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OINT] 무례했던 중국 앞에 무릎 꿇은 슈틸리케호

[A-POINT] 무례했던 중국 앞에 무릎 꿇은 슈틸리케호

2017.03.24. 오전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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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풋볼=중국(창샤)] 유지선 기자= 슈틸리케호가 무례했던 중국 앞에 무릎을 꿇고 말았다. '설마'했던 우려가 현실로 다가오는 순간이었다.

한국은 23일 오후 8시 35분(한국시간) 중국 창샤에 위치한 허롱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6차전 중국 원정 경기에서 0-1로 패배했다. 이날 패배로 한국은 승점 10점에 머물며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이 험난해졌다.

# 무례했던 중국 팬들, 야유로 가득 찬 허룽 스타디움

경기 날이 밝자 창샤는 축구 열기로 뜨거워졌다. 경기가 4시간 넘게 남은 시각에도 많은 팬들이 경기장 앞에서 게이트가 열리길 기다렸다. 동그랗게 원을 그리며 응원가를 외치는 이들도 있었다. 창샤에 머무는 내내 피부로 와 닿지 않았던 반한 감정도 경기장에 오니 슬슬 체감할 수 있었다. 선수 입장을 마치고 허룽 스타디움에 애국가가 흘러나오자, 꽁꽁 숨어있던 반한감정이 최고조에 달했다. 관중석에서 마치 약속이나 한 듯 우렁찬 야유를 쏟아낸 것이다.

경기 전 양 팀의 국가가 연주될 때는 야유를 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인 예의다. 그러나 중국의 손님 대접은 몹시 무례했고, 불쾌했다. 선수들이 중국을 꺾고 야유를 퍼붓던 중국 팬들 앞에서 보란 듯이 웃으며 돌아가는 장면을 상상하면서 통쾌해했을 정도다. 그러나 경기 전 머릿속에 그렸던 상상은 결국 현실이 되지 못했다.

만원 관중의 함성을 등에 업은 중국은 강한 압박과 적극적인 공격으로 기선제압을 시도했다. 한국이 상승세를 타려던 시점인 전반 34분에는 위다바오가 코너킥 상황에서 헤더 골을 터뜨리며 찬물을 끼얹었다. 정신이 번쩍 든 한국은 후반전 파상공세를 펼쳤지만, 단 한 개의 슈팅도 골로 연결되지 않았다.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자 '공한증' 타파를 기뻐하듯 관중석에서 붉은 함성이 쏟아져 나왔다. 함성 사이로 경기장을 찾은 100여 명의 붉은악마에게 향하는 선수들의 발걸음은 무거웠다. 고개도 제대로 들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기자석 분위기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중국 기자들은 마치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듯 기뻐했고, 반면 한국 취재진의 얼굴에는 웃음기가 싹 사라졌다.

기자회견장의 온도차도 확연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굳은 표정으로 기자회견장을 빠져나갔다. 반면 마르첼로 리피 감독이 기자회견장에 들어서자 중국 기자들은 팬미팅 현장에 온 듯 환호하며 승리를 자축했다. 기립박수를 보내는 이들도 있었다. 결국 마지막까지 확연한 온도차를 확인하며 씁쓸하게 돌아서야 했다.

# 공한증은 옛말? 리피 감독이 가져온 변화

중국은 지난 12년간 4승 4무로 단 한 번도 패하지 않았던 '행운의 땅' 창샤에서 공한증 타파를 외쳐왔다. 물론 중국은 올해 들어 세 차례나 선수단을 소집하며 발을 맞췄고, 경기를 앞두고 훈련시간도 충분했다. '명장' 리피 감독을 데려오는 데 성공한 중국의 변화는 인상적이었다. 그동안 중국전에 늘 따라붙었던 '공한증'이란 단어가 무색할 정도였다.

중국은 리피 감독이 부임하면서 팀 스타일에 변화를 줬다. 상대적 약체로 평가받는 탓에 뒤로 물러서 역습을 노리는 패턴이 주를 이뤘지만, 이제는 훨씬 과감해졌다. 강한 전방 압박으로 한국에 맞섰고, 1대1 대결에서도 행동 하나하나에 자신감이 묻어났다. 투지 넘치는 플레이로 한국 선수들이 공을 잡으면 재빨리 에워싸고 압박하기도 했다. 장현수도 "조직력이 극대화된 것이 느껴졌다"고 혀를 내둘렀다.

감독의 전술적 변화와 충분한 훈련시간, 열정적인 홈팬들의 응원 등 승리를 위한 요소를 두루 갖췄던 중국, 기성용은 "경기 전 패배를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말했지만, 중국전 패배는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 중국전 패배, 더 씁쓸한 '원정 무승+무득점'

'중국전 패배'란 단어를 보며 마음이 쓰렸지만, 그보다 더 씁쓸한 건 원정 무승, 원정 무득점이란 꼬리표다. 한국은 최종예선 6경기에서 3승 1무 2패의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우즈베키스탄이 시리아에 덜미를 잡히면서 간신히 2위 수성에 성공했지만, 원정에서 1무 2패로 아직 승리를 신고하지 못했다, 원정 득점 기록도 여전히 '0'에 멈춰있다.

슈틸리케 감독은 경기 종료 후 기자회견에서 "원정 무득점이라는 건 치명적이다. 선수들이 홈에서는 심리적으로 안정돼있지만, 원정에서는 좀 더 긴장을 하는 것 같다"며 분위기를 원정 부진의 원인 중 하나로 꼽았다. 그러나 장현수는 "분위기에 위축돼 우리 플레이를 못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문제는 남은 4경기 중 2경기를 적지에서 치러야 한다는 사실이다. 이유 불문하고 하루빨리 끊어내야 하는 원정 무득점, '공한증'이란 단어에 기대 자신만만했던 중국전 패배가 더 쓰라린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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