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L 총결산] 명장 중 '최고'는 콘테, 새 역사 쓴 손흥민

[EPL 총결산] 명장 중 '최고'는 콘테, 새 역사 쓴 손흥민

2017.05.22. 오전 05:15
댓글
글자크기설정
인쇄하기
  • [EPL 총결산] 명장 중 '최고'는 콘테, 새 역사 쓴 손흥민_이미지
AD
[인터풋볼] 서재원 기자= 길고 길었던 한 시즌은 첼시의 우승 세리머니로 마무리됐다. 안토니오 콘테 감독은 그 어느 때보다 치열했던 명장들의 전쟁 속에서 최고로 자리 잡았다.

2016-17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의 열기가 더 뜨거웠던 이유는 손흥민의 존재 때문이었다. EPL 이달의 선수상 2회 수상(2016년 9월, 2017년 4월), 한국인 선수 유럽리그 최다골 기록 경신 등 이번 시즌 손흥민은 새 역사를 써내려갔다.

손흥민의 활약은 최종전까지 계속됐다. 손흥민은 22일(한국시간) 헐시티 원정에서 시즌 6호 도움을 기록하며 토트넘 홋스퍼의 7-1 대승을 이끌었다. 시즌 41경기(컵 대회 포함) 21골 6도움. 그는 소속팀 토트넘과 함께 최고의 마침표를 찍었다.

EPL의 마지막 날에 고개를 숙인 이도 있었다. 아스널은 에버턴과의 최종전에서 3-1로 승리했다. 그러나 같은 시각 맨시티(3위), 리버풀(4위)이 나란히 승리하며 순위는 유지됐고, 결국 5위로 순위를 마감했다. 무려 20년 만에 일이다.

#1. 무리뉴-콘테-펩, 명장들의 등장과 성공적 시작(8월)

2016-17 시즌 EPL이 더욱 뜨거웠던 이유는 어벤저스급 명장들이 대거 입성했기 때문이다. 주제 무리뉴 감독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콘테 감독이 첼시, 펩 과르디올라 감독이 맨체스터 시티로 차례로 입성하면서 EPL의 가치를 더욱 드높였다.

이들의 시작은 좋았다. 3라운드까지 신입 감독들이 이끈 맨시티, 첼시, 맨유 등이 3연승 행진을 달리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반면 같은 시기 디펜딩 챔피언 레스터 시티는 1승(1무 1패)만을 거두며 몰락을 예고했고, 아스널과 리버풀도 고전을 면치 못했다.

시즌 초반 EPL 최대 빅매치는 4라운드 맨유와 맨시티의 맨체스터 더비. 무리뉴 감독과 과르디올라 감독의 만남으로 관심을 모은 경기였고, 결과는 맨시티의 2-1 승리로 종료됐다. 과르디올라 감독의 맨시티는 맨체스터 더비 승리의 기세를 몰아 파죽의 6연승을 달렸다. 그때까지만 해도 맨시티가 강력한 우승후보 였다.

#2. 올림픽에서 복귀한 SON, 시작부터 터졌다!(9월)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참가한 손흥민은 8월에 진행된 3번의 라운드를 함께하지 못했다. 그가 없는 사이 경쟁자인 에릭 라멜라가 주전의 자리를 꿰찼다. 남들 보다 한 발 늦게 시작했기에 불안감을 지울 수 없었다. 끊임없는 이적설도 그를 괴롭혔고, 실제로 독일 분데스리가 복귀를 고심하기도 했다.

그러나 손흥민은 단 한 경기로 주변의 우려를 말끔히 날렸다. 자신의 시즌 첫 경기였던 스토크 시티 원정에서 폭발한 것. 손흥민은 2골 1도움의 맹활약을 펼쳤고 팀의 4-0 대승을 이끌었다.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이어진 선덜랜드전에서 MOM급 활약을 펼치더니, 6라운드 미들즈브러 원정에서 또 다시 멀티골을 터트렸다.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CSKA모스크바 원정에서도 득점을 이었다.

9월 손흥민의 활약은 엄청났고, 9월 EPL 이달의 선수에 선정되는 기염을 토했다. 이는 한국인뿐만 아니라 아시아 선수로는 최초의 일이었다.

