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POINT] 리더 없는 인천, 바람 앞에 놓인 촛불

[클래식 POINT] 리더 없는 인천, 바람 앞에 놓인 촛불

2017.06.22. 오전 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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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풋볼=인천] 유지선 기자= 인천 유나이티드가 포항 스틸러스에 쓰라린 패배를 당했다. 일찌감치 강펀치를 맞았지만, 그라운드 위에서 동료들을 어르고 달랠 '리더'는 찾아볼 수 없었다.

인천은 21일 오후 7시 30분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포항과의 KEB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2017 15라운드 경기에서 0-3으로 패했다. 이로써 인천은 안방에서 승점 3점 획득에 실패하며 후반기 반전의 꿈이 물거품으로 돌아갔다.

# 실점보다 더 무서운 패배의식

1승 6무 8패, 이제는 패배가 익숙해지고 있다. 인천은 상주 상무와의 지난 라운드 경기에서 달라진 경기력으로 희망을 보여줬다. 그러나 한 경기 만에 다시 무기력해졌다. 이날 경기서 인천은 전반 24분 양동현에게 선제골을 허용했고, 전반 42분에는 심동운에게 추가 실점하며 전반전을 마치기도 전에 두 골 차로 끌려갔다. 선수들의 어깨도 축 쳐졌다.

이기형 감독은 경기를 마친 뒤 "전반전에만 2실점을 기록하면서 선수들의 자신감이 떨어졌다"며 아쉬워했다. 물론 이른 시간에 기록한 실점은 경기 전체를 놓고 봤을 때 상당히 큰 타격이었다. 그러나 이른 시간 내준 실점보다 더 무서운 건 패배에 익숙해져버린 선수들의 모습이었다.

인천 선수들은 포항전에서도 경기를 마치고 고개를 떨군 채 팬들 앞을 향했다. 매번 박수로 힘을 불어넣어주던 팬들도 이번 시즌 들어 처음으로 선수들에게 야유를 보냈다. 패배라는 아쉬운 성적표 때문만은 아니었다. 이날 그라운드 위에서 선수들이 보여준 모습은 인천의 트레이드마크로 꼽혀오던 '투지', '끈끈함' 등과는 거리가 멀었기 때문이다.

인천 팬들은 경기 도중에도 여러 차례 '정신 차려, 인천'을 외쳤다. 지난 2010년 인천에 몸담고 있던 한 선수는 "그라운드 위에서 '정신 차려, 인천'이라고 외치는 팬들의 호통을 들으면, 정말 정신이 번쩍 든다. '아, 우리가 그렇게 못하고 있구나. 진짜 정신 차려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포항전에서 인천 선수들은 팬들의 수차례 외침에도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 '패배의식' 깨는 건 결국 선수들의 몫

힘이 쭉 빠질 수밖에 없다. 때로는 주변의 따끔한 질타도, '힘내자'고 스스로를 위로하는 말도 아무 소용없을 때가 있기 마련이다. 지금 인천의 상황이 딱 그렇다. 그러나 결국 패배 의식에서 벗어나야 하는 건 직접 그라운드 위를 누비는 선수들의 몫이다. 가장 아쉬운 대목은 이를 독려할 그라운드 위 리더의 부재다.

인천은 이번 시즌 김도혁에게 주장 완장을 맡겼다. 실제로 김도혁은 대다수 경기에서 주장 완장을 차고 경기에 나섰다. 어느새 팀 내 고참급 선수가 됐고, 특유의 유쾌한 성격으로 항상 밝은 모습을 보여왔기 때문이다. 그동안 인천에서 분위기메이커를 도맡았기도 했다. 김도혁은 지난 시즌 막바지에도 인천의 중원에서 중심을 잡아주며, 클래식 잔류에 큰 힘을 보탰다. 상대팀 감독들이 "김도혁만 잘 잡는다면 공격루트를 차단할 수 있다"고 밝혔을 정도다.

하지만 최근에는 경기력은 물론이며, 그라운드 위에서 리더 역할을 하는 모습도 찾아보기가 힘들다. 포항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양동현의 선제골이 터진 후에도, 심동운의 추가골이 터진 후에도 선수들 중 누구 하나 박수치며 동료를 독려하는 이가 없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그라운드 위에서 서로 대화를 나누는 모습도 사라졌다.

물론 축구는 혼자서 하는 스포츠가 아니다. 따라서 한 명에게만 모든 책임을 전가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그라운드 위에서 한 명의 존재가 어느 때보다 빛날 때도 있는데, 그것이 바로 리더다. 실제로 경기 도중 리더가 있고 없고의 차이는 상당하다. 수원 삼성의 염기훈과 전남 드래곤즈의 현영민, 포항의 황지수 등 각 팀마다 고참급 선수들이 어린 선수들을 다독이며 하나로 뭉치고, 위기에서 벗어난 바 있다.

그런 점에서 인천은 당근과 채찍을 고루 사용하며 선수단을 다독일 '리더'의 부재가 상당히 뼈아프다. 바람 앞에 놓인 촛불처럼 그라운드 위 상황에 쉽게 흔들리는 건 어찌보면 당연한 수순이다. 얼굴에서 미소가 점점 사라지고 있는 인천, 선수단을 뒤덮고 있는 패배의식을 하루빨리 걷어낼 수 있을까? 그라운드 위에서 '구심점' 역할을 할 선수의 등장이 절실한 시점이다.

사진= 윤경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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