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전주] "행복은 오늘만" 생각보다 더 성숙한 '스무살'

[어제 전주] "행복은 오늘만" 생각보다 더 성숙한 '스무살'

2017.05.21. 오전 0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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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풋볼= 전주] 서재원 기자= "이겨서 너무 기쁘다. 첫 경기이기 때문에 오늘만 행복해 하고 내일부터 다시 준비하겠다" 백승호(20, 바르셀로나 B)

스무 살. 너무 어리게만 생각했다. 그들은 충분히 성숙했고 자신들을 절제할 줄 알았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U-20 축구 국가대표팀은 20일 오후 8시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기니와 FIFA U-20 월드컵 코리아 2017 A조 조별리그 1차전에서 3-0으로 승리했다. 1차전에서 승리한 한국은 아르헨티나를 3-0으로 격파한 잉글랜드와 함께 A조 공동 1위로 올라섰다. 1차 목표인 16강 진출은 희망적이다.

# 걱정은 잠시...너무나도 완벽했던 승리

초반 30분은 고전했다. 한국은 기니의 강한 전방 압박에 고전을 면치 못했다. 점점 뒤로 밀려났고 기니의 공격은 자유롭게 한국의 수비를 휘저었다. 우려와 걱정이 감돌았다. 첫 경기였기에 더욱 그랬다. 기대가 컸기에 실망감이 더 크게 다가왔다.

그러나 걱정은 잠시였다. 전반 36분 이승우가 드리블 돌파로 기니의 수비수 3~4명을 순식간에 제쳤다. 빠르게 슈팅한 공이 기니 수비수 알리 카마라의 발을 맞고 굴절됐다. 공은 큰 포물선을 그리며 골키퍼 무사 카마라의 키를 넘겼고, 골문으로 빨려 들어갔다.

"첫 경기에서 첫 골을 넣어서 기쁘다. 오랫동안 이 대회를 준비했고, 한국에서 열리는 대회라서 지기 싫었다. 선수들 모두 승리에 대한 의욕이 많았다." '지기 싫었다'는 그의 말을 듣고 나니 집념의 드리블 돌파와 슈팅이 십분 이해됐다.

이 한 장면으로 경기장 분위기가 뒤집혔다. 선제골 이후 한국이 공격을 몰아쳤다. 전반 막판에 이승우가 또 다시 드리블 돌파로 기니 수비를 무너트렸다. 날카롭게 크로스했고 조영욱이 달려들어 슈팅한 공이 골망을 흔들었다. 그러나 비디오 판독 시스템(VAR) 결과 득점이 취소되면서 전반을 1-0으로 마쳤다.

그 아쉬움은 잠시였다. 한국은 후반에도 전반의 기세를 그대로 살렸다. 몇 번의 찬스가 지나고 후반 31분 임민혁의 추가골이 터졌다. 이번에도 이승우의 활약이 돋보였다. 페널티 에어리어 내 좁은 공간에서 정확한 패스를 찔렀고, 임민혁이 일대일 찬스를 맞았다. 이를 임민혁이 놓칠 리 없었다.

이어 세 번째 골이 나오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후반 36분 정태욱이 패스한 공을 백승호가 감각적으로 슈팅했다. 공은 또 다시 골키퍼 키를 넘겨 골문으로 들어갔다. 백승호는 이 장면에 대해서 "순간 (정)태욱이와 눈이 맞았다. 눈빛을 보고 침투했다"고 설명했다.

# "행복은 오늘까지" 성숙한 스무 살 청년들

3-0 완승. 모두가 들떠있었다. 경기 후 경기장을 빠져나가는 관중들의 표정 역시 행복감에 가득 차 있었다. 만족할만한 결과였다. 신태용 감독 역시 "첫 경기 치고는 최선을 다했다. 그 모습에 골 결정력도 살아나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우리 선수들 모두가 잘해줬다"고 했다. 그러고는 환한 웃음을 보였다,

경기의 주인공인 선수들의 기쁨은 더 컸다. 경기 후 라커룸에서 승리의 기쁨을 즐기는 소리가 믹스드존까지 들렸다. 이날만큼은 즐길 자격이 충분했다. 경기 후 믹스드존을 빠져나가는 선수들의 표정도 밝았다. 쉽게 감춰지지 않는 기쁨이었다. 영락없는 스무 살의 모습이었다.

경기 후 믹스드존에서 백승호를 만났다. "이겨서 너무 기쁘다"고 입을 열 때부터 입가에 미소가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마냥 아이들은 아니었다. 백승호는 "첫 경기이니 오늘만 행복해 하고 내일부터 다시 준비하겠다"며 "오늘은 자기 전까지 즐기기로 했다"고 말했다. 최대한 자제하려 했고, 침착함을 유지했다. 이어 2차전인 아르헨티나전에 대해 논했다.

"지기 싫었다"고 말하는 이승우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아르헨티나는 남미최강팀이다. 만만히 얕잡아볼 상대가 아니다. 그러나 이기고 16강을 조기 확정하겠다"고 아르헨티나전을 먼저 생각했다.

대회 전 신태용 감독은 선수들의 '들뜸'을 걱정했다. 늘 유쾌하던 그였지만 경기 하루 전엔 굳은 얼굴을 유지했다. 선수들이 행여나 들뜬 마음을 갖고, 그 점이 경기에 영향을 끼칠 거란 우려였다.

하지만 그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 스무 살의 청년들은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욱 성숙했고, 자신들의 임무와 역할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사진= 윤경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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