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 외쳤던 신문선, 낙마한 3가지 이유

개혁 외쳤던 신문선, 낙마한 3가지 이유

2017.01.17. 오후 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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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풋볼=신문로] 정지훈 기자= 새로운 역사는 없었다. 역사상 처음으로 경기인 출신 총재에 도전했던 신문선 명지대학교 교수가 한국프로축구연맹(이하 연맹) 11대 총재 선거에서 낙선했다. 과연 이유는 무엇일까?

사상 첫 경기인 출신 총재는 탄생하지 않았다. 신문선 명지대 교수는 16일 오후 3시 30분 서울 종로구 신문로에 위치한 축구회관에서 열린 제11대 한국프로축구연맹 총재 선거에서 과반수의 찬성표(찬성 5표, 반대 17표, 무효 1표)를 얻지 못해 낙선했다. 이번 선거는 신문선 교수가 단독 출마하면서 대의원 23명(K리그 구단 대표 21명, 대한축구협회 2명)이 찬반 투표 형식으로 새 총재의 선임 여부를 가렸지만 신문선 교수가 과반인 12표 이상을 얻지 못하면서 11대 총재의 꿈은 실패로 돌아갔다.

그러나 신문선 후보는 당당했다. 낙선 후 기자회견에서 신문선 후보는 "저는 지지 않았고, 패배하지 않았다. 프로 축구는 변해야 하고, 연맹은 제대로 된 상품을 만드는 계기가 될 것이다. 5표의 의미는 프로 축구 발전에 큰 울림으로 작용할 것이라 생각한다. 오늘 제가 한 이야기는 앞으로 연맹이 잘못하면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저는 평생 축구를 했고, 결과에 늘 승복했다. 승복하지만 내용적인 면에서는 패배하지 않았다"며 당당하게 목소리를 높였다.

분명 어려운 싸움이었다. 신문선 교수는 지난 2일로 마감된 총재 선거에 홀로 입후보했기에 투표는 경쟁이 아닌 찬반 투표로 진행됐다. 물론 경기인 출신으로 90년대에는 스타 해설위원으로 대중의 인기를 받았던 신문선 후보이기에 대중의 관심을 끄는 데는 성공했지만 물리적인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고, 자신의 공략을 실천해줄 배경이 없다는 것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결과적으로 신문선 후보는 K리그 구단 대표와 대한축구협회로 구성된 대의원들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했고, 병에 걸린 프로 축구의 의사 역할을 하겠다는 그의 말은 실현되지 않았다.

# 여론의 공감을 얻지 못한 신문선 후보

신문선 후보는 이번 선거에 나서면서 낡은 연맹을 개혁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심판 매수, 승부 조작, 만성 적자 등 프로축구는 이미 문제가 많다. 낡은 방식을 타파하고, 산업적 시각으로 프로축구를 바라보겠다. 실사구시를 통해 공정한 프로축구를 만들 것이고, K리그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겠다. 저는 한국 프로축구를 위해 의사가 되려고 한다. 필요하다면 약을 먹일 것이고, 수술을 할 것이다. 전문 경영인이 있는 새로운 연맹을 탄생시킬 것이다"며 변화와 혁신을 약속했다.

그러나 신문선 후보의 이런 공략은 여론의 공감을 완벽하게 얻지는 못했다. 신문선 후보는 선거 기간 동안 기자회견을 제외하고는 자신의 입장을 보도 자료를 통해 전했는데 공략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보다는 연맹의 정관 해석에 대해 논쟁을 펼치면서 제대로 선거 활동을 하지 못했다. 여기에 기업 구단주들의 돌려막기 식 스폰서에 종지부를 찍겠다며 승부수를 던졌지만 구체적인 방안이 없어 설득력을 잃었다. 결과적으로 여론의 공감을 얻지 못한 신문선 후보는 대의원들의 마음을 돌리지 못했다.

