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적설→월드클래스' 손흥민의 시즌은 위대했다

'이적설→월드클래스' 손흥민의 시즌은 위대했다

2017.05.22. 오전 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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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풋볼] 정지훈 기자= 극적인 반전이다. 이적설로 시작했던 시즌이 위대한 시즌으로 마침표를 찍었고, 방출설이 돌았던 선수가 월드클래스로 자리 잡았다. 이 극적인 이야기의 주인공은 토트넘의 No.7 손흥민이다.

토트넘은 21일 오후 11시(한국시간) 영국 요크셔주 킹스턴 어폰 헐에 위치한 KCOM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6-17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38라운드, 헐 시티와 최종전에서 해트트릭을 달성한 케인의 맹활약에 힘입어 7-1 완승을 거뒀다. 이날 승리로 토트넘은 승점 86점으로 준우승을 차지했고, 구단 역사상 최다 승점을 기록하며 시즌을 마무리했다.

최고의 시즌은 마무리했다. 왼쪽 측면 공격수로 선발 출전한 손흥민은 이타적인 플레이를 펼치며 케인의 득점왕 등극을 도왔고, 전반 추가시간에는 돌파와 함께 정교한 패스로 알리의 추가골을 도우며 리그에서만 20개의 공격 포인트(14골 6도움)을 올렸다. 시즌 전체를 놓고 보면 총 21골 7도움을 기록했고, 월드클래스로 성장했음을 스탯으로 증명했다.

이런 극적인 반전이 또 있을까? 시즌 초반 토트넘의 방출 선수로 지목됐던 손흥민이 9월부터 맹활약하며 이달의 선수상을 받았고, 꾸준한 활약으로 토트넘의 새로운 에이스로 떠올랐다. 특히 캐인이 부상으로 빠진 기간 동안 최전방 공격수로 활약하며 토트넘의 전천후 공격수라는 타이틀을 얻었고, 이제 토트넘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로 각인 됐다. 그렇다면 손흥민의 반전은 어떻게 이뤄졌을까?

# 이적설 나왔던 손흥민, 포체티노 감독의 설득으로 잔류

손흥민은 지난 2015년 여름, 2200만 파운드(약 325억 원)의 이적료로 토트넘의 유니폼을 입었다. 엄청난 기대를 받은 손흥민은 EPL을 포함해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잉글랜드축구협회(FA)컵, 리그컵 등에서 39경기 출전 8골 5도움의 기록을 남기며 인상적인 데뷔시즌을 치렀다.

꾸준한 출전 기회를 얻지 못했다는 것을 감안하면 나쁘지 않은 결과였다. 그러나 극성스럽기로 유명한 영국 언론들은 손흥민을 가만히 냅두지 않았고, 특히 영국 언론 \'텔레그래프\'는 \"토트넘이 한 시즌도 되지 않아 손흥민의 이적을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후로도 영국 언론들은 연일 손흥민을 흔들었다.

구체적인 행선지까지 나왔다. 바로 독일 무대 리턴. \'스카이 독일\'은 \"볼프스부르크가 과거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활약했던 스타 손흥민을 원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바스 도스트가 팀을 떠나면 손흥민의 영입을 원하고 있다\"고 보도했고, 이외에도 독일 클럽들이 손흥민을 주시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그러나 손흥민은 흔들리지 않았고, 포체티노 감독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스카이스포츠\'는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과 그의 기술 스태프는 여전히 손흥민에게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 그는 여전히 포체티노 감독의 계획에 일부로 남아있다\"고 주장했고, 실제로 포체티노 감독은 손흥민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내며 잔류를 직접 설득했다.

# 선발에 강한 손흥민, 스토크전 맹활약...9월의 선수상

손흥민이 결정적인 기회를 잡은 것은 스토크 시티와 리그 4라운드였다. 시즌 초반 선발이 아닌 교체로 나섰던 손흥민이 스토크전에서 첫 선발 출전했고, 그 경기에서 무려 2골 1도움을 폭발시켰다. 에릭센의 패스를 논스톱으로 마무리한 손흥민이 1호 골로 자신감을 찾았고, 이후 환상적인 2호골과 도움까지 기록하며 자신의 가치를 증명했다. 당시 영국 언론들은 손흥민에게 높은 평점과 찬사를 보냈고, 손세이셔널의 시작을 알렸다.

