. 처음에는 소름이 돋았어요. 그 다음에는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팬들이 환호해주셔서 희열을 느끼며 뛰었습니다.

# 그 이후에는 부상으로 대표팀에 합류하지 못했잖아요? 많이 답답할 거 같습니다.

10월에는 유럽 원정이었는데 저도 그 경기에 뛰었다면 참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말 뛰고 싶었어요. 그런 선수들 상대로 나를 증명하고 싶었습니다. 아직 아시아 팀밖에 만나보지 못했거든요. 저는 안주하지 않고, 여전히 검증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유럽팀을 만나 증명하고 싶습니다. 이번 11월 콜롬비아전은 직접 경기장에서 봤습니다. 일단 재밌었어요. 경기를 볼수록 빨리 복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조금이나마 나의 장점을 보여줘야 하는데 다쳐서 쉬고 있으니 답답합니다. 전북에서 잘하고 있으면 좋은 기회가 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계속 목표가 생겨서 좋습니다.

# 어떻게 1년 만에 최고 수비수가 될 수 있었나요? 비결이 있다면?

경기 영상을 자주 봅니다. 대학교 때만 해도 왜 경기를 챙겨보나 생각했습니다. 그냥 내가 경기에서 잘하면 된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프로에 와서는 경기가 끝나면 처음부터 끝까지 경기를 자세하게 봅니다. 왜 보는지 알게 됐어요. 데뷔전 후 영상 속 나만 집중적으로 보니까 내 장점과 단점이 뚜렷하게 보였어요. 잘한 점이 있으면 노트에 정리하면서 계속 생각하고, 못한 점이 있어도 계속 생각합니다. 사람들은 제가 그렇게 하는지 잘 모릅니다. 대학교 때는 비디오를 보라고 해도 안 봤습니다(웃음). 데뷔전 경기 한 번 봐야겠다고 해서 봤는데 많은 것을 느꼈습니다. 그 후로 제 경기는 항상 찾아보면서 생각하게 됐습니다. 대표팀 경기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이제는 제 축구생활의 참고서입니다.

# 2017년 자신에게 점수를 주자면 몇 점을 줄 수 있을까요?

10점 만점에 7점을 주고 싶습니다. 3등급입니다. 부상도 있었고, 퇴장도 당했습니다. 거기서 큰 마이너스가 됐습니다(웃음). 배점이 높은 문제에서 틀린 거죠. 내년에는 더 높은 점수를 받고 싶습니다. 10점으로 1등급을 받고 싶습니다.

# 자신의 장단점을 설명하자면?

장점과 단점 모두 인터셉트입니다. 중학교 때부터 인터셉트에 좋은 모습을 보였습니다. 중학교 2학년 때 키가 168cm였는데 3학년 올라갈 때 182cm까지 컸습니다. 고등학교 가서 더 크고 대학교 와서도 1cm컸어요. 지금은 키가 190cm입니다. 인터셉트는 한 번 실수하면 벗겨져 위험한 기회가 됩니다. 양날의 검이죠. 아직까지는 그런 모습이 나오지 않았는데 늘 걱정하면서 준비하고 있습니다.

# 아 그럼 롤모델은 누구인가요?

레알 마드리드 세르히오 라모스입니다. 원래 페페였는데 그렇게 말했다가 감독님한테 혼났어요. 페페는 너무 거칠게 하는데 그래서 네가 그런 것이라며 뭐라고 하셨습니다(웃음).

# 마지막으로 내년 목표가 궁금합니다.

우선 소속팀에서는 트레블이 목표입니다. 대표팀에서는 러시아 월드컵에 꼭 가고 싶습니다. 모든 축구선수들의 꿈입니다. 또 아시안 게임도 있어요. 어린 선수들이 어떤 것을 보여줄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친구들도 많이 있고, 아는 형들도 많다. 월드컵은 긴장하지 않고 재밌게 뛰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는 팬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팬분들이 항상 경기장에 많이 와주십니다. 원정 경기도 홈경기 같은 분위기가 됩니다. 전북 선수들 모두 정말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시즌 내내 우승으로 보답하고 싶었습니다. 다음 시즌에도 많은 분들이 찾아와 주신다면 또 다시 우승으로 보답하고 싶습니다.

사진=윤경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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