# 구체적인 방안과 전략이 없었던 공약, 문제는 역시 스폰서

문제는 역시 스폰서였다. 신문선 후보는 선거를 앞두고 "언론에서는 제가 스폰서를 가져올 능력이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저는 자신이 있다. 설마 제가 스폰서 유치 복안도 없이 이 자리에 서있겠는가? 스폰서 유치는 너무나도 당연하다. 발로 뛰면서 꼭 스폰서를 유치하겠다. 특정 기업이 주도하는 연맹은 옳지 않다. 부패한 연맹을 바로 잡겠다. 대기업 총수가 돌려 막기 하는 연맹의 시대는 끝이 났다. 전문 경영인의 능력을 보여야 한다. 스폰서를 해결하면 총재가 되는 낡은 방식을 타파해야 한다"며 스폰서 유치에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구체적인 방안이 없었다. 스폰서를 어떻게 유치할지, 어떤 방식으로 수익을 증대시킬지 구체적인 방법이 없었던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신문선 후보는 자신했지만 대의원들은 당장의 성과가 필요했고, 확실한 스폰서가 필요했다. 이런 면에서 신문선 후보는 정책의 틀은 잘 잡았지만 구체적인 방안이 없었고, 열악한 재정을 해결해줄 전략이 부족했다.

이런 점을 권오갑 총재는 알고 있었다. 정확하게 확인된 사실은 아니지만 신문선 후보는 낙선한 후 "등록되지 않은 후보와 싸웠다. 앞으로 권오갑 총재가 150억 원을 스폰서로 가져오겠다고 말했는데 눈을 뜨고 지켜보겠다. 권 총재가 선거 전에 대의원들에게 등록된 후보가 150억을 확보할 수 있냐고 물었다. 축구는 부정행위를 하면 안 된다. 페어플레이 정신에 어긋난다"며 권오갑 총재의 부정 선거를 언급했다. 만약 이 말이 사실이라면 권 총재는 이번 선거의 핵심을 스폰서 유치로 봤고, 결과적으로 신문선 후보는 이를 확실하게 해결하지 못했다.

# 이해관계가 얽힌 대의원들, 개혁보다는 안정이 중요

찬성 5표, 반대 17표. 결과적으로 신문선 후보의 선거 전략은 실패했고, 공감을 얻지 못했다. 그러나 신문선 후보의 생각은 달랐다. 신문선 후보는 이번 선거에서 찬성 5표를 받았는데 이를 두고 "저는 패배하지 않았다. 5표의 의미는 프로 축구가 개혁하는데 밑거름이 될 것이라 생각하고, 그래서 지지 않았다고 말하는 것이다. 저를 지지했던 5명의 대의원들에게 당당하게 이야기하겠다. 숫자상으로는 패배했지만 저를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들의 목소리를 대변한다고 생각한다"며 큰 의미를 부여했다.

애초에 어려운 싸움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일단 K리그 구단 대표와 대한축구협회로 구성된 대의원들의 이해관계는 서로 얽혀있다. 12표 이상을 확보해야 승리하는 싸움에서 신문선 후보는 이미 5표 정도를 잃었다. 그는 낙선 후 "저는 확신한다. 만약 공정하게 선거가 진행됐다면 결과는 바뀌었을 것이다. 구체적으로 이야기 해보면 현대라는 기업에 3표가 있고, 축구협회 2표도 마찬가지다. 결과적으로 5표는 이미 잃었다"며 애초에 어려운 싸움이었다는 것을 인정했다.

이해관계가 얽힌 대의원들은 개혁보다 안정이 더 중요했다. 특히 지난 2016년 심판 매수 등 어려움을 겪었던 K리그였기에 더 이상의 추락은 허용할 수 없었다. 이에 갑작스런 개혁보다는 안정이 낫다는 판단을 했고, 여기에 중계권 대폭 인상, 수익금 분배 등 신문선 후보의 공약은 전략적으로 공략의 대상이었던 도, 시민구단과 챌린지 팀들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했다.

사진=윤경식 기자, 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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