최고의 9월이었다. 이후 선덜랜드전에서 공격 포인트 없이도 MOM을 받았던 손흥민이 미들즈브러와 리그 6라운드에서 멀티골을 기록하며 팀의 2-1 승리를 이끌었다. 두 골 모두 환상적이었고, 포체티노 감독 역시 \"손흥민은 환상적이었다\"며 손흥민을 극찬했다. 특히 이날 경기는 손흥민이 부상으로 빠진 케인을 대신해 해결사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것이 긍정적이었다.

영국 언론들의 찬사가 이어졌다. 불과 한 달 전 이적설을 쏟아내던 언론들이 \'슈퍼 손데이\' 등 다양한 수식어와 함께 찬사를 보냈고, MOM은 물론이고 이주의 선수로 계속 선정됐다. 절정의 순간은 따로 있었다. 바로 챔피언스리그. 손흥민은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2차전 모스크바 원정에서 귀중한 결승골을 터트리며 팀의 1-0 승리를 이끌었고, 엄청난 상승세를 이어갔다.

월드클래스라는 수식어가 이때부터 나왔다. 9월에만 4골 1도움을 기록한 손흥민은 영국 \'스카이스포츠\'의 파워랭킹에서 1위를 차지했고, \'BBC\'는 손흥민을 최우수 선수 선정했다. 겹경사였다. 한국은 물론이고, 아시아 최초로 EPL 사무국이 선정하는 이달의 선수상을 받은 것이다. 이로써 손흥민은 아시아 최초라는 타이틀을 받았고, 전설의 시작을 알렸다.

# \'측면⟶최전방\' 위치가 애매해진 손흥민...3백으로 고비 맞다

토트넘의 주포 케인이 없는 동안 손흥민은 최전방과 측면을 오가면서 활약했다. 나쁘지 않았고, 얀센의 부진으로 인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그러나 손흥민은 확실히 최전방과는 잘 어울리지 않았다. 최전방으로 출전했던 10월 침묵한 손흥민은 11월 들어서도 확실한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했고, 손흥민의 위치는 애매해져갔다.

토트넘의 성적도 좋지 않았다. 리그에서는 그럭저럭 성적을 유지했지만 챔피언스리그 무대에서 승리를 따내지 못했고, 전체적으로 침체기에 빠졌다. 변화가 필요한 시점에서 간판 공격수 케인이 돌아왔다. 이에 포체티노 감독은 첼시의 3백에서 영감을 얻어 3-4-1-2 포메이션으로 변화를 줬고, 케인과 손흥민을 투톱처럼 기용했다.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실마리가 나왔다. 포체티노 감독은 케인과 손흥민의 호흡이 예상보다는 위력적이지 않자, 다시 변화를 가져갔다. 3-4-2-1 포메이션이었다. 케인을 원톱으로 놓고, 알리와 에릭센에게 프리롤을 부여해 자유롭게 움직이며 창의성 넘치는 공격을 과시했다. 손흥민은 자리가 없었다. 9월의 선수로 선정되며 정점으로 올라갔던 손흥민이지만 3백에서는 자리가 없었고, 대부분을 교체 출전으로 기회를 잡았다.

그래도 공격 포인트는 꾸준하게 올렸다. 12월 스완지전에서는 1골 1도움을 기록했고, 사우샘프턴전에서도 득점포를 가동했다. 그러나 토트넘은 손흥민이 없을 때 더 강력한 모습을 보였고, 케인-알리-에릭센의 공격진은 매우 견고했다.

# 효율성이 좋았던 손흥민, 다시 기회를 잡다

효율성은 최고 수준이었다. 비록 짧은 교체 출전 혹은 어쩌다 선발 출전이었지만 손흥민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특히 FA컵에서 강했다. 손흥민은 FA컵 64강 애스턴 빌라전에서 시즌 8호골을 신고했고, 32강 위컴전에서는 2골을 터트리며 토트넘의 4-3 대역전승을 이끌었다. 이후 자신감을 되찾은 손흥민은 꾸준한 활약상을 보이며 리그에서도 기회를 얻었고, 포체티노 감독은 상대에 따라 3백과 4백을 혼용하며 손흥민에게도 기회를 줬다.

역시 FA컵의 사나이였다. 손흥민은 밀월과의 FA컵 8강전에서 무려 3골 1도움을 기록했고, 잉글랜드 무대 진출 이후 처음으로 해트트릭을 기록했다. 이 기록도 아시아 최초였고, 이후부터 영국 언론들은 손흥민의 효율성을 주목하며 토트넘 공격의 중심이라고 평가했다.

