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 rule] 돌이킬 수 없는 징계, 자나 깨나 '말조심'

[Inter rule] 돌이킬 수 없는 징계, 자나 깨나 '말조심'

2016.09.27. 오후 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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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풋볼] '축구'는 한 마디로 정의될 수 있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너무나도 복잡한 규정과 규칙, 용어 등이 등장한다. 이도 축구를 이루는 중요한 요소임은 확실하나, 때로는 그것들에 대한 정의 또는 설명이 부족해 우리를 혼란스럽게 하는 부분이 분명히 있다. 인터풋볼은 매주 하나의 주제를 선정해 그에 대한 정확한 해석을 갖는 시간을 갖고자 한다. [편집자주]

"한번 내뱉은 말은 주워 담지 못 한다" 밖으로 꺼낸 말은 수습할 방법이 없으니, 항상 말조심을 해야 한다는 의미의 문구다. 축구계도 예외는 아니다. 모두가 평등한 상황에서 오직 실력을 통해 말하는 곳이지만, 차별적인 발언으로 징계를 받는 일이 매년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공격적, 모욕적 또는 욕설적인 언어를 사용한 경우'를 퇴장성 반칙으로 규정해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다. 여기에는 차별적인 발언도 포함된다. 잉글랜드축구협회(FA)역시 'E3' 규정을 통해 욕설, 모욕, 부적절한 언행은 물론이며, 성적 취향, 성별, 인종차별 등의 언급을 엄중 처벌하고 있다.

그러나 불필요한 발언으로 그라운드 위에서 서로 얼굴을 붉히는 일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그라운드 위에서 가장 빈번하게 발생하는 건 인종차별 발언이다. 다양한 국적의 선수들이 상대팀으로 서로를 마주하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에는 루이스 수아레스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파트리스 에브라에게 인종 차별적인 발언을 해 8경기 출전 정지 징계를 받은 바 있다.

당시 수아레스는 에브라가 "왜 나를 발로 찼느냐"고 묻자 "네가 검둥이(negro)라서"라고 답했고, 이에 모욕감을 느낌 에브라가 "다시 한 번 말해보라"고 따지자 "나는 검둥이와 이야기하지 않는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도 지난 1월에는 다니엘레 데 로시가 마리오 만주키치를 향해 "조용히 해, 집시 놈아"라는 인종차별적인 욕설을 해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성차별 발언도 종종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독일 2부리그에서는 뒤셀도르프의 선수 케렘 데미르베이가 경고 누적으로 퇴장당하는 상황에서 여성인 주심을 향해 "남자 축구에 여자가 웬 말이냐"는 발언을 던졌다. 사건이 일파만파로 퍼지자 결국 구단은 데미르베이에게 독일의 여자 주니어 축구경기 심판을 맡기면서 구단 자체 징계를 내렸다.

지난 9일에는 카탈루냐 지역 2부리그 경기에서 판정에 불만을 품은 관중이 여자 주심을 향해 "집에 가서 설거지나 해라"라고 소리쳐 주심이 경기를 중단한 채 해당 관중의 퇴장을 요구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그라운드 밖도 예외는 아니다. 가장 최근에는 번리의 공격수 안드레 그레이가 도마에 올랐다. 그레이는 지난 2012년 자신의 SNS를 통해 동성애자를 혐오하는 발언을 남겼다. 이대로 묻히는 듯 싶었지만, 리버풀전 활약으로 주목을 받으면서 과거 SNS에 남긴 발언이 덩달아 화제가 되고 말았다. 이에 그레이가 부랴부랴 사과문을 올렸지만, FA는 결국 그레이에게 4경기 출전 정지 징계를 내렸다.

장소와 시기를 불문하고 엄중한 처벌이 내려지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UEFA는 지난 2013년 상대방에게 모욕감을 주는 차별적인 발언에 대한 징계를 강화했다. 선수나 주심이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할 경우 최소 10경기 이상의 출장 정지 징계가 내려지며, 관중석에서 이 같은 구호가 나올 경우에는 무관중 경기와 함께 최소 5만 유로(약 7,350만 원)의 벌금이 부여된다.

이처럼 축구계는 상대방에게 모욕감을 주는 차별 발언에 대한 규정을 점차 강화해가고 있는 추세다. 그러나 축구계 차별 발언은 여전히 풀리지 않는 숙제로 남아있다.

물론 치열한 신경전이 오가는 그라운드에서 언쟁을 피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지만, 단어 선택에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 결국 내뱉은 말의 화살은 선수와 팀에게 돌아가기 때문이다. 그라운드 위는 물론이며, 그라운드 밖에서도 방심은 금물이다.

글= 유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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