#3. 아스널전 참패, 콘테가 스리백을 꺼냈다(9~10월)

승승장구를 달리던 첼시가 충격의 2연패를 당했다. 리버풀과 홈경기에서 1-2로 패한데 이어, 아스널과 런던더비에서 0-3으로 완벽히 무너졌다. 아스널전은 첼시에 충격과도 같은 경기였다. 아스널의 파상공세에 속수무책으로 당했고, 전반에만 세 골을 내줬으니 말이다.

콘테 감독은 변화의 필요성을 느꼈다. 바로 다음 경기부터 자신의 주 전술인 스리백을 꺼내들었다. 콘테 감독은 최근에 가진 인터뷰에서도 "우리는 변화해야 했고, 새로운 옷을 입어야 했다. 선수들이 해낼 수 있음을 알았기에 3-4-3은 내게 또 다른 옵션이었다"고 아스널전이 변화의 기점이었다고 밝혔다.

콘테 감독의 스리백 도입은 성공적이었다. 첫 경기였던 헐시티 원정에서 2-0으로 승리했다. 스리백의 핵심인 윙백의 자리는 마르코스 알론소, 빅터 모제스가 담당했고, 이들의 역할은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안정감을 찾아갔고, 스리백의 첼시는 리그 13연승이란 대기록에 성공한다.

#4. 오스카의 상하이행, 중국에 위협 받는 EPL(12월)

2016-17 시즌 겨울 이적 시장은 축구팬들에게 크나큰 충격을 줬다. 지난해 12월 첼시의 대표 선수였던 오스카가 중국 슈퍼리그(CSL) 상하이 상강으로 이적했기 때문. 6,000만 유로(약 754억 원)의 이적료를 기록한 오스카는 50만 파운드(약 7억 3천만 원) 수준의 주급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슈퍼리그는 막대한 주급을 받을 수 있는 곳으로, 선수생활 막바지에 접어든 선수들이 돈이 벌기 위해 가는 곳이란 인식이 강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나이를 가리지 않고 스타성이 있는 선수들이 중국 슈퍼리그를 향하고 있는 상황이다. 오스카뿐만 아니라 헐크, 카를로스 테베즈, 알렉스 테세이라, 하미레즈 등 언제라도 빅리그에서 뛸 수 있는 선수들이 중국에서 활약 중이다.

중국 시장은 이제 EPL을 위협하기 시작했다. 물론 당장의 경쟁 상대는 되지 않지만 막대한 자본으로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겨울에 텐진 콴잔이 첼시의 스트라이커 디에고 코스타의 영입을 시도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그 위협에 대해 실감할 수 있다. 텐진 콴잔은 코스타 영입을 아직도 포기하지 않았고, 올여름 다시 시도할 예정이다.

#5. 더욱 심화된 벵거 퇴진 운동(2~3월)

아르센 벵거 감독에 대한 아스널 팬들의 불신은 이번 시즌 들어 더욱 심해졌다. 그 논란에 기름을 부은 사건은 바이에른 뮌헨과 UCL 16강전이었다. 1차전 뮌헨 원정에서 1-5로 패하자 팬들의 분노가 하나둘씩 모이기 시작했고, 2차전에서도 같은 스코어로 패하자 결국 폭발했다.

3월에 열린 2차전의 에미레이츠 스타디움 분위기는 살벌했다. 고집스러운 전술, 선수단 장악 실패, 몇 년째 부진한 성적 등을 이유로 팬들이 집단행동에 들어갔다. 수많은 팬들이 '벵거 아웃'이 적힌 걸개를 펼쳐보였고, 이를 한 목소리로 외쳤다.

이후 벵거 퇴진 운동의 규모는 점차 확대됐다. 심지어 경비행기까지 동원됐다. 29라운드 웨스트 브로미치(WBA) 원정 경기에서 일부 팬들이 경비행기를 이용해 'NO CONTRCT #WENGER OUT(재계약 반대, 벵거 아웃)'이라고 적힌 배너를 한르 위로 띄었다.

이 경기에서 아스널은 WBA에 1-3으로 패했다. 경기 후 벵거 감독은 "내 미래에 대해 곧 밝힐 것"이라며 거취를 결정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그의 계약 기간이 이번 시즌을 끝으로 종료되기 때문. 그러나 2개월이 지난 지금도 벵거 감독은 이에 침묵하고 있다.

