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수첩] '뒤풀이 마당' 울산만의 특별한 만남의 장

[취재 수첩] '뒤풀이 마당' 울산만의 특별한 만남의 장

2017.07.26. 오전 0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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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풋볼=울산] 유지선 기자= 경기장을 찾은 팬들이 경기 종료 후 볼 수 있는 선수들의 마지막 모습은 버스에 올라타는 뒷모습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울산 현대의 홈구장인 문수구장에서는 홈경기를 마친 뒤, 특별한 '만남의 장'이 열린다.

울산 구단은 지난 2015년부터 2년 넘게 '뒤풀이 마당'을 기획해 진행하고 있다. 지난 4월 강원 FC와의 4라운드 경기를 시작으로, 올 시즌만 해도 총 다섯 차례 팬들과 선수들의 뒤풀이 자리가 마련됐다. 선수들의 인사와 하이파이브 정도로 시작했던 뒤풀이 마당은 해를 거듭할수록 내용이 풍성해지고 있다.

# 구단의 기획+선수들의 희생+팬들의 열정

팬들과 선수들이 함께 뒤풀이를 한다는 기획 자체가 기발하다. '뒤풀이'라 하면 팬들이 경기장 밖에서 응원가를 목 놓아 부르며, 승리의 기쁨을 만끽하는 모습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90분 동안 그라운드에서 온 힘을 쏟은 선수들이 피곤한 몸을 이끌고 다시 팬들 앞에 선다는 것도 쉽게 그려지지 않는 모습이다.

뒤풀이 마당을 기획한 울산의 구단 관계자는 지난 22일 '인터풋볼'과의 인터뷰에서 "경기 시간이 2시간 남짓인데 서운한 마음, 좀 더 즐기고 싶은 마음을 가지고 있는 팬들이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어 기획을 하게 됐다"고 설명하면서 "내용도 알차지고, 팬들의 반응도 점점 좋아지고 있다"고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이어 "선수들에겐 미안한 마음이다. 경기 종료 후 라커룸에서 정리를 하고 숙소로 돌아가야 하는 시간인데, 이곳에 와서 10분에서 15분간 팬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이기 때문"이라면서 "그래도 선수들한테는 좀 미안하지만, 많은 팬들이 그만큼 좋아하니까 계속 이어가고 있다"며 팬들을 위한 선수들의 희생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까지 이어올 수 있었다고 밝혔다.

경기에 패하더라도 뒤풀이 마당은 어김없이 열린다. 승패와 상관없이 선수들을 좀 더 가까이하고 싶은 팬들의 마음은 한결같기 때문이다.

# 특별한 만남이 가능한 문수구장

인천 유나이티드와의 KEB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2017 23라운드 경기가 열렸던 지난 22일 문수축구경기장에서도 경기 종료 후 뒤풀이 마당이 진행됐다. 전반 38분 박용지에게 선제골을 내준 뒤 전반 44분 김성환의 페널티킥 골로 1-1 무승부를 거둔 탓에 다소 무거운 분위기였지만, 이날 경기를 소화한 김승준과 이종호, 이명재, 리차드가 나란히 뒤풀이 마당에 참석해 팬들의 아쉬움을 달래줬다. 리차드는 통역을 거치지 않고 직접 준비한 한국어로 "안녕하세요. 리차드입니다. 나는 피곤해요"라고 말하며 팬들을 웃음 짓게 하기도 했다.

'울산의 아들' 이진호도 참석해 오랜만에 팬들과 뜻 깊은 만남을 가졌다. 지난 2003년 울산에서 프로 무대에 데뷔한 이진호는 울산 유니폼을 입고 총 122경기에 출전해 25득점 7도움을 기록했다. 최근 프로 축구 최초로 500승을 달성한 울산이 300승, 400승을 달성한 경기에서 득점포를 터뜨렸던 이진호를 특별히 초대한 것이다.

뒤풀이 마당에서 팬들과 만난 이진호는 게임을 함께 즐기고 '이진호의 축구이야기'라는 이야기로 과거를 추억하는 시간도 가졌다. 울산 구단 관계자는 "2005년 우승할 당시 주요 선수였는데, 시간이 지나 이렇게 보게 돼 감회가 남다르다"면서 "울산을 거쳐 간 선수들이 많은데, 앞으로도 그런 선수들과 팬들이 교감할 수 있는 시간을 계속 만들 계획"이라며 다양한 기획을 약속했다.

실제로 뒤풀이 마당에서 만나본 팬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그동안 뒤풀이 마당에 빠지지 않고 참석했다는 울산 팬 김채린(21)씨는 "작년에 비해 올해는 경기력도 좋아서 기분 좋게 뒤풀이 마당을 즐기고 있다"면서 "최근 정승현 선수가 일본으로 떠날 때 마지막 뒤풀이를 한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이어 "복에 겨운 소리일 수도 있지만, 선수들과 만나는 시간이 좀 더 길었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덧붙였다. 경기장에서 선수들과의 접점이 부족한 팬들의 갈증을 정확히 파악하고, 꾸준히 이어온 울산의 뒤풀이 마당. 덕분에 울산 팬들은 그라운드 위에서의 90분만이 아니라, 그라운드 밖에서도 선수들과 특별한 추억을 쌓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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