# \'케인 또 부상\' 손흥민, 완벽한 주전으로 자리 매김

케인이 또 쓰러졌다. 절정의 컨디션을 자랑하던 케인이 빠지면서 토트넘도 비상에 걸렸다. 그러나 포체티노 감독은 \"케인을 잃었을 때 모두가 손흥민을 떠올릴 것이다. 손흥민에 대해 매우 행복하다. 그는 스트라이커처럼 경기할 수 있다. 우리의 최고의 경기 중 하나였던 맨체스터 시티 전에서도 그는 스트라이커로 나선 적이 있다\"고 손흥민으로 인해 케인의 부상이 걱정 없음을 강조했다.

실제로 손흥민의 활약은 대단했다. 손흥민은 케인이 없는 상황에서 최전방과 측면을 오가며 토트넘의 해결사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이에 유럽 현지 언론들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세비야, 인터 밀란, 파리 생제르맹 등이 손흥민의 영입을 원한다고 보도했고, 손흥민의 주가는 계속 폭등했다.

# \'최고의 4월\' 손흥민, 차붐을 넘고 전설이 되다!

대단한 활약이었다. 9월에 몰아쳤던 손흥민이 4월에도 맹활약했다. 손흥민은 지난 4월 15일 본머스와의 경기에서 시즌 19호골을 터뜨리며 과거 차범근이 기록하고 있던 한국인 선수 유럽무대 한 시즌 최다골과 타이기록을 세웠다.

손흥민의 활약은 계속됐다. 손흥민은 4월 한 달 동안 무려 5골 1도움을 기록했고, 결국 EPL 4월의 선수로 선정됐다. 이미 아시아 최초의 기록을 세운 손흥민이 이번 수상으로 진정한 아시아 넘버원이 됐고, 이번 시즌을 놓고 봐도 EPL에서 이달의 선수상을 2회 수상한 선수는 손흥민이 유일했다.

새로운 역사까지 썼다. 4월의 선수상을 받고 \"이것(이달의 선수상 2회 수상)은 나의 결승선이 아니다. 앞으로도 열심히 노력해 세 번째 이달의 선수상을 수상하고 싶다. 나는 여전히 배고프다\"고 했던 손흥민이 지난 레스터전에서 홀로 2골 1도움을 기록하며 토트넘의 대승을 이끌었다. 또한, 손흥민은 이 두 골로 시즌 21호 골을 기록하게 됐고, 한국 축구의 레전드 차범근의 한 시즌 최다골 기록(19골)을 넘어 새로운 역사를 만들었다.

손흥민의 두 번째 시즌. 공격 포인트는 총 28개(21골 7도움)였다. 월드클래스의 지표를 나타내는 리그 두자릿수 득점은 물론이고, 리그에서만 20개의 공격 포인트를 기록했다. 여기에 총 28개의 공격 포인트를 생산하며 세계 최고의 리그인 EPL에서도 가장 뛰어난 공격수라는 것을 증명했다.

# 손흥민의 키워드: 효율성, PK 0골

대단한 기록이다. 손흥민은 이번 시즌 리그 34경기(교체 11회)에 출전해 14골 6도움을 기록했다. 선발과 교체를 가리지 않고 꾸준히 공격 포인트를 쌓았다. FA컵에서도 5경기에 나와 6골 1도움을 기록했고,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6경기에서 기록한 1골까지 더한다면 이번 시즌 총 21골을 퍼부었다. 한 마디로 엄청난 골 폭풍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손흥민의 골 순도다. 리그 기록만 놓고 봤을 때 손흥민은 14골을 기록하고 있는데 모두 오픈 찬스에서 득점을 만들었다. 이는 손흥민이 개인 기술 또는 팀플레이로 득점을 만들었다는 것을 의미하고, 제대로 된 찬스를 살려 득점을 만든 것을 의미한다. 특히 주목할 것은 손흥민의 21골 중 페널티킥이 단 한 번도 없었다는 점. 케인이 리그에서 PK 5골, 세트피스 4골을 기록한 것과 비교해 손흥민의 골 순도가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효율성도 최고다. 이번 시즌 토트넘에서 20골 고지를 넘어선 세 선수는 손흥민(21골)과 케인(32골), 알리(22골)다. 그러나 손흥민은 그중 가장 적은 출전시간을 부여받았다. 리그만 놓고 보더라도 케인과 알리가 각각 2,536분, 3,045분을 소화한 반면 손흥민의 출전시간은 2,070분에 그쳤다. 그러나 손흥민은 적은 출전 기회 속에서 확실한 마무리 능력을 자랑했고, EPL 최고 수준의 효율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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