#6. 또 다시 디펜딩 챔피언의 몰락...라니에리의 경질(3월)

지금으로부터 1년 전, 레스터는 창단 132년 만에 첫 1부 리그 우승이라는 역사를 만들었다. 레스터의 이야기는 잉글랜드를 넘어 전 세계 축구팬들에게 감동을 선사했고, 모두가 이를 두고 '동화'라고 표현했다.

그러나 그 동화는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디펜딩 챔피언의 몰락이 2년 연속 이어졌다. 첼시가 그랬듯, 레스터도 시즌 초반부터 부진을 이었다. 결국 28경기에서 5승 6무 17패(승점 21)란 초라한 성적을 남기며 17위로 추락했다.

이에 레스터가 칼을 뽑았다. 레스터는 지난 3월 24일 공식성명을 통해 클라우디오 라니에리 감독의 경질을 발표했다. 라니에리 감독이 창작한 19개월의 동화는 그렇게 새드엔딩으로 끝났다. 이어진 선수단의 태업 소식도 축구팬들에게 크나큰 실망감을 안겨줬다.

#7. 콘테 감독이 불고 온 스리백 열풍(4월)

EPL에 스리백 열풍이 불었다. 안토니오 콘테 감독이 이탈리아에서 구사했던 스리백을 첼시에 성공적으로 입혔다. 그 뒤를 이어 토트넘의 포체티노 감독, 맨시티의 과르디올라 감독, 맨유의 무리뉴 감독 모두 스리백을 한 번 이상씩 실험해 봤다.

아스널 벵거 감독조차 스리백을 시도했다. 20년 동안 아스널을 이끌면서 자신만의 축구를 고집했던 그가 변화를 택했다. 벵거 감독 스스로도 자신의 변화가 놀랍다는 반응을 내비쳤다. 잠깐의 변화인줄 알았더니, 시즌 최종전까지 스리백을 사용했다. 스리백 첼시의 우승보다 벵거 감독의 스리백 사용이 더 충격으로 다가왔다.

영국 축구계만 보자면 혁신과도 같았다. 수십 년 동안 포백이 주를 이뤘고, 이는 지난 시즌까지도 이어졌다. 근래 들어 4-2-3-1이 주를 이뤘고, 여기에 약간의 세부 변화만 있었을 뿐이었다. 오히려 지난 시즌 레스터의 4-4-2가 이상해 보일 정도였다.

#8. 토트넘의 상승세, 그 중심에 손흥민(4월)

토트넘의 막판 추격이 엄청났다. 시즌 막판 9연승을 달리며 첼시를 4점차로 추격했다. 35라운드 웨스트햄 유나이티드 원정에서 패하지만 않았다면 시즌 막판까지 우승 경쟁이 계속됐을 것이다.

화력이 엄청났다. 9연승을 달리는 동안 25골을 터트렸다. 그 기간만 보자면 경기당 2.78골을 넣었다. 부상에서 복귀한 케인은 물론이고, 에릭센, 알리, 손흥민 등 이곳저곳에서 쉴 새 없이 득점이 터졌다.

그 중 4월은 손흥민의 달이었다. 4월의 첫 번째 날, 번리 원정에서 기록한 골을 시작으로 스완지 시티, 왓포드, 본머스를 상대로 4경기 연속골을 터트렸다. 특히 왓포드전에서는 2골 1도움의 맹활약을 펼쳤고, 경기 MOM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마지막 두 경기는 아쉬웠지만, 4월에 그 누구보다 빛났다.

4월의 선수상은 단연 손흥민이었다. 손흥민은 지난 12일 EPL 사무국이 선정한 4월의 선수상에 이름을 올렸다. 9월의 선수상에 이은 두 번째다. 이번 시즌 이달의 선수상을 2회 수상한 선수는 아직까지 그가 유일하다.

#9. 첼시, 통산 6회 우승 확정...강등 3팀도 결정(5월)

토트넘의 추격이 거셌지만, 첼시는 흔들리지 않았다. 32라운드에서 맨유에 패하긴 했지만 이후 연승을 이었다. 그 사이 토트넘이 실수했고, 첼시는 지난 13일 37라운드 WBA 원정에서 1-0으로 승리하며 조기 우승을 확정지었다. 2년 만에 챔피언 복귀, 창단 후 통산 6번째 1부 리그 우승이었다.

챔피언 첼시에 자비는 없었다. 이미 우승을 확정지었지만 남은 2경기에 전력을 다했다. 결국 최종전까지 연승을 멈추지 않은 첼시는 최초 30승 우승이란 또 다른 기록을 EPL에 남겼다.

강등 팀도 일찍이 결정됐다. 첫 주인공은 선덜랜드였고, 영국 북동부 라이벌 미들즈브러가 그 뒤를 이었다. 남은 한 자리를 두고 경쟁이 치열했다. 크리스탈 팰리스와 스완지 시티, 헐 시티가 남은 한 자리를 피하기 위해 마지막까지 경쟁을 펼쳤다. 그러나 실낱같은 희망을 품고 있던 헐 시티가 마지막 주인공이 됐다.

#10. 손흥민의 대기록, 차붐에 이어 SON의 시대(5월)

애타게 기다렸던 골이 터졌다. 지난달 15일 본머스전에서 시즌 19호골(리그 12호골)을 터트린 후 잠시 주춤했다. 5경기 연속 침묵했던 손흥민은 지난 19일 레스터 원정에서 2골을 몰아치며 시즌 21호골을 완성시켰다.

역시 몰아치기의 달인이었다. 전반 25분 케인의 득점을 도운 손흥민은 35분 감각적인 발리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이어 후반 26분 케인의 패스를 받아 정확한 슈팅으로 추가골까지 완성시켰다.

이로써 손흥민은 1985-86 시즌 바이어 레버쿠젠에서 차범근이 기록했던 유럽무대 진출 한국인 한 시즌 최다골(19골) 기록을 넘어서며 신기록을 달성했다. 31년 만에 한국 축구사가 새로 쓰여진 것이다.

#11. 아스널, 20년 만에 TOP4 실패...'과학 깨졌다'(5월)

마지막까지 손에 땀을 쥐는 승부가 펼쳐졌다. TOP4의 남은 두 자리를 두고 맨시티, 리버풀, 아스널 등 세 팀이 경쟁을 펼쳤다. 상대적으로 맨시티, 리버풀이 유리했지만 아스널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90분 동안 각 경기장에 온도차가 뚜렷했다. 맨시티는 전반에만 4골을 몰아치며 경쟁에서 앞서갔다. 문제는 리버풀과 아스널이었다. 아스널이 전반 8분 만에 헥토르 베예린의 선제골이 터지며 실시간 순위에서 리버풀을 역전했다. 득점이 나오지 않는 리버풀은 답답할 수밖에 없었고, 클롭 감독은 전반 내내 머리를 감쌌다.

분위기가 여러 번 바뀌었다. 전반 14분 로랑 코시엘니가 갑작스럽게 퇴장을 당하며 아스널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전반 27분 알렉시스 산체스의 추가골이 터지며 다시 밝아졌다. 하지만 전반 46분 안필드에서 조르지니오 바이날둠의 골 소식이 전해졌고, 두 팀의 순위는 다시 역전됐다.

이후 이변은 발생하지 않았다. 경쟁을 펼치던 맨시티, 리버풀, 아스널이 모두 승리하며 순위는 그대로 유지됐다. 결론적으로 아스널은 TOP4에 실패했다. 이는 무려 20년 만에 일이고, '4위=과학'이라는 공식도 깨지고 말았다.

#12. '2연속 득점왕' 케인, 잉글랜드 새 역사 썼다(5월)

케인이 두 시즌 연속 득점왕에 등극했다. 막판 역전극이었다. 로멜루 루카쿠(에버턴)에 이어 2위를 달리던 케인은 마지막 두 경기에서 무려 7골을 몰아치며 대역전극을 펼쳤다. 리그 29골. 2위 루카쿠와 격차는 무려 4골이나 벌렸다.

잉글랜드의 새 역사다. 잉글랜드 공격수가 2연속 득점왕에 오른 것은 18년만이다. 1997-98 시즌 18골을 터뜨리며 득점왕에 올랐던 리버풀의 오웬은 다음 시즌인 1998-99 시즌에도 18골을 퍼부으며 득점왕을 차지했다. 지난 시즌에도 득점왕에 올랐던 케인이 18년 만에 오언의 대기록을 따라잡았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윤경식 기자, 토트넘

Copyright ⓒ 인터풋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