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창샤] '일침' 던진 기성용, 감독보다 묵직했던 한마디

[In 창샤] '일침' 던진 기성용, 감독보다 묵직했던 한마디

2017.03.24. 오전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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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풋볼=중국(창샤)] 유지선 기자= '캡틴'다워진 기성용이 중국전 패배에 따끔한 일침을 가했다. '어떤 전술로 나왔어야 했느냐'고 되묻던 울리 슈틸리케 감독의 말보다 훨씬 묵직하고 필요했던 한마디다.

한국은 23일 오후 8시 35분(한국시간) 중국 창샤에 위치한 허롱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6차전 중국 원정 경기에서 0-1로 패배했다. 이날 패배로 한국은 승점 10점에 머물며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이 험난해졌다.

쉽지 않은 90분이었다. 중국은 강한 압박과 적극적인 공격으로 기선제압을 시도했다. 한국이 상승세를 타려던 시점인 전반 34분에는 위다바오가 코너킥 상황에서 헤더 골을 터뜨리며 찬물을 끼얹었다. 정신이 번쩍 든 한국은 후반전 파상공세를 펼쳤지만, 단 한 개의 슈팅도 골로 연결되지 않았다. 그렇게 10경기 째 이어오던 중국 원정 무패행진(8승 2무)이 마감됐다.

가장 착잡한 건 선수들이었다. 어두운 표정을 한 채 버스로 향하던 기성용은 "뭐라고 이야기해야 될지 모르겠다"고 어렵게 입을 떼면서 "우리의 플레이를 하지 못했다. 오늘 같은 경기면 시리아전도 승리할 수 없다. 선수들 뿐 아니라 코칭스태프 모두 변화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월드컵 나가는 건 힘들 것"이라고 변화의 필요성을 인정했다.

변화가 필요한 시점인 것 같다는 취재진의 질문에 "상대가 스리톱으로 나왔는데, 어떤 전술로 나왔어야 했는지 질문을 드리고 싶다"라고 되묻던 슈틸리케 감독의 반응과는 대조적이다.

'원정 무득점'이란 불명예스러운 기록을 바라보는 관점도 달랐다. 슈틸리케 감독은 "원정 무득점이라는 건 치명적이다. 선수들이 홈에서는 심리적으로 안정돼있지만, 원정에서는 좀 더 긴장을 하는 것 같다"며 위압적인 분위기를 원정 부진의 원인 중 하나로 꼽았다.

그러나 기성용은 "원정에서 여러 환경이나 다른 것들이 부족했다는 건 핑계인 것 같다"면서 "원정에서 성적을 내지 못한 건 충분히 대응하지 못했다는 이야기다. 원정 3경기에서 승리하지 못하고, 골도 넣지 못했는데 상당히 심각한 문제"라고 꼬집었다. 환경의 문제라기보다는 대표팀 내 문제라는 진단을 내린 것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경기를 마친 뒤 "열심히 한 선수들을 너무 비난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했지만, 기성용은 오히려 회초리를 들었다. 주장으로서 선수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느냐는 질문에 기성용은 "무슨 이야기를 한다기보다는 각자가 느꼈으면 좋겠다. 월드컵에 얼마나 나가고 싶은지, 간절함을 깨달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열심히 했는데 결과가 안나왔다는 핑계를 댄다는 건 대표 선수로서 자격이 없는 것이다.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라면 경기장 안에서 모든 걸 쏟아 부어야 한다. 그런 모습이 나오지 않았을 땐 대표 선수로서 큰 문제가 있는 것"이라면서 "나 역시 반성을 많이 하고 있다. 각자가 해야 할 일을 알고 있을 것"이라며 선수들이 그라운드 위에서 좀 더 투지 넘치는 플레이를 보여줘야 한다고 꼬집었다.

물론 감독으로서 할 수 있는 말이 있고, 생각하고도 쉬이 내뱉지 못하는 말이 있다. 선수단을 질책하다보면 '선수 탓을 한다'는 오해를 받게 되기도 한다. 기성용이 '악역'을 자처하고 나선 이유다. 감독이 쉽게 뱉지 못하는 말을 과감하게 던졌던 기성용,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기성용의 한마디가 그래서 더 무게감 있고, 시원했다.

사진= 